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
1926년 6월 20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소리들과 같은 수의 죽음을 통감하신 예수님.
3 "딸아, 빌라도가 '자, 이 사람이오(Ecce Homo).'하자
모든 이가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없애버리시오!' 하고 외쳤다.
바로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도,
나와 불가분적이며 (고통으로 영혼이) 꿰찔리신 내 엄마도,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없었던 사람들도,
과거와 미래의 모든 세대들도 내가 죽기를 원하고 있었다.
4 입으로 표현하지 않은 사람은 실제 행동으로 그 말을 하고 있었다.
내가 살아 있기를 원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으니,
침묵을 지키는 것으로
다른 이들이 원하는 것에 대한 확실한 동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5 그처럼 모두가 외치는 그 죽이라는 소리가 내게 여간 큰 고통이 아니었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하고 외치는 소리들과 같은 수의 죽음을 통감했으니,
흡사 고통과 죽음의 바다에 빠져 익사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이를 더욱더 사무치게 느낀 것은,
나의 각 죽음이 각 사람 모두에게 생명을 가져오지는 않으리라는 점과
내 죽음으로 말미암아 생명을 얻은 사람도
내 수난과 죽음의 완전한 열매를 받지는 못하리라는 점을 내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6 비탄에 잠긴 나의 인성은
너무나 큰 고통으로 인해 바야흐로 마지막 숨을 거두려는 참이었다.
그러나 내가 죽어가고 있는 동안
나의 지고한 뜻이 그 전지전능한 능력으로 사람들을 내 눈앞에 보여 주었는데,
그들은 다 하느님의 영원하신 의지가 절대적인 통치권을 가지고
자기들 안에서 다스리도록 할 사람들이었고,
따라서 내 수난과 죽음의 완전한 열매도 먹게 될 사람들이었다.
7 그들 가운데에 내 사랑하올 어머니가 보였는데, 바로 그들의 머리이셨다.
그분은 나의 삶과 수난과 죽음에 담겨 있는
모든 재보(財寶)와 열매들을 맡아 가지고 계셨다.
나의 숨결 하나도 허비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고,
그 고귀한 열매를 소중히 간직하는 일을 게을리 하신 적도 없었다.
8 그 (모든) 것이 내 어머니에게서 '내 뜻의 조그만 갓난이' 에게,
또 하느님의 지고하신 의지로 하여금
자기 안에 그 의지 자신의 생명과 나라를 가지게 해 드릴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지도록 되어 있었던 것이다.
9 (생명의 불이) 꺼져 가고 있었던 내 인성은
내 생애와 수난과 죽음의 완전한 열매가
(그토록) 안전하고 든든하게 세워지며 수호되는 것을 보자,
그 고통스러운 수난의 길을 다시 계속 갈 수 있었다.
창조사업과 구원사업과 성화사업에 담긴 재보와 열매를 완전히 가져오는 것은
홀로 내 뜻뿐이다.
그러므로 내 뜻이 다스리는 곳은 어디든지 우리의 모든 사업에 생기가 충만하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어중간하거나 불완전한 것이 하나도 없다.
10 한편, 내 뜻이 다스리지 않는 곳에서는,
설령 어떤 덕행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것이 볼품없이 비참하고 불완전하다.
어쩌다 무슨 열매를 내놓더라도 생것이거나 덜 익은 것이고,
내 구원사업의 열매를 먹는다고 해도
얼마 안 되는 분량만 먹기 때문에 약하고 열이 있고 병들기 쉬운 몸으로 자라고,
약간의 선행을 한다고 해도 하는 수 없어하기 때문에 그 부담감에 짓눌린다.
11 나의 뜻은 그 반면에 인간적인 뜻을 비우고
그 빈자리에 신적인 힘과 선의 생명을 넣어 둔다.
그러니 내 뜻이 자기 안에서 통치하게 하는 영혼은
압박감 없이 선을 행하고,
그가 받아 지닌 선의 생명이 저항 없이 선행을 하도록 그를 이끈다.
12 내 인성은 따라서 나의 수난과 죽음에서 생명을 얻고,
또한 내 뜻이 (자기들을) 다스리게 하는 사람들 안에서 생명을 얻는다.
그러므로 내 뜻이 영혼들 안에 자신의 나라를 세울 때,
그때에야 비로소 창조사업과 구원사업도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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