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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고,
되어야만 한다
2009. 12. 19.
우리는 누구나 성인이 되어야 한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
대로 “거룩해지지 않고는 아무도 주님을 뵙지 못할 것”(히브 12,14)이기 때
문이다.
‘주님을 뵙지 못한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구
원을 받지 못한다’는 말이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께서 왜 이 세상
에 인간으로 오셨나? 바로 우리 ‘인간의 구원’ 때문이다. 하느님은
당신께서 창조하신 피조물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인간을 살리기 위
해 당신이 대신 죽으셨다, 아주 참혹히! 그리고 마침내 인간을 살리
셨다.
예수님의 죽음 때문에, 살기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살 수 있게
되었다, 아주 영원히!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 그것이 바로 ‘구원’
이다. 우리는 누구나 ‘영생’을 얻을 수 있으며, 반드시 얻어야만 한
다. 영생을, 그것도 자신 혼자만의 영생이 아니라 우리의 전능하시
고, 자비하시고, 거룩하시고, 위대하신 하느님, 우리의 주님과 함께
하는 영생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분과 같아져야 한다.
끼리끼리 만난다는 뜻의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듯이 하
느님과 같아져야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
가 아닌가? 하느님처럼, 하느님과 똑같아져야만 하느님을 곧바로
만날 수 있다. 티끌 하나라도 하느님과 다른 것이 남아 있다면, 반
드시 그 티끌을 털어 낸 다음이라야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
티끌을 털어 내는 곳을 우리는 소위 ‘연옥’이라고 부르고 있다. 예
수님께서는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를 통하여 연옥의 고통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 것인지를 알려 주셨다.
“그가 소리를 질러 말하였다.
‘아브라함 할아버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라자로를 보내
시어 그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제 혀를 식히게 해 주십시오. 제가 이
불길 속에서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루카 16,24)
그럼에도 여러 성인은 환시를 통하여, 거의 대부분의 영혼이 연
옥을 거친다고 말씀하셨다. 십자가의 요한 성인은 자신의 글 《어둔
밤》 2권 20장에서 연옥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오직 소수의 사람만이 - 곧장 하느님 나라로 가는 데 필요한 - 완전한
사랑에 도달한다.”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도 자서전에서 ‘죽은 이들에 대한 환영’에
대해 설명할 때 극히 소수의 사람만이 연옥을 면하는 경험을 했다
고 말한다.
아르스의 요한 비안네 성인은 이렇게 말한다.
“아주 극소수의 선택된 영혼들만이 연옥에 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 이상의 고통을 연옥에서 겪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하느님을 뵙기 위해 나는 ‘연옥을 거쳐 갈 것인가?’, 아니면 ‘하느
님께로 직행할 것인가?’ 당신은 과연 ‘연옥 정화의 시기’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하느님을 뵐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 ‘연옥을 거치지 않고’ 하느님께 직행하는 길이 있다! 분명
있다. 그럼에도 왜 굳이 그곳을 거치려 하는가?
소화 데레사 성녀가 이미 그 ‘길’을 제시했다.
“빨리 거룩하게 되어 곧바로 천국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아기가 그의 아
버지에게 자신을 온전히 맡기듯이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께 의탁하는 것,
그것이다.”
이탈리아의 루이사 피카레타(1845~1947년)는 예수님께서 자신
에게 하신 말씀을 《천상의 책》에 이렇게 남겼다.
“딸아, 나의 뜻을 이루는 영혼은 절대로 연옥에 가지 않는다. 나의 뜻이
그의 모든 것을 정화하기 때문이다. 내 의지의 보호로 그의 한평생을 엄중
히 지켜 온 내가 어떻게 연옥 불이 그에게 닿도록 허락할 수 있겠느냐? 기
껏해야 걸칠 옷이 그에게 부족할 수 있지만, 나의 뜻이 그 영혼 앞에 신성
을 드러내기 전에 그 부족한 것을 전부 갖춰 입힐 것이고, 그런 후에 비로
소 나 자신을 드러낼 것이다.”(《천상의 책》 11권, 67)
예수님께서는 루이사 피카레타에게 분명히 ‘하느님의 뜻을 이루
는 영혼은 절대로 연옥에 가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방법, 그것은 소화 데레사 성녀가 말씀하
신 대로 ‘아기가 그의 아버지에게 자신을 온전히 맡기듯이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께 의탁하는 것’ 바로, 하느님께 자신의 모든 것을 내
맡기는 삶을 사는 것이다.
하느님께 자신의 모든 것을 내맡기는 삶을 살게 되면 하느님께서
는 당신께 자신의 모든 것을 내맡긴 영혼의 모든 것을 책임져 주신
다. 당신께 내맡긴 영혼의 모든 것을 정화시켜 주시어 절대 연옥을
거치지 않도록 섭리하신다.
그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부터 ‘하느님 나라’를 살게 해 주신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또
‘보라,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 하고 사람들이 말하지도 않을 것
이다.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루카 17,20-21)라고 말씀
하셨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하느님 나라는 우리 가운데 있고, 우리
는 우리 가운데 있는 하느님 나라를 찾아 얻을 수 있다. 이 세상을
거룩하게 살아감으로써 말이다.
“여러분을 부르신 분께서 거룩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모든 행실에서 거
룩한 사람이 되십시오.”(1베드 1,15) 우리 모두는 하느님께 누구나 ‘성인’
으로 부르심을 받았다. 누구나 ‘성인’이 되어야 하고, 될 수 있다! 하
느님께 자신의 모든 것을 내맡김으로써 말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
를 창조하신 우리의 주님, ‘하느님의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