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의시간들21

{20권 28장} 돌연사와 같이 사람이 보기에 실총(失寵)으로 여겨지는 것이 흔히 더 큰 은총일 수 있다

은가루리나 2016. 12. 16. 01:51





20-28



1926년 11월 21일



사람의 임종의 순간과 예수님의 자애




1 나의 한 언니의 돌연한 죽음 때문에 여간 슬프지 않았다.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언니와 함께 계시지 않으면 어쩔까 하는 두려움이 

가슴을 후벼 파는 것 같았다.

그때 내 지고한 선이신 예수님께서 오셨으므로 그 고통을 말씀드렸더니,

더없이 인자하신 음성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두려워하지 마라.

죽어가는 불쌍한 사람에게 주어질 수 있는 모든 것,

곧 성사들과 모든 도움을 대신하는 것이 바로 내 뜻이 아니냐?

그 사람의 뜻이 그 최후의 순간에 

성사들과  어머니인 교회가 주는 도움을 받겠다고 하면   더욱 더 그러하다.


3 네가 알다시피

내 뜻은 그 영혼을 이 세상에서 갑자기 채가면서 

나로 하여금 내 인성의 자애로 그녀를 에워싸게 하였다.

인간적이며 신적인 내 마음이   더없이 큰 사랑을 그 활동 현장에 넣어,

그녀의 결점과 약점과 나쁜 격정들이  무한하고 거룩한 자애의 우아함을 입고  

또 그렇게 보이게 하였다.


4 그리고 내가 나의 자애를 현장에 넣을 때에는 

따뜻한 동정심을 가지고  그 영혼을 안전한 항구로 건너가게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네 예수의 자애의 승리인 것이다.

게다가, 

인간의 도움이 없는 곳에는 하느님의 도움이 풍부하다는 것을 너는 모르느냐?


5 그녀 주위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도움을 청하고 싶어도 청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너는 걱정하지만,

아, 딸아,

그 순간은 인간의 도움이 그치는 순간이요,

그것이 아무 가치도 효력도 못 내는 순간이다.

임종자는  창조주와의 유일하고 일차적인 행위 속으로 들어가고,

다른 누구에게도 그 속에 들어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까닭이다.


6 그러므로 타락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돌연사가 악마의 활동이 그 현장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악마는 임종자를 유혹하거나 간교한 방식으로

(하느님에 대한) 공포심을 불어넣는 따위 활동을 하는데,

돌연사의 경우에는 그가 임종자를 유혹하거나 따라다닐 겨를도 없이 

(하느님에게) 빼앗기고 만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런즉 

사람이 보기에 실총(失寵)으로 여겨지는 것이 흔히 더 큰 은총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