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나라가 오소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소서! 루이사 피카레타의 생애와 사명 〔제3장-산 제물이 된 영혼〕(p.37-54)

은가루리나 2015. 12. 10. 10:35


3


산 제물이 된 영혼



1 (p.37)

 

  사탄이 루이사 피카레타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었던 시기, 

곧 1878년부터 1881년에 걸쳐 이탈리아는 민중 소요 사태에 휩싸여 있었다. 

이 시기가 끝나갈 무렵 루이사 피카레타는 새롭고도 더욱 심한 고통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1881년에 

루이사의 부모는 몹시 쇠약해진 그녀를 쉬게 하려고 토레 디스페라토 농장에 데려갔는데, 

여기에서 지내던 중 일어났던 일을 그녀는 이렇게 회상하였다.

 


  "시골에서 지내던 어느 날, 마귀들이 최종적인 유혹을 하려고 들었는데, 

어찌나 고통스러운 것이었는지 힘이란 힘이 다 빠져 버려 실신할 지경이었다. 

실상 저녁 무렵이 되었을 때 나는 완전히 의식을 잃었고 거의 죽게 되었다. 

그때, 수없이 많은 원수들에게 둘러싸이신 예수님을 뵈었다. 

그분을 난폭하게 두들겨 패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빰을 후려갈기는 자들도 있고, 

어떤 자들은 가시관을 들씌우고 또 다른 자들은 그분의 팔다리를 꺾고 있었다. 

너무도 세게 때리는 통에 그분의 몸이 거의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이었다. 

그 후에 그들은 그토록 만신창이가 되신 그분을 지극히 거룩하신 동정 성모님의 팔에 안겼다… 

이 광경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했는데, 

그것은 예수님께서 사람들로부터 받으시는 고난에 비하면 

마귀들에게 시달려 온 나의 고통은 하찮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그때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대부분의 인간이 내게 엄청난 모욕을 가하고 있음을 알았겠지?... 

그들 가운데에는 미처 깨닫지도 못한 채 늘 악으로 기울어져서 

이 구렁에서 저 구렁으로 떨어지다가 결국은 지옥…으로 떨어지고 마는 자들도 많다. 

그러니 너는 나와 함께, 능욕되고 있는 하느님의 정의에 너 자신을 산 제물로 봉헌하여라. 

계속 저질러지는 한없이 많은 죄를 보상하는 산 제물 말이다. 

그러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죄인들의 회개를 우리에게 허락해 주실 것이다.

 

  알아두어라, 네 눈앞에 두 가지 영역이 있다는 것을. 

첫째 것은 다소 혹심한 고통의 영역이요, 다른 것은 아주 특별한 은총의 영역이다. 

네가 첫째 것을 거부하면, 

물론 용감하게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약속되어 있는 은총을 나누어 받지 못하게 된다.

네가 그것을 받아들이면....나는 너를 홀로 버려두지 않고 네 안으로 들어가서 

사람들이 내게 범하는 모든 잘못으로 인한 고통을 받을 것이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허락되는 매우 특별한 은총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통의 영역으로 들어갈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네가 도움과 인도와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지극히 거룩하신 내 어머니를 보내 주겠다. 

내 어머니께서는 네가 응답하는 정도에 따라서 무슨 은총이든지… 너에게 주실 수 있다...’


  예수님은 이 말씀을 하신 후 지극히 거룩하신 당신 어머니를 내게 맡기시는 것 같았고, 

어머니께서는 기쁨으로 환히 빛나는 얼굴로 기꺼이 나를 받아들이셨다. 

나 역시 감사해 마지않으면서, 내게 바라시는 모든 것에 순종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예수님과 성모님께 나 자신을 봉헌하였다.

 

  예수님의 뜻에 나의 뜻을 일치시키는 이 최초의 순종 행위에서 의식을 회복했을 때에, 

는 처음으로 일찍이 체험한 적 없는 격렬한 고통에 잠겨 있었는데, 

그것은 나 자신의 허무에 대한 고통이었다. 

땅을 기어 다니는 것밖에는 거의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징그럽고 하찮은 구더기만도 못한 자신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주님을 향하여 말씀드렸다.


  ‘오, 어지신 예수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당신의 전능이 제 안과 제 주위를 무한히 짓누르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저를 지탱해 주시지 않는다면 이 허무한 인간은 결국 산산이 으스러지고 말 것입니다. 

제게 고통을 주십시오.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그, 이와같은 상태로는 지난 어느 때보다 더한 죽음만 느끼게 되니, 

부디 제게 더 큰 힘을 주십시오.’


  그날부터 나는 하느님의 은총과 도움을 더 많이 받게 되었다. 

주님과 성모님께서 번갈아 나를 찾아주셨고, 

마귀들의 공격을 받을 때면 거의 끊임없이 오락가락하셨다. 

마귀들은 내가 고통을 받아들일 태세를 갖출수록 더욱더 분통을 터뜨렸다. 

말할 것도 없이, 

마귀들이 그때까지 내게 겪게 했던 고통은 형용할 수 없도록 큰 고통이었지만, 

그럼에도 

인간이 하느님을 거스르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죄들을 속죄하고 보상할 각오로 

내가 예수님의 손에서 받게 된 고통에 비하면, 이 가운데서 가장 작은 고통에 비해도, 

저것은 그림자에 불과한 것으로 느껴졌다.”

 


2 (p.40)


  며칠 후 예수님께서 당신의 가시관을 루이사의 머리에 씌우셨고, 

이로써 산 제물로서의 사명을 확고히 해 주셨다. 

어찌나 세게 눌러 씌우셨는지 가시들이 머릿속까지 깊이 파고들었고, 

귀와 눈과 목덜미와 목구멍마저 찔러 음식을 삼키지도 못하게 하였다.

이 새로운 고통은 다른 이들의 눈에 숨길 수 없는 것이었다. 

며칠동안 먹지 못하고 자주 기절하는 바람에 놀란 부모는 의사를 불렀지만 

그녀의 증상은 의사를 난감하게 할 뿐이었다.

그러자 부모와 친척들이 그녀의 병에 대해 각자 나름대로 이러쿵저러쿵 설명을 늘어 놓았다. 

어떤 이들은 루이사가 영성체를 못해서 애통해하고 있음을 알기에 

부모가 토라토에 데려가지 않을 수 없도록 꾀병을 부리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저마다 자신의 “처방” 을 내놓았는데, 

냉수욕을 시켜야 한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산책을 시켜야 한다는 사람, 

약을 삼키게 해야 한다는 사람, 억지로라도 음식을 먹여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의사는 신경성 질환이 아닌지 의심하면서 

낮 동안은 계속 편안하게 해 주고 밤에는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가족의 이러한 “취급” 과 오해가 루이사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녀에게 참고 견디라고 이르셨다.

 


  “애야, 힘내어라. 내가 너의 전부인데, 무엇이 두려우냐? 

나도 역시 의견이 분분한 각계각층의 사람들 때문에 고난을 받았다는것을 기억하여라. 

어떤 이들은 내가 행한 지극히 거룩한 일들을 그릇된 일, 나쁜 일로 여기곤 하였다. 

나를 마귀 들린 자라고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즉 사랑들에게서 받은 내 고통에 너도 참여하기 바란다. 

너는 나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느냐?“

 


  이처럼 루이사는 몇 년 동안 계속 고통을 받았는데, 

가족들의 비난과 오해에서 오는 고통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양친은 그녀의 건강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일념으로 

이 의사 저 의사에게 데리고 다니며 잇달아 검진을 받게 했지만, 

그렇게 사람들 앞에 노출되는 것이 

다른 모든 고통들보다 더 괴로운수치감을 안겨 주었던 것이다. 

그녀는 이에 대해 이렇게 썼다.


  “이런 상태에서 때로는 수치감에 잠길 때도 있었는데, 

특히 내가 고통 받는 광경을 누군가에게 들켰을 때였다. 

몸이 건강할 때에 가족들과 더불어 이야기하는 것도 언제나 여간 큰 희생이 아니었던 나로서는 

이처럼 고통이 계속되는 상태에 있고 보니, 어느 때보다도 더 당황해서 얼굴이 달아올랐고,

얼이 둘러빠져 완전히 멍해지는 느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랑하올 예수님께 줄곧 쓰라린 눈물을 흘리며 말씀드렸다.


  ‘주님, 저의 고통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있는것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가족들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들까지도 제 일에 이러쿵저러쿵 끼어들곤 합니다… 

당신만이… 제가 아무도 모르게 고통을 받게 하실 수 있습니다. 

간청하고 또 간청하오니, 당신의 어지심으로 모쪼록 제게 응답해 주십시오!’


  주님께서 처음에는 이 말을 못 듣은 체하셨으므로 나는 더욱 더 괴로웠다. 

이윽고 그분께서는 나를 측은히 여기시며… 말씀하셨다.

 


  ‘그것은 네게 고통을 안겨 주는 일이니, 네가 그렇게 하소연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너에 대한 사랑으로 내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았는지 기억해야 한다. 

나의 고통 역시 어떤 시기에 이르기까지는 사람들 눈에 완전히 감춰져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뜻이 나로 하여금 드러나게 고난을 받기를 원하시는 때가 되자...

옷벗김을 당하여 수많은 군중 가운데 알몸으로 있기까지 

갖은 비웃음과 치욕과 무참한 일을 겪었다. 

이보다 더 무참한 일을 생각할 수 있겠느냐? 

나의 인성 역시 이처럼 극도의 수모를 겪었지만, 

그래도 내 눈은 아버지의 뜻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늘과 땅 앞에서 

최소한의 수치심도 없이 더없이 부끄러운 짓을 하는 사랑들의 모든 죄를 보속하려고 

그 아픔과 고통을 봉헌한 것이다…

내 아버지께 이렇게 말씀드렸던 것이다.

 ’거룩하신 아버지, 저의 이 무참한 수모를, 

수치심도 자제력도 없이 

드러나게 아버지를 모욕하는 모든 사람의 모든 죄에 대한 보속으로 받아들여 주십시오. 

그들은 그렇게 행동함으로써 

작은 자녀들을 걸려 넘어지게 하는 중대한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3 (p.43)


  루이사는 열일곱 살 때부터 이와 같이 고통을 받았으니 활동 영역이 갈수록 제한되고 있었다. 

열여덟 살이 되었을 때 ‘도미니코 제3회’ 에 입회하여 마리아 막달레나라는 이름을 받았고,

비록 영적인 성격을 띤 모임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이 그녀가 집이라는 범위 밖의 어떤 회에 가입한 최종적인 것이었다.

결국 그녀는 고통으로 말미암아 침상에서만 지내게 되었다. 

자주 의식을 잃었으며, 입과 턱이 너무 세게 악물려 있어서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고, 

가족이 억지로 물 몇 방울을 삼키게 하면 단박 토하곤 하였다. 

스물두 살 때에는 18일간 반신불수가 되어 양팔도 입도 움직이지 못한 적이 있었다. 

몇 방울의 약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지만 그 약물마저 이내 토하고 말았던 것이다. 

18일이 지나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부모는 사제를 집에 모셔오게 하였다.

 


  “고해 사제는 거의 돌덩이처럼 굳어 있는 나를 보고 십자성호를 그으면서 

그 죽음의 수면 상태에서 깨어나라고 내게 명령 했다. 

그리고 마비된 신경이 제대로 움직이도록 나를 도와주었다. 

내가 충분히 의식을 회복했을 때에 그 사제는

 ‘말해 주시오. 대관절 어찌 된 일이오? ’ 하고 물었다.

나는 모든 일을 감춘 채 다만 이렇게 대답하였다.

 ‘신부님, 이건 아무래도 악마가 한 짓임에 틀림없습니다. ’ 

그러자 고해 사제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주저 없이 내게 말하는 것이었다. 

‘악마의 소행은 아니니 두려워 하지 마시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사제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대에게서 악마를 쫓아낼 것이오. ’ 

그런 다음 그는 내 팔을 정상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입도 정상적으로 열 수 있게 하여 

약간의 식사를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

 


  이 일이 있은 후 얼마 동안 루이사는 건강을 회복하여 

다시 몸을 움직이며 성당에도 계속 나갈 수 있었다. 

영성체를 하고 나면 예수님께서 당신의 고통을 나눌 시간을 알려 주셨고, 

그것이 끝날 무렵에는 스스로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주셨다. 

그러나 아직 스물두 살이었던 어느 날 그녀는 다시 마비 상태가 되었다. 

몸이 돌덩어리처럼 딱딱해졌으므로 왜소한 체격임에도 아무도 들 수 없을 만큼 무거워졌다. 

이 시체 같은 상태로, 그러나 의식은 남아 있는 상태로 혹심한 고통을 겪었던 것이다.

 

  루이사의 부모는

화석같이 굳어버린 딸을 보면서 미어지는 가슴으로 사제를 부르러 다녔으나 

거절을 당하곤 하였다. 

마침내, 그렇게 죽음 고통을 겪은 지 11일째 되는 날, 

어릴 때의 고해 사제였던 미켈레 데 베네딕티스 신부가 찾아와서 

십자성호로 그녀의 의식을 회복시켜 주었다. 

이 체험을 통하여 루이사는 자신의 그 상태를 다스릴 수 있는 것은 성직자의 능력이지 

그의 성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 깨달음이 위안이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왜냐 하면 그 마비 상태에서 풀려나기 위해 사제들에게 의지해야 한다면 

결국은 자신의 내적 삶에 대해 털어놓아야 하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4 (p.45)


  루이사의 내적 삶은 

1882년 산 제물의 신분을 받아들인 이래 더욱 더 풍요롭게 성장하고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그녀가 아홉 살 때부터  특히 영성체 후에  말씀을 주시기 시작하셨고, 

1882년에는 그녀로 하여금 성탄 준비 9일기도를 바치게 하시면서 

당신께서 아홉 달 동안 어머니의 태 안에서 겪으신 고통들을 알려 주셨다. 

이 9일기도를 통해 루이사는 강생의 첫 순간부터 사작된 예수님의 수난을 깊이 알게 되었다. 

마침내 그분께서는 당신의 수난 고통에, 

인류의 죄로 인한 고통과 아버지에게서 버림받으신 고뇌에 더 깊이 동참하게 하시면서, 

성목요일 저녁부터 성금요일 오후까지 겪으신 고통들을 시간마다 알려 주셨다

낮 24시간에 걸친 이 「수난의 시간들」에 대한 묵상에 의하여 

그녀는 예수님과 함께 고난 받으며 보속하는 법을 익혀 갔다

그러나 자기 영혼을 열어 보일 사제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았다. 

 

  1882년부터 1887년까지 

‘아우구스티노회’ 소속 사제 코시모 디 로요디체 신부가 

루이사의 정규 고해 사제로 활동하였다. 

그는 성실히 찾아와서 그녀를 시체 같은 상태에서 풀어 주었으나, 

그녀의 내적 삶에 대해서는 거의 질문을 하지 않았고 

이 상태의 진정한 원인을 식별하기 위한 결정적인 노력도 하지 않았다. 

더욱이 수도회에 속해 있었으므로 루이사에게 필요할 때 늘 방문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루이사는 자신을 골치 아픈 존재로 

또는 성녀 소리를 듣고 싶어 속임수를 쓰는 사기꾼으로  여기는 

다른 사제들의 손에  맡겨지는 몸이 되곤 하였다. 

어쩌다 어떤 사제가 와서 그 시체같은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경우에도, 

이따위 짓을 꾸며 성가시게 한다고 꾸짖을 뿐이었다.

 

  한번은 디 로요디체 신부가 부재중이어서 루이사가

먹지도 마시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심한 고통을 겪는 상태로 있은 지 18일 만에 

어느 한 사제가 와서 회복시켜 준 일이 있었다. 

사제들에게 종속되어 있는 그녀를 사제들은 오해와 의심으로 대했기 때문에 

심한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인데, 

예수님께서는 그러나 참고 견디도록 격려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얘야,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어둠도 주고 빛도 주는 하느님이 아니냐? 

지금은 어둠의 때이지만 머지않아 빛의 때가 올 것이다. 

더욱이, 

나는 항상 사제들에 의해서 내 일을 드러내는 방식을 취한다는 것을 네가 알기 바란다. 

사제들에게 영혼을 속속들이 알고 판단할 능력과 

모든 것이 신적 계시의 기준에 부합한 것이라면 확신을 가지고 정진하도록 

영혼을 격려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고, 

반대로 계시의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중지시키며 무시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준 것이다.“



  디 로요디체 신부는 산 제물로서의 루이사의 소명에 대한 결정적인 확증을 받지 못한 채 

4년 동안 그녀의 고해 사제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1887년 당시 남부 이탈리아에 만연한 콜레라를 통해 

그 초자연적 부르심의 첫 표징이 드러나는 것을 보았다.

 


  “하느님께서는 이 시기에 콜레라가 날로 더욱 창궐하는 상황을 허락하셨다. 

그 기세가 얼마나 굉장한지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어느 날 나는 

악한 사람들이 수없이 범하는 모욕으로 인한 하느님 의노의 이 가라앉힐 수 없는 징벌을 

주님께서 부디 거두어 주시기를 간청하면서 평소보다 더 열렬히 기도하고 있었다. 

그렇게 기도하고 있노라니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나타나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좋다. 너 자신을 보속의 산 제물로 봉헌하고자 한다면, 

그리하여 네 몸과 영혼에 주어질 몹시 괴로운 고통들을 다 즐겨 받겠다면, 

너의 원을 채워 주마.'

 

  그래서 나는 그분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주님, 그 고통들을 저와 주님만의 비밀로 해 주시면 무엇이든지 달게 받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시지 않으면 저는 어떨 수 없습니다. 

사제들이 저를 어떤 태도로 대할지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

 


  예수님께서는 매우 다정하게 대답해 주셨다.

 '딸아, 만일 내가 사람들이 내 인성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서 생각하려고 들었다면 

확실히 인류 구원 사업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그 대신 나는... 

사람들이 나를 거스르는 태도나  

행동으로 부당하게 내게 끼친 아픔과 고통과 비탄과 치욕을 

그들의 영원한 구원을 위하여 내 영원하신 아버지께 바쳤던 것이다.

 

  나는 너에게 그런 내 삶을 본받기를 바란다는 것을 잊었느냐? 

내가 33년 동안 행했던 모든 것을 통하여 나를 본받으려면, 

괴로움과 반대와 아픔과 비통과 죽음 고통을 받을 뿐만 아니라, 

내가 받았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받기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 너의 뜻에 대해서는 죽고... 너를 반대할 뿐더러 괴롭히기도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이들 역시 내 피로 속량된 나의 자녀들임을 명심하면서, 

네가 사랑과 보속과 속죄의 산 제물이 되기를 바란다. 

이 사람들에 대해서 네가 참된 사랑을 느낀다면 

그들의 구원을 위해서 모든 것을 기꺼이 내어 주게 될 것이다.‘

 


  예수님의 이 지당한 말씀을 듣고 내가 어떻게 저항할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나는 예수님께서 내게 원하시는 산 제물의 신분을 받아들이기로 하였고, 

실제로 바로 그날 저녁에 갑자기 그분께로부터 오는 고통의 상태에 들어가게 되었으며 

꼬박 사흘동안 의식이 없었다... 나를 회복시켜준 사제는 농담조로 내게 이렇게 말했다.

 

  ‘지난 며칠 동안 우리 가운데 위대한 선교사가 와 있었소.  

그는 그의 설교 직무를 통하여 많은 선익을 가져왔소. 

평생토록 성당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을 사람들이… 

우리 사제들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는 모습이 보였으니 말이오. 

그들은 이 탁월한 설교자의 소리를 듣고 은총에 굴복함으로써 

영원한 생명이라는 열매를 얻게 된 것이오.’


  이 말을 들은 나는 그 선교사가 어디에서 설교했는지 물었다.

그러자 고해 사제는

‘모든 교회들 안에서 뿐만 아니라 교회 밖에서도, 

곧 광장이든 사교 클럽이든 가게든 가정이든 어디서나 그렇게 하였소...’ 하고 말하였다.

그 선교사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하고 내가 묻자 사제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는 훌륭한 이름을 지니고 있소. 

누구나 그를 ’하느님의 징벌, 콜레라 신부’ 라고 부르고 있소. 

즉 콜레라를 말하는 것이오 ’



5 (p.50)


  그 전염병은 루이사가 사흘 동안 받은 고통에 의해 물러갔고,

또한 고해 사제로 하여금 산 제물로 불린 그녀의 소명을 확신하게 했던 것이다. 

하지만 디 로요디체 신부는 콜레라 사건 이후 코라토를 떠나게 되었다. 

장상들이 그의 임기를 단축하여 신설 수도원으로 가게 했기 때문이다. 

루이사는 (자신을 괴롭히지 않은 유일한 사제였던) 그가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괴로웠다. 

그러나 마침내 자신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새 고해 사제를 만나게 되었으니, 

바로 어린 시절의 고해 사제 미켈레 데 베네딕티스 신부였다.

 

  “(먼젓번 고해 사제에게는) 마음을 열 수가 없었으니, 

지금에 와서 볼 때, 이는 오직 하느님의 뜻과 허락으로 말미암은 일이 었던 것 같다. 

내 삶 전체에 대한 이야기를, 

현재 언급하고 있는 고해 사제에게 다 털어놓게 하시기 위해서 말이다. 

하기야, 이 고해 사제는 내 마음 속을 꿰뚫어 볼 줄 아는 특별한 소질이 있었을뿐더러, 

기꺼이 내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자발성과 인내심도 지니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에게서 그런 좋은 성향을 발견하자 

서서히 용기를 내어 나의 내면을 온통 열어 보임으로써, 

마치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낱말 하나하나를 읽는 것과 같이, 

주님께서 내게 주신 모든 은총들을 판독(判讀)하게 하였다.”



  데 베네딕티스 신부는 루이사가 자신을 산 제물로 봉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자기의 허락 없이는 더 이상 어떤 고통도 받지 말라고 명하였다. 

예수님은 그러나 그녀에게 인류의 죄를 속죄하라고 계속 당부하셨다.

 

사랑하는 내 마음의 딸아, 네가 기꺼이 너 자신읕 바쳐, 

고통을 종전처럼 (곧 일시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받고자 한다면, 

나는 사람들이 받을 징벌을 거두겠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알겠느냐? 

그 방법은 나의 정의와 인간의 불의 중간에 너를 배치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정의를 손에 들고 인간의 불의를 치기 위하여 징벌의 벼락들을 내릴 때에, 

너는 그 중간에서 징벌의 벼락들을 맞는 대신, 

다른 사람들은 내 정의의 타격을 모면하게 된다. 

네가 그렇게 자진해서 순종하면 사람들의 잘못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의노가 풀린 나를 너는 보지 못할 것이요 

내가 그것을 더 오래 참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이 말씀에 나는 몹시 놀라고 당황해서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오, 지극히 거룩하신 제 정배시여, 

저로서는 어떤 희생이라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지만, 

고해 신부님에게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신부님은… 그 자신의 사전 허락 없이는 고통 상태에 들어가지 말라고 명하시는데....”


예수님께서는 루이사더러 사제에게 순명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키며 이르셨다

 


  “네 고해 사제에게 가서 명령을 내려달라고 청하여라. 

그가 기꺼이 네 말에 귀를 기을인다면… 

이 모든 것은 현재 죄 중에 살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장차 태어날 사람들의 선익을 위한 것이기도 함을 덧붙여 말하여라. 

무엇보다도 특히, 거의 죽음의 고통이랄 수 있는 이 고통을 끊임없이 겪는 것이, 

너 자신에게 가장 큰 유익이 될 것이다. 

네가 순종을 통하여 앞으로 이 상태 속에 있는 동안, 

나는 너를 깨끗이 정화시켜 

나와의 신비적인 혼인 계약을 맺을 수 있을 정도로 네 영혼을 드높일 터이니 말이다... 

이 변화에 의하여 너와 나는 함께, 같은 불에 녹는 두 개의 양초처럼 될 것이고, 

서로 안에 녹아들어 마침내 한 몸을 이루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같은 생각과 같은 사랑과 같은 보속 행위로 변화되리니, 

곧 나는 네 안에 있고 너는 내 안에 있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너는 내 안에서, 나와 함께, 나를 위하여 십자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네가 ‘내 정배이신 에수님께서는 내 안에서 십자가에 달려 계시고, 

그분의 정배인 나는 그분 안에서 십자가에 달려 있습니다.’ 

하고 말할 수 있다면 기쁘지 않겠느냐?...”

 


  루이사는 데 베네딕티스 신부에게 예수님의 이 말씀을 전부 전하면서 

일정한 기한 없이 고통 받을 허락을 내려 달라고 청하였다. 

데 베네딕티스 신부는 귀담아 듣은 뒤 그녀에게 그 허락을 주었고, 

필요한 경우 아침마다 와서 회복시켜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그 당시 루이사는 마음 한편으로 

이 산 제물위 상태가 40일쯤 계속될 뿐 그 이상은 아닐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것은 빗나간 생각이었다. 

그때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오상으로 인한 육체적 아픔과 

하느님 정의에 의한 더욱 가공할 내적 고통으로 거의 계속적인 고통중에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