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2권

{천상의 책 2권68,1-19 (1)} 순명하기 위한 혹독한 투쟁

은가루리나 2016. 11. 7. 17:33




사람들 가운데 이루어질 하느님 뜻의 나라


천상의 책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그 본연의 위치와 창조된 목적에로 돌아오게 하시는 부르심



2-68



1899년 9월 1일



순명하기 위한 혹독한 투쟁.

예수님께도 순명은 당신의 모든 것이었다.




1 신부님이 오셔서 내가 순명했는지를 묻기에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다. 

그러자 그는 그 명령을 다시 내렸다. 

즉  나의 오직 하나뿐인 위로이신 예수님께서 오시더라도  쫓아 버려야 하고 

그분과 이야기를 해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내게 내려진 명령이 (농담이 아니라) 정말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이 일에 있어서도  나는 마음속으로 

'피앗 불룬타스 투아' (Fiat Voluntas Tua: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소서)를 발하였다.


2 그러나, 오, 그것은 내게 얼마나 큰 희생을 요구하는지! 

얼마나 잔인한 순교적 고통인지! 

못이 수직으로 심장을 관통하는 느낌이었다. 

내 마음은  언제나 예수님을 부르며 갈망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서, 

호흡이나 맥박처럼 

나의 유일한 선이신 분에 대한 그리움과 열망도 그토록 끊임없이 지속되어 온 것 같은데, 

이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인간에게 숨도 쉬지 말고  심장 박동도 그치라고 하는 셈이니, 

그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3 그럼에도 순명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러니 얼마나 큰 고통, 얼마나 혹독한 고통인가

살기를 원하는 심장을  어떻게 정지시킬 수 있겠는가! 

무슨 수로 멈추게 한단 말인가! 

나의 의지가 있는 힘을 다하여 심장에 제동을 걸지만, 

계속 깨어 경계하다보니  때때로 지치고 낙담에 빠지기도 하는데, 

그러면 심장이 경계망을 뚫고 달아나서  예수님을 불러 대는 것이다. 

내 의지가 이를 알고 더 큰 힘을 내어 저지시키려고 해도  번번이 지고 마는 통에, 

내가 계속 불순종을 저지르는 셈이 되기도 한다.



4 오 얼마나 극심한 갈등 상태인지! 

내 보잘것없는 심장이  얼마나 피비린내 나는 싸움과 죽음의 고통을 치렀는지! 

이처럼 심한 어려움과 고통 중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생명이 빠져나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나, 아니다, 

죽을 수 있다면 내게는 차라리 위로가 되련마는, 이는 그보다 더  괴로운 것이다. 

죽을 수 없으면서  죽음의 고통을 겪어야 하니 말이다!


5 그렇게 온종일을 쓰디쓴 눈물 속에서 지내고 난 뒤  평소와 같은 상태로 있노라니, 

언제나 인자하신 예수님께서  그런 나를 보시고 밤에 오셨다. 

하지만 나는 순명해야 하므로  그분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주님, 부디 저에게 오시지 마십시오. 

순명이 그것을 원치 않습니다."



6 그분께서는 측은한 마음이 드시는데다가  

고통 중에 있는 나를 굳건하게 해 주시고자, 

당신의 창조적인 손으로  내 몸이 싸이도록 크게 십자성호를 그어 주셨다. 

그런 다음 떠나가셨다.




7 그러나 내가 얼마나 연옥 속에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도저히 말로 다할 수가 없다. 

더욱 나쁘게도, 

나는 내 유일하고 가장 큰 선이신 분을 향해  투신할 수도 없었으니 그렇다,

예수님을 부를 수도  열망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연옥 영혼들은 그래도 그들의 가장 큰 선이신 분을 불러대며 

그 쪽으로 몸을 내던지고  속마음을 털어 놓을 수는 있지 않은가! 

그들에게 금지된 것은  다만 그분을 소유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내게는 그러한 위안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것이다.


8 그리하여 나는 밤새도록 울기만 하였다. 

나의 나약한 본성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있었을 때에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다시 오셔서  나와 이야기하기를 원하셨다. 

그러나 순명은 일체를 지배하기를 원한다는 사실이  불현듯 기억에 떠오른 나는 

그분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저의 생명이시여, 

순명이 허락하지 않는 이상, 저는 아무 말씀도 드릴 수 없습니다. 

그러니 부디 제게 오시지 마십시오. 

당신 뜻을 알아듣게 하시려면  제 고해사제에게 가십시오."




9 그렇게 말씀드리고 있을 때에  신부님이 보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로 다가가시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는 내 영혼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그 영혼들이 나하고 같은 본체를 이루게 하려고  내 안에 깊이 잠기게 한다. 

내가 그 둘 사이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렇게 한다. 

그것은 두 가지 물질을 결합시키면  서로의 일부가 되는 것과 같다. 

그런 후에 그들을 분리시키려고 드는 것은, 

그렇게 하려고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이거니와,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내 영혼들을 내게서 떼어놓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10 그분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신 다음, 

내게 전보다 더 큰 괴로움을 남긴 채  떠나셨다. 

내 심장이 너무나 세차게 뛰고 있어서  가슴이 뻐개지는 것 같았다.




11 그 후에,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설명할 수 없지만, 

내가 몸 밖으로 나가서  받은 명령을 잊어버리고 

예수님을 찾아 울부짖으면서  하늘 속을 이리저리 싸다니고 있었다. 

나의 그런 행동이 한창일 때에  예수님께서 오시는 것이 보이더니, 

타는 듯이 열이 나고 쇠약해진 내 팔에  몸을 던지셨다.

그제야 문득  받은 명령이 생각나서  그분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주님, 이 아침에 부디 저를 시험하지 마십시오. 

순명이 이를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12 예수님은 그러나, "고해사제가 나를 보내서 왔다." 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그럴 리가 없다. 

아마도 너는 나를 속여 순명하지 못하게 하려는 마귀인 것 같다."


13 "나는 마귀가 아니다."


    "마귀가 아니라면 같이 십자성호를 그어 보자."



14 그리하여 우리는 같이 십자성호를 그었다. 

그래도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고해사제가 정말 너를 보냈다면 

나하고 같이 그에게 가서  예수 그리스도인지 마귀인지 보게 하자. 

그래야 내가 확신할 수 있겠다."


15 그래서 우리는 고해사제에게 갔는데, 

예수님은 아기 모습을 하고 계셨으므로  나는 그분을 고해사제의 팔에 안겨 주면서 

"신부님, 직접 보십시오. 

이 아기가 예수님 맞습니까, 아닙니까?" 하고 말하였다.



16 복되신 예수님께서 그렇게 사제와 함께 계시는 동안  

나는 그분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네가 정말 예수님이라면  신부님의 손에 입맞춰 보아라."


17 나는 마음속으로, 

그가 정말 예수님이라면  당신 자신을 낮추어 사제의 손에 입맞추시겠지만 

마귀라면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사제의 손에 입맞춤을 주시는 것이었다. 

사제라는 인간의 손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그의 사제적 권위에 대한 입맞춤이었지만  어쨌든 입을 맞추신 것이다. 

사제는 그 다음에 마귀인지 아닌지 보려고  구마경을 외우고 있는 것 같았고, 

마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서  예수님을 내 팔에 다시 안겨 주었다.


18 하지만, 

이 와중에서 내 가련한 가슴은 사랑하올 예수님의 포옹을 즐길 수가 없었다. 

순명이 그분을 꽁꽁 묶어 놓은 것 같은데다 

하물며 반대의 명령이 아직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속마음을 털어놓기는 고사하고 

사랑을 담은 단 하나의 낱말조차 발설할 수 없었다.




19 - 오 거룩한 순명이여! 

당신은 얼마나 강건하고 유력한지! 

이 순교적인 나날 속에서 

나는 당신이  매우 강력한 무사처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창과 화살로, 

또 온갖 무기로 무장하고, 

금방이라도 칠 태세로 내 앞에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내 변변찮은 마음이 기진맥진하도록 지쳐  여기서 구함을 받기를 원하면서 

위로와 생명을, 

자석처럼 이 마음을 끌어당기는 중심을 찾고 있었을 때에, 

당신은 수없이 많은 눈을 가진 듯 나를 감시하며 

사방에서 나를 쳐서 치명상을 입히곤 했으니, 

모쪼록 내게 자비를 베푸시고, 잔인하게 대하지 말아 주십시오! 




내가 이 말을 하고 있을 때에, 

흠숭하올 예수님의 음성이  이렇게 내 귓전에게 울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