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16권

{천상의 책 16권31장} 하느님 뜻 안에서 사는 이에게는 모든 순간이 성탄절이다. 하느님 뜻 안에서 끊임없이 죽는 죽음의 성격과 의미.

은가루리나 2018. 12. 26. 02:08

 




사람들 가운데 이루어질 하느님 뜻의 나라


천상의 책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그 본연의 위치와 창조된 목적에로 돌아오게 하시는 부르심



16-31



1923년 12월 26일  



하느님 뜻 안에서 사는 이에게는 모든 순간이 성탄절이다. 

하느님 뜻 안에서 끊임없이 죽는 죽음의 성격과 의미.




1 다정하신 예수님의 부재로 몹시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마치 너덜너덜 해어진 넝마 조각이 된 것 같았다. 

너무 더러워서 예수님께서 질색을 하시며 제쳐 두신 듯한 넝마 말이다. 


그런데 나의 내면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다.



"내 뜻 안에는 넝마 조각이란 것이 없다. 

모든 것이 생명 - 그것도 신적인 생명이다. 


천 조각은 생명이 없기 때문에 너덜너덜 해어지고 더러워지지만, 

스스로 생명을 지니고 있으며 모든 것에 생명을 주는 내 뜻 안에서는 

영혼이 너덜너덜 해어질 위험이 없고, 

더러워질 위험은 더더구나 없다."




3 그럼에도 나는 이 음성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불편한 심기로 

'예수님께서 내게 얼마나 멋진 성탄절을 보내게 하시는지, 

원!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겠구먼!'하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분께서 내 안에서 기척을 내시며 이어서 말씀하셨다.


4 "딸아, 내 뜻을 실천하는 영혼에게는 어느 때나 늘 성탄절이다. 


영혼이 내 뜻 안에 들어오면 그 행위 안에 내가 잉태된다.


그가 자신의 행위를 계속함에 따라 내가 내 삶을 산다. 


그가 그 행위를 완료하면 내가 다시 살아나고, 

그러면 그 영혼이 내 안에 잉태되어 나의 삶 안에서 자신의 삶을 산다. 


그리고 나 자신의 행위들 안에 그가 다시 살아난다.



5 그런데 성탄절이 다른 이들에게는 어떤 것인지를 보아라. 


그들은 

일 년에 한 번 이때를 기하여 내 은총 안에 자리하게 준비하면서 

자기들 안에 내가 태어나는 것에 대해 새로운 어떤 것을 느낀다.


그러나 

내 뜻을 실천하는 사람에게는 모든 순간이 늘 성탄절이다. 

그의 행위 하나하나 안에 내가 늘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6 너는 내가 네 안에 일 년에 한 번만 태어나기를 원하느냐? 

아니다. 아니고말고!


내 뜻을 실천하는 사람에게는 

나의 탄생과 삶과 죽음과 부활이 

결코 중단되지 않는, 하나의 연속적 행위가 된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덕행들과의 차이가, 그 헤아릴 수 없는 거리가 

어디에 있겠느냐?"




7 그 말씀을 듣고 더 괴로워진 나는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이 얼마나 맹랑한 상상인가! 

이런 말씀이 들리는 것이 바로 나의 간교한 교만 때문이 아닐까? 


오직 내 교만만이 이를 내게 암시할 수 있고, 

하느님의 뜻에 관한 글을 이토록 많이 쓰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이들은 착하고 겸손해서 아무것도 쓸 엄두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




8 그런 생각이 끓어오르자 너무 괴로워 심장이 뻐개지는 것 같았다. 


아무 느낌이 들지 않도록 정신을 딴 데로 돌리려고 기를 썼는데, 

얼마나 발버둥을 쳤는지 죽어가고 있음을 통감할 지경이었다! 


내가 이런 상태에 있었을 때에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모습을 드러내셨다. 

그분의 지극히 거룩하신 뜻에 대하여 더 말씀하시려는 듯 했으므로 

나는 불쑥


"저의 예수님, 도와주십시오. 

제 안에 얼마나 큰 교만이 있는지 보이시지 않습니까? 


저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이 간교한 교만에서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저는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것으로 충분할 뿐입니다." 하였다.




9.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내 딸아, 

십자가와 비통과 고통이 영혼에게는 압착기와 같다.

포도 압착기는 포도를 눌러 으깨서 

한쪽 통에는 즙을 받고 다른 쪽 통에는 껍질을 받는 데에 쓰인다. 


이와 마찬가지로 

십자가와 고통은  영혼을 압착하여 

교만과 자애심과 나쁜 격정 및 인간적인 모든 것을 그에게서 벗겨 내고 

순수한 포도즙을, 곧 덕행들을 남겨 둔다. 


그러면 내 덕행들이 스스로를 전달할 길을 얻기에, 

눈같이 흰 화포(畵布)가 된 그 영혼 안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글자로 내 덕행들을 적어 넣는다.



10 그런데 나는 내 뜻에 대한 진리를 너에게 알려 줄 때마다 

이 진리들보다 먼저 십자가와 비통과 고통을 선행시키고, 

드높은 진리일수록 더 심하고 강한 고통을 앞세운다. 


그런데 네가 어찌 두려워할 수 있느냐? 

내가 네 안에 사용한 것은 다름아닌 압착기의 압력이었다. 


너에게서 인간적인 모든 것을 벗겨내기 위함이었다. 


이 진리들이 인간적인 나쁜 격정의 껍데기들과 섞이지 않게 하는 것이 

너보다는 나에게 있어서 더 중대한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11 나는 그분께 

"저의 예수님, 제가 이 말씀을 드리더라도 용서해 주십시오." 하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당신 자신이 바로 제 두려움의 원인이십니다. 


당신께서 저를 떠나시지 않는다면

당신께서 숨어 계시며 저에게서 당신 현존을 박탈하시지 않는다면, 

제 안에 그런 두려움을 일으킬 것이 없을 것입니다.



12 아! 예수님, 당신께서 저를 죽이셨습니다. 

그것도 가혹하고 이중적인 죽음으로 죽게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죽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아! 차라리 죽음을 겪으며 정말 죽을 수 있다면 

저에게는 얼마나 즐거운 일이겠습니까! 


아! 예수님, 말씀드리지만, 저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습니다. 


저를 당신과 함께 데려가시든지, 

아니면 당신께서 저와 함께 남아 계시든지 

둘 중 하나로 해 주십시오."



13 내가 그렇게 말씀드리는 동안,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두 팔로 나를 끌어안으셨는데, 

두 손으로 뭔가를 감고 계시는 듯했고, 

나는 압착기에 눌려 으스러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때 느꼈던 고통을 나로서는 말로 옮길 수 없다. 

오직 그분만이 나에게 어떤 것을 겪게 하셨는지 아실 뿐이다. 




14 나중에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랑하는 내 뜻의 딸아,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아라. 


내 지고한 뜻이 

내 인성의 뜻에 얼마나 생명의 숨 하나도 부여하지 않았는지를 보아라. 

내 인성은 거룩했으나 생명의 숨 하나도 허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15 거룩하고 무한 무변하신 뜻이 

압착기보다 더 강한 압력으로 나를 내리누르고 있었다. 


이 뜻이 

나의 모든 심장 박동과 말과 행위 등의 생명을 이루고 있었으므로, 

내 작은 인간적 뜻은 

심장이 뛸 때마다, 숨 쉴 때마다, 활동하고 말하는 등의 행위를 할 때마다 

죽었다. - 사실상의 죽음을 체감하였다. 


실제로 죽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생명을 가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16 내가 내 인간적인 뜻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다만 끊임없이 죽이기 위해서였다. 


이 뜻이 죽을 때마다 하느님 뜻의 생명으로 대치되었으니, 

이는 내 인성에 큰 영예였고, 더없이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계속적인 죽음은 

가장 크고 가장 혹독하며 가장 모질고 고통스러운 

내 인성의 순교였다. 


오! 나의 이 끊임없는 죽음 앞에서 

내 수난의 고통은 얼마나 작은 것이 되는지!



17 그런데 오직 그것을 통해서만 

내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완전한 영광을 이룩할 수 있었다. 


시간적인 간격을 두고 얼마 동안 죽음과 고통을 겪으며 어떤 큰 일을 하는 것은 

그다지 대단한 일이 아니다. 


성인들과 선량한 이들과 다른 이들도 일하고 고통을 겪으며 죽었다.


그러나 그것은 

지속적인 고통과 활동과 죽음이 아니었으므로 

아버지께 완전한 영광이 될 수도, 

모든 이에게 그 효과가 미칠 수 있는 속량이 될 수도 없었다.



18 그런즉, 내 영원한 의지 안에 갓 태어난 딸아, 

네 예수가 지금 너를 어디로 부르기를 원하고 있는지 보아라. 


바로 내 거룩한 뜻의 압착기 밑이다. 


내 인성이 받았던 것처럼 

너의 뜻도 계속적인 죽음을 받게 하려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내 뜻이 땅으로 와서 다스릴 새 시대를 일으킬 수 없을 것이다. 


'피앗 볼룬타스 투아'를 하늘로부터 낚아채려면, 

계속적인 행위와 고통과 죽음이 필요한 것이다.



19 조심해라, 딸아, 다른 사람들을 보지 마라. 


나의 다른 성인들이든 또는 그들에 대한 나의 행동 방식이든 

그 무엇도 보지 마라. 


그런 것에 눈을 주기 때문에 

내가 너를 대하는 방식에 놀라게 되는 것이다. 


그들과 더불어 내가 하고자 했던 것과 너와 더불어 하고 있는 일은 

서로 완전히 다른 것이다."




20 그분은 이 말씀을 하시면서 십자가에 못 박힌 모습을 취하셨다. 


그리고 이마를 내 이마에 대시고 내 몸 위에 엎드리셨다. 

나는 그분의 그 내리누르는 힘에 깔린 채 

그분 뜻에 통째로 삼켜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