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7권

{천상의 책 7권 54장} 은총을 죽이는 독, 영성체를 소홀히 한 어느 영혼의 고통

은가루리나 2023. 5. 12. 15:56

 

사람들 가운데 이루어질 하느님 뜻의 나라

천상의 책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그 본연의 위치와 창조된 목적에로 돌아오게 하시는 부르심


7-54

1906년 10월 14일


은총을 죽이는 독, 
영성체를 소홀히 한 어느 영혼의 고통



1 평소와 같은 상태로 있다가 내 몸 바깥에 나가 있게 되었는데
아기 예수님과 함께 있었고, 
그분께서 어느 사제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2 "자존심은 너나 다른 이들 안에서 은총을 죽이는 독이다. 

너는 네 직무에 의하여 은총을 나누어 주기 때문에, 
네가 남의 존경을 받기 위해서 말하고 행동한다는 것을 
영혼들이 알아차리면 
- 그런데 이 독이 있으면 쉽게 간파되기 마련이다 - 
홀로 은총만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네가 가진 그 독도 함께 들어간다. 

그러므로 그들은 생명에로 다시 태어나는 대신 
죽음을 발견하게 된다."



3 그다음 그분은 이렇게 덧붙이셨다.

"전부이신 분, 
곧 하느님으로 가득 차기 위해서는 
너 자신의 모든 것을 비울 필요가 있다. 

네 안에 전부이신 분을 모시고 있으면 
너에게 오는 모든 사람에게 전부이신 분을 줄 것이고, 
남들에게 전부이신 분을 줄 때에 
네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모든 것을 얻기도 할 것이다. 

아무도 너에게 아무것도 거절하지 못하리니, 
존경마저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인간적인 존경에 그치지 않고 
네 안에 계시는 전부이신 분께 합당한 신적인 존경을 줄 것이다." 



4 나중에 나는, 
우리를 보자마자 눈을 피하며 숨는 한 연옥 영혼을 보았다. 

그 영혼은 너무나 큰 수치심을 느끼고 있어서 
마치 짓눌려 짜부라진 것 같았다. 

그래도 아기 예수님께 달려오는 대신 달아나려고 하다니 
나로선 정말 뜻밖이었다. 

예수님은 모습을 감추셨고,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그 까닭을 물었다. 

그녀는 부끄러운 나머지 말 한마디 할 수도 없는 상태였지만, 
내가 강요하다시피 하니까 마지못해 이렇게 말하였다.


"하느님의 정의가 공정하게도 제 이마에 
부끄러움과 그분 현존에 대한 두려움을 각인해 두셨으므로 
그분을 피해 달아나지 않을 수 없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 본의가 아닌 행위이니, 
그분께 대한 열망으로 소진되는 한편 
또 다른 고통의 물살이 세차게 저를 덮치기 때문에 
그분을 피하는 것입니다. 

오, 하느님 맙소사! 
그분을 뵙는 것, 그리고 그분을 피하는 것
 - 이것이야말로 치명적이고 형언할 수 없는 고통들입니다. 


6 하지만 저(의 잘못으로 보면) 
다른 영혼들의 것과 구별되는 이 고통들을 겪어도 쌉니다. 

왜냐하면, 
봉헌 생활을 영위하면서 
사소한 일로 여러 번 성체를 받아 모시지 않음으로써 
이를 욕되게 했기 때문입니다. 

사소한 일로, 
이를테면 유혹을 받거나 마음이 냉랭하거나 두려워서, 
때로는 제 고해사제에게 이유를 대면서 
영성체를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기 위해서도 
그렇게 했으니 말입니다.


7 영혼들은 그런 모든 짓을 별것 아닌 일로 여기지만 
하느님께서는 몹시 엄하게 심판하시며 
다른 고통들보다 월등 더한 고통을 주십니다. 

이 허물이 그만큼 더 사랑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8 더구나 지극히 복된 성사 안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사랑으로 불타고 계시기에 
당신 자신을 영혼들에게 주시려는 열망도 그만큼 뜨겁습니다. 

사랑으로 말미암아 끊임없이 죽어 가는 것을 느끼실 정도입니다. 

그런데 
영혼이 그분께 다가와서 성체를 모실 수 있으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혹은 더욱 나쁘게도 여러 가지 하잘것없는 핑계를 대며 
관심 없이 그 자리에 있으면

그분께서 너무나 큰 모욕과 불쾌감을 느끼시므로
쉴 새 없이 불타면서도 그 불꽃을 발산할 수 없어서 
거의 미칠 지경이 되십니다. 

그래서 거듭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9 '넘쳐흐르는 내 사랑이 무시되고,
심지어 잊혀지고 있다. 

칭 나의 정배라고들 하는 자들이 나를 받아 모시려는 열망이 없고, 
적어도 나 자신을 쏟아부어 주게 하지도 않는다. 

아아, 그러니 나는 아무런 보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아 슬프다. 아아 슬프다. 아아 슬프다! 

나는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 


10 그러므로 저의 그 허물을 씻게 하시려고 
주님께서 영혼들이 당신을 받아 모시지 않을 때 겪으시는 
괴로움을 나누어 가지게 하십니다. 

이는 너무도 큰 고통이요 슬픔이며 불이어서, 
이에 비하면 
연옥 불마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11 그 뒤 나는 그 영혼의 고통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몹시 놀란 상태로 나 자신의 몸속에 들어와 있었다. 

한데 여기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영성체를 소홀히 하는 것을 얼마나 별것 아닌 일로 여기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