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기도

마음의 기도|★마음의 기도

은가루리나 2018. 4. 14. 09:28




마음의 기도



들어가며



종교로의 회귀는 꿈에서 깨어난 우리 시대의 한 현상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무질서하고 종종 일탈된 모습들에 한탄한다.

문화사와 교의에 대한 충분한 바탕 없이 오류에 빠질 위험 또한 적지 않다.

길을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때로는 길을 잃거나

미처 펼쳐 보지 못한 날개를 다칠 위험을 감수하면서 그 길을 홀로 통과해야 한다.


그리스도인, 비그리스도인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이 자신들 고유의

문화적. 종교적 토대를 벗어난 곳에서 영적 체험에 이르는 길을 찾고 있다.

세계 대종교들의 보화에 매혹된 이들 가운데

그리스도교 전통에 담겨 있는 보화를 알고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다른 곳에서 찾는 보화가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 있다.

타 종교의 매력에 빠지면 자신의 무지가 감추어질까 하는 안일한 생각도 해 보지만,

그것조차 만족스럽지 못할 때는 어쩔 수 없이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 있는 보화를

다시 찾으려 노력한다. 이것은 애석한 일이다.

어떤 경우에는 그리스도교가 내적 생활, 하느님께 나아감, 그분과의 만남과

일치의 길을 제공한다는 사실이 무슨 새로운 발견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생명력을 면면히 유지해 온 그 길 가운데 하나인 '예수기도"에 관해 다루고 있다.

'마음의 기도'라고도 불린 이 기도는 그리스도교 초기부터 알려졌다.


예수기도 수행은 신약 전승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기도는 독수도승과 은수자들, 회수도승들의 '사다리'였다.

동방교회 안에서 '헤시카즘'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져 온 예수기도는

역사의 그늘에 가려졌다가 14세기 말 러시아에 독특한 방식으로 부흥을 맞이한다.


마음의 기도와 예수 이름에 집중하는 기도를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헤시카즘의 기도는 그 완성된 형태에 있어 약간 더 후대에 속한다.


그렇다면 서방 라틴 세계는 이 기도를 몰랐던 것일가?

유명 무명한 여러 작가에게서 다만 피상적인 흔적이 드러날 따름이다.


그런데 이 전통이 로마 가톨릭 신자와 개신교 신자들에 의해

재조명되고 있다는 사실은 교회일치를 예견하는 듯하다.

교회일치는 화려한 선언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고, 이 책에 인용된 저자 대부분은

교회 분열 이전 시대에 살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것이다.

그리고 이 유산은 세례의 은총처럼 성장하고 열매 맺어야 한다.


고대인들에게 접근하는 것이 새삼 복고주의를 선언하자는 것은 아니다.

외려 모든 참된 전통은 쉼 없이 솟아나는 생명의 샘처럼 오늘날에도 살아 있는 실재다.

그 샘이 없다면 우리 마음은 언제까지고 메마른 상태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