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에 찔린 예수 화살에 꽂힌 신부

05 ‘내맡기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은가루리나 2019. 11. 12.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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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에 찔린 예수 화살에 꽂힌 신부

제1부 거룩한 내맡김 영성
05 ‘내맡기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말인가?
2009. 12. 20.




“하느님께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긴다.”라고 말할 때
그냥 ‘맡긴다’고 하면 그 의미가 매우 약해진다.
하느님께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길 때는 ‘내맡겨야’ 한다.


‘맡기는 것’과 ‘내맡기는 것’의 차이는 국어사전에 잘 나와 있다.

‘맡기다’라는 말을 찾아보면,
첫째로 어떤 일을 “남에게 부탁하거나 위임하다.”,
둘째로 “하게 내버려 두다.”라고 나와 있다.

‘내맡기다’라는 말을 찾아보면,
첫째로 “아주 맡겨 버리다(운영권을).”,
둘째로 “되는 대로 내버려 두다(운명에).”라고 나와 있다.


‘맡긴다는 것’은 맡겼다가도 다시 찾을 가능성이 크다.
맡겼다가 찾을 수 있고 다시 맡겼다가 또다시 찾을 수 있다,
얼마든지 말이다.

그러나
‘내맡긴다는 것’은 사전에 나온 대로
아주 완벽하게 맡겨 버리는 것이다, 영원히 말이다.
한 번 내맡겼으면 다시 찾을 수 없다, 아주 영원히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 번 내맡겼으면
그 맡긴 것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삶아 먹든 구워 먹든
상관하지 말아야 한다.
막말로 내 눈앞에서 엄청 난리를 치더라도
그냥 내버려 두어야만 하는 것이다.

‘맡기다’는 말보다 ‘내맡기다’는 말에서 그 의미가 강하게 느껴진다.



특히 ‘내맡기다’의 접두어인 ‘내’는 국어사전에 아주 잘 나와 있다.

접두어 ‘내’
첫째로 ‘밖으로’라는 의미와
둘째로 ‘힘차게’라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내’라는 접두어가 붙은 단어가 많이 있는데,
그중에는 우리가 자주 듣고 사용하는 단어인
‘내던지다’, ‘내버리다’, ‘내쫓다’, ‘내딛다’, ‘내갈기다’ 등이 있다.

그냥 적당히 던지고, 버리고, 쫓고, 딛고, 갈기는 것이 아니라
‘매우 힘차게 밖으로’ 던지고, 버리고, 쫓고, 딛고, 갈긴다는 말이다.
이는 ‘절대 돌이킬 수 없다’는 매우 강한 의미가 있다.



우리가 하느님께 우리의 모든 것을 내맡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한 번 우리의 모든 것을 내맡겨 드렸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이끌어 가시든
우리는 그저 물 위에 떠 있는 낙엽처럼, 부는 바람처럼
그저 하느님께서 하고자 하시는 대로 그냥 내맡겨 드려야 한다.

이것이 바로 ‘내맡기다’는 말의 본뜻이며,
거룩한 내맡김 영성의 시작이며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