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마리아

{하느님 뜻의 나라 동정 마리아 제27일 (Ⅰ)} 하느님 뜻의 나라의 통고의 여왕/ 닥쳐온 고난의 때

은가루리나 2016. 5. 26. 11:50


  제27일


  하느님 뜻의 나라의 통고의 여왕

  닥쳐온 고난의 때

  수난

  죽임을 당하신 하느님

  체읍하는 천지 만물




  통고의 어머니께 바치는 기도



  사랑하올 통고의 어머니, 

저는 오늘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어머니 곁에 있어야 할 필요를, 

억누를 길 없는 필요를 느낍니다. 

그렇습니다. 

어머니의 격심한 고통의 증인이 될 수 있도록  결코 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그러므로, 아기로서 간청하오니, 

어머니의 고통과 어머니의 아들 예수님의 고통과  

그분의 죽음까지도 제 안에 맡아 간직하는 은총을 주십시오.

그분의 죽음과 어머니의 고통에 의해서 

제가 제 뜻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죽고 

그 위에 하느님 뜻의 생명이 솟아오르게 하는 은총을 입기 위함입니다.




  통고의 여왕님의 훈화



  지극히 사랑하는 아가야, 

극심한 고통 중에 있는 나를 떠나지 말고  계속 동반해 다오. 

하느님께서는 벌써 내 아들의 지상 생활 마지막 날을 정해 두셨다. 

이미 한 사도가 그분을 배반했으니, 

그는 이제 유다인들에게 그분을 넘겨주어  사형에 처해지게 할 것이었다. 


내 사랑하는 아들은 너무나 사랑하시는 자녀들을 찾아 세상에 오셨기에 

당신이 떠나시더라도 자녀들을 홀로 내버려 두기를 원치 않으셨고, 

그래서 더할 수 없는 사랑으로 이미 성체성사 안에 당신 자신을 남기시어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그분을 소유할 수 있게 하셨다. 

그러므로 내 아들의 생애가 이제 끝나가고 있으니, 

바야흐로 그분의 천상 고향으로 돌아가실 때가 된 것이다.



  아 사랑하는 아가야, 

하느님 뜻이 내게 주신 그분을 하느님 뜻 안에 받아들인 나는 

이제도 역시 그 뜻 안에 그분을 내맡기려 하는 것이다.


  가슴이 미어진다. 끝없는 비탄의 바다들이 엄습하고 있다. 

이 격심한 고통으로 나의 생명도 사그라질 것만 같다······. 

하지만 하느님 뜻이 요구하시는 바가 무엇이든지 나는 아무 것도 거절할 수 없었고, 

과연 이 거룩하고 전능하신 뜻 안에 

내 아들을 기꺼이 희생 제물로 바치겠다는 마음이 되었다. 

그런 힘이 생긴 것도 하느님 뜻 덕분이었으니, 

나로서는 이 뜻을 거절하기보다는  차라리 죽는 편이 행복했을 것이다.




  그런데, 애야, 들어보아라. 

그럼에도 내 모성적인 마음은 비탄에 짓눌려 있었다. 

내 아들이, 내 하느님이시며 생명이신 그분이 돌아가셔야 하다니, 

생각만 해도 이 엄마가 죽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이었다. 

그러나 나는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죽음 같은 고통이었는지!


하지만, 사랑하는 얘야, 

너에게 말하기가 거북하지만  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 있거니와, 

그것은 나의 그 고통과 깊은 상처 속에, 

그리고 내 사랑하는 아들의 고통 속에, 

너의 영혼이, 

하느님 뜻의 지배에 순종하지 않는 너의 인간적인 뜻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내 아들과 나는 그런 너의 뜻을 고통으로 감싸고 있었다. 

우리의 고통으로 네 의지에 향유를 부으며  굳건히 하여 

하느님 뜻의 생명을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 하느님 뜻이 나를 지탱해 주시지 않았다면, 

즉 내 극심한 고통의 바다들과 병행하여 

당신의 빛과  기쁨과  행복의 무한한 바다들을 끊임없이 보내 주시지 않았다면, 

나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 겪는 고통의 수만큼  번번이 죽곤 했을 것이다! 


오, 극도의 슬픔에 잠긴 창백한 얼굴로 내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러 오신 예수께서 

금방이라도 통곡이 터질 듯 떨리는 음성으로  이렇게 말씀하셨을 때에, 

나 역시 얼마나 죽음에 이르는 고통을 느꼈던지!


  "어머니, 안녕히 계십시오. 

어머니의 아들인 저를 축복해 주시고 어머니께 순종하며 죽게 해 주십시오. 

저는 어머니의 거룩하신 '피앗' 과 저의 '피앗' 으로 잉태되었으니, 

이 두 '피앗'으로 죽기도 해야 합니다. 

오 사랑하는 어머니, 어서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 (Fiat) 하고 말씀하십시오. 

그리고, '너를 축복한다. 그러니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라! 

이것이 영원하신 분의 뜻이고 내가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얘야, 내 꿰뚫린 마음이 얼마나 큰 비탄에 잠겼겠느냐!

그럼에도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에게는 자발적인 고통이 있었을 뿐 강제적인 고통이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를 축복하였다. 

내 감미로운 생명이시며 사랑하는 아들인 그분은 

더없이 사랑하시는 이 어머니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신 채 출발하셨고, 

통고의 어머니인 나는 잠자코 그분을 보내 드린 것이다.


그러나 그 후부터 나는 영혼의 눈으로 계속 내 아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게쎄마니 동산에서 엄청난 고뇌에 싸여 계신 그분을 보았고, 

그분이 모든 사람에게서, 

특히 가장 믿고 사랑한 사도들에게서마저 버림받으신 것을 보면서 

내 마음도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모른다!




{하느님 뜻의 나라 동정 마리아 제27일 (Ⅱ)} 수난/ 죽임을 당하신 하느님/ 체읍하는 천지 만물



  제27일


  하느님 뜻의 나라의 통고의 여왕

  닥쳐온 고난의 때

  수난

  죽임을 당하신 하느님

  체읍하는 천지 만물




  얘야, 사람이 몹시 큰 고통 중에 있을 때 그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은

사랑하는 이들에게서 버림받는 것이다. 

하물며, 내 아들의 생애가 마지막에 이를 즈음, 

그분에게서 그토록 큰 사랑과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 

이미 그분을 저버리고 사실상 달아나고 말았으니,

바로 그들을 위하여 당신 목숨을 내주려고 하시는 그분의 마음이 어떠했겠느냐!

얼마나 아프고 또 아팠겠느냐!


  피를 흘리며 고뇌하시는 그분을 보면서 나도 함께 고뇌에 싸였고 

나의 모성적인 팔로 그분을 떠받쳐 안고 있었다. 

이처럼 아들과 떨어질 수 없었던 내 마음은 비탄과 사랑으로 녹아내리고 있었고, 

그분의 고통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었다. 

나는 그 고통을 마치 나 자신의 것인 듯, 아니 그 이상으로 통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영적으로) 그분을 따라다녔다.

유다인들이 그분에게 가하는 모든 고통과 고발들이 낱낱이 내 마음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윽고 이튿날 새벽이 되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진 나는 

그분의 제자 요한과 마리아 막달레나와 몇몇 경건한 부인들과 함께 

이 법정에서 저 법정으로, 몸으로도 걸음마다, 그분을 따라가고자 했던 것이다.




  지극히 사랑하는 얘야, 

나는 알몸이 된 내 아들에게 소나기처럼 퍼부어지는 매질 소리와 

병사들이 그분에게 가시관을 씌우며 조롱하고 악마처럼 웃어대며 때리는 소리를 다 들었다. 

그리고 빌라도가 군중에게 그분을 보여 주었을 때에 

망가질 대로 망가져 거의 알아볼 수도 없을 지경이 된 그분의 모습을 보았다. 

또한 귀가 멍멍하도록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하며 외쳐대는 군중의 소리를 들었고 

기력이 다하여 숨을 헐떡이며 어깨에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그분을 보았다. 


차마볼 수가 없어진 나는 

달려 나가 마지막으로 포옹하면서 피범벅이 된 그분의 얼굴을 닦아드리고 싶었건만, 

우리에게는 그것마저 용납되지 않았다! 

오히려 잔인한 병사들이 그분을 묶은 밧줄을 갑자기 잡아당겨 땅에 넘어지시게 했을 뿐이다.


사랑하는 얘야, 

그 엄청난 고난에 싸인 사랑하는 아들에게 

도움마저 줄 수 없는 엄마의 고통이 어떠했겠느냐!

그 모든 고통이 내 꿰뚫린 마음속에 비탄의 바다들을 여는 것이었다! 



  마침내 나는 갈바리아까지 따라 올라갔고, 

거기에서 그분은 온 몸이 뒤틀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시며 

십자가에 못 박혀 높이 달리셨다.

그제야 나는 십자가 아래에 서 있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으니, 

내가 임종 고통을 겪고 계신 그분의 입으로부터 

모든 자녀들을 선물로 받고 

모든 피조물에 대한 모성적 권리의 날인(捺印)을 받은 것은 바로 그 십자가 아래에서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찍이 들어본 적 없는 처참한 고통 속에서 그분은 숨을 거두신 것이다.





  천지만물이 상복을 입고 그들 창조주의 죽음을 애도하였다. 

는 통곡하며 땅 표면에서 빛을 거두었으므로 사방이 어두워졌으며, 

은 자신 창조주의 수난을 통곡하는 강력한 지진으로 군데군데 갈라지며 (내려앉았다). 

일체 모든 것이 통곡에 잠겼으니, 

통곡하며 쪼개지는 무덤으로부터 죽은 자들이 되살아났고, 

성전의 휘장마저 통곡하며 (위에서 아래까지 두 폭으로) 찢어졌다. 

모든 것이 슬픔에,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얘야, 마침내 네 엄마도 비탄으로 돌덩이처럼 굳은 채, 

무덤에 안장하기 위하여 그분의 시신이 내려져 팔에 안기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이 극심한 통고 중에 있는 내 말에 귀 기울여라. 

네 인간적인 뜻의 혼란에 대하여 내 아들의 고난을 가지고 너에게 말하고자 한다. 

내 팔을 무직히 누르며 안겨 계신 그분을 보아라. 

얼마나 흉하게 망가지신 모습이냐!


이 모습은 바로 인간의 뜻이란 것이 

가련한 인간에게 입히는 악들이 어떤 것인지를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 

내 사랑하는 아들은 온갖 비참의 구렁으로 떨어진 인간의 뜻을 끌어올리려고 

자원해서 그 참혹한 고난을 받으신 것이다.

예수님의 모든 고통과 나의 모든 비통이 인간적인 뜻을 하느님의 뜻 안으로 올라오게 한다. 

우리의 사랑은 무한히 크기 때문에 

이 인간적인 뜻을 우리의 고통으로 넘치도록 채워 잠기게 하고, 

내 사랑하는 아들과 내 고통의 한없는 바다로 에워싸서 

안전하게 인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네 통고의 어머니에게는 온통 너를 위한 비탄의 날인 오늘, 

너는 그 보답으로 네 뜻을 내 손에 맡겨, 예수님의 피 흐르는 상처 속에 잠그게 하여라. 

그래야 이것이 그분의 수난과 죽음의 가장 훌륭한 승리가 되고 

또 가장 쓰라린 비통의 승리가 될 수 있다.




  영혼의 응답



  통고의 어머니, 어머니의 말씀이 제 마음을 찌릅니다. 

어머니를 그렇게 괴롭힌 것이 저의 반역적인 뜻이었음을 알게 되었으니 

가슴이 아파 죽겠습니다.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뜻을 예수님의 상처들 속에 넣으시어,  

제 예수님의 고통과 어머니의 쓰라린 비통으로 살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작은 희생 : 오늘 나를 공경하려면, 

사랑의 표현을 다섯 번 하면서 예수님의 상처들에 입 맞추고, 

나의 통고로 네 뜻을 예수님의 거룩하신 옆구리의 상처 속에 묻고 봉해 달라고 내게 간청하여라.

 

  환호 : 예수님의 상처와 어머니의 고통은, 

제 의지를 하느님의 뜻 안에 다시 세우는 은총을 저에게 베풀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