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38-40
창에 찔린 예수 화살에 꽂힌 신부
제1부 거룩한 내맡김 영성
06 ‘내맡기다’는 말의 한자나 영어의 의미는?
2009. 12. 20.
내맡기다는 한자로 무엇인가?
그것은 ‘위탁委託’이다.
‘맡길 위委’와 ‘부탁할 탁託’이다.
‘맡겨 부탁하는 것’이다.
‘의탁 依託’이라는 단어를
‘내맡김’의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의탁’이라는 단어는 ‘위탁’에 비해 그 의미가 매우 약하다.
‘의지할 의依’, ‘부탁할 탁託’
‘의지해서 부탁하는 것’은 맡길 수도 있고 찾아올 수도 있다.
누구나 쉽게 의탁할 수 있고, 또 쉽게 찾아올 수 있다.
그러나 ‘위탁’은 다르다.
전적으로 내맡겨 의탁하는 것이 ‘위탁’이며,
한 번 ‘위탁한 것’은 다시 찾아올 수 없다, 절대로!
그래서 ‘아무나’ 위탁할 수 없다.
‘지혜롭다는 사람’은 할 수 없다.
‘슬기롭다는 사람’도 할 수 없다.
오로지 하느님의 ‘철부지들’만이 할 수 있다(루카 10,21 참조).
‘맡길 위委’는 ‘계집 녀女’에 ‘벼 화禾’가 합쳐진 말이다.
이 말에는 ‘여자는 벼 이삭처럼 고개를 숙이고
모든 일을 남자에게 맡긴다’는 뜻이 있다 한다.
그러면 ‘내맡기다’는 영어로 무엇인가? ‘
내맡기다’, ‘위탁하다’라는 말을 영어로 번역해 보면
그 의미가 좀 더 분명해진다.
‘내맡기다’, ‘위탁하다’는
영어로 ‘어밴던Abandon’ 또는 ‘서렌더Surrender’다.
‘어밴던’과 ‘서렌더’는 다음과 같이 다양한 의미가 있다.
Abandon: 버리다, 포기하다, 폐기하다, 유기하다, 떠나다.
Surrender: 항복하다, 포기하다, 인도하다, 자수하다, 몸을 맡기다.
두 단어 중 나는 ‘어밴던’을 택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프랑스의 장 피에르 드 코사드Jean-Pierre de Causade(1675~1751년)
신부님의 책, 《하느님 섭리에 내맡김》이
지금까지 나의 영적 지도자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어밴던’에는 ‘자기 포기Give up’의 뜻이 강하다.
‘코미트Commit’도 맡기다, 위탁하다, 위임하다는 뜻의 단어지만,
이것은 일반적인 보관이나 보호를 위해 위탁한다는 뜻으로,
맡겼다가 다시 찾을 수 있는 맡김이다.
내맡김의 의미가 약하다.
우리말, 한자, 영어로 그 단어의 의미를 알아본 대로,
‘하느님께 자신의 모든 것을 내맡기는 행위’는
‘자신의 전 존재를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이다.
내맡김의 행위는
남김 없는 자기 봉헌이기에 참으로 순수한 것이며,
하느님께 자신의 전 존재를 내맡기는 영혼만이 할 수 있는
참으로 위대하고 거룩한 행위이다.
‘내맡김의 행위’는 그 말의 의미 그대로
적당히 필요할 때 그저 맡기고 그렇지 않으면 찾아오곤 하는 식의
‘맡김의 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게 되었다.
내맡기는 것, 하느님께 자신의 모든 것을 맡겨 드리는 것은
단 1%의 남김도 없어야 한다.
완전히 100%! 0.00001%,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전한 맡김,
‘내 뜻’을 완전히 포기하고 ‘하느님의 뜻’만 남은 상태,
‘하느님의 뜻’을 완전히 소유한 상태,
소위 무아無我의 상태,
무아지경無我之境.
그것이 바로 거룩한 내맡김 영성이다.
그렇다, 그것이! 참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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