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7권

{천상의 책 7권 40장} "나는 너를 항상 내 무릎에 올려놓고 있다."

은가루리나 2022. 11. 15. 01:08

 

 

사람들 가운데 이루어질 하느님 뜻의 나라

천상의 책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그 본연의 위치와 창조된 목적에로 돌아오게 하시는 부르심


7-40   

1906년 9월 2일


"나는 너를 항상 내 무릎에 올려놓고 있다."



1 오늘 아침에는 성체를 영한 뒤 하루 피정을 하기로 하였다.
나의 죽음을 준비하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영성체 후 복되신 예수님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2 "저의 임종 순간에 
정산(精算)되지 않은 것이 남아 있지 않도록
지금 셈을 따져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제가 어떤 인간인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저 자신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그런 성찰이 없었으니 자신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두려움도 양심의 가책도 심적 동요도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


3 한데 
저보다 훨씬 더 선량한 이들과 제가 전기를 읽은 성인들은 
모두 그들 자신에 대하여 성찰합니다.

마음이 냉정한지 따뜻한지, 
유혹을 받고 있는지 고요한지, 
죄 고백을 제대로 했는지 어떤지 생각하면서 
거의 모두 부끄러움과 심적 동요와 가책을 느낍니다.


4 저는 그렇게 하는대신,

주의력이 온통 
당신을 기다리는 것과 사랑하는 것에,
그리고 당신 마음을 상하게 해 드리지 않는 것에 
쏠려 있습니다.

나머지 것들에 대해서는 숫제 고려에 넣지도 않습니다.

다른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는 듯 하거니와,
만일 그런 것을 생각하며 시간을 보낼라치면 
내적인 음성이 저를 잡아 흔들고 나무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5 '너는 시간을 허비하고 싶으냐?  
하느님과의 일을 할 생각이나 하여라.'

그러므로 저는 자신이 어떤 상태에 처해 있는지,
곧 마음이 냉정한지 따뜻한지 메말라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그것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다면
저는 틀림없이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잘못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제가 그것을 고칠 수 있도록 
지금 저와 함께 셈을 좀 해 주십시오."


그렇게 거듭거듭 간청하자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나는 너를 항상 내 무릎에 올려놓고 있다.

네가 
너 자신에 대하여 생각할 틈을 주지 않으려고 
그토록 단단히 붙들고 있으니,
마치 자기 아이를 무릎에 올려놓은 아버지와 같다.

어떤 때는 뽀뽀를 해 주고 
어떤 때는 쓰다듬어 주며
어떤 때는 자기 손으로 밥을 먹여 주고, 
또 어쩌다가 때라도 묻어 있는 것이 보일 때는 
손수 깨끗하게 씻어 주며 돌보는 아버지 말이다.


7 그러니 그 어린 것은 
아버지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위로하여 눈물을 닦아 주고,
아버지가 화난 모습을 보이면 그 노여움을 진정시킨다.

요컨대, 아버지는 이 아이의 생명이기에 
아이로 하여금 
제가 음식을 먹을 필요가 있는지 따위
아주 사소한 것도 생각할 겨를이 없게 하는데,

그것은 (필요하다면) 
아버지가 두 팔로 요람을 만들어 흔들어 주면서
아이를 잠들게 하여 자기 무릎에 눕히기 때문이다.

이 어린것은 그러니 아버지의 모든 위안이요 생명이다.


그 반면에 다 성장한 다른 자녀들은 
집안을 다시 정돈하거나 제 힘으로 스스로의 몸을 씻거나 
다른 모든 일을 돌본다.



8 나도 너에게 그렇게 한다.

조그마한 딸애처럼 내 무릎에 올려놓고 
저 자신을 생각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나와 긴밀히 결합시키고 있다.

생각은 내가 하면서 너의 모든 것을 돌보는 것이니,
때가 묻어 있으면 씻어 주고 
음식이 필요해 보이면 먹여 준다.

요컨대, 
모든 문제 속에서 내가 너를 앞질러 해결해 주기 때문에 
너는 미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9 너를 내게 밀착시켜 꽉 붙안고 있음으로써 
내가 너에게 주는 것은 은총이다.

왜냐하면 (그 덕분에) 
네가 숱하게 많은 결점을 미연에 방지하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네가 만약 너 자신을 생각한다면,
오, 얼마나 많은 결점에 떨어지고 말지 모른다!

그런즉 
조그마한 딸애로서 나에 대해 할 일이나 생각하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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