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4권2

{4권 180장} 십자가는 착각을 깨우쳐 주는 일차적인 것이다.

은가루리나 2015. 11. 2. 07:32


사람들 가운데 이루어질 하느님 뜻의 나라


천상의 책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그 본연의 위치와 창조된 목적에로 돌아오게 하시는 부르심




4-180



1903년 3월 5일



착각에서 벗어나게 하는 십자가들




1 여느 때의 상태로 있다가 복되신 예수님과 함께 있게 되었는데,

그분께서는 한 다발로 묶은 십자가와 가시들을 팔에 안으시고 몹시 피로해서 숨을 헐떡이셨다.

그런 모습의 그분을 뵈면서 나는 이렇게 여쭈었다.

"주님, 이런 것을 한 아름이나 안고 바삐 오시다니 어찌 된 일이십니까?"


2 그러자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이는 

사람들을 착각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내가 늘 지니고 다니는 십자가들이다."




3 이 말씀을 하셨을 때 우리는 이미 사람들 가운데에 있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사람들을 애착하고 있는 것이 보이자

복되신 예수님은 안고 계신 십자가 다발에서 박해라는 십자가를 꺼내 그 사람에게 주셨다.

그는 자기가 박해와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비로소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

사람들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오직 하느님만이 사랑받을 만한 분이시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었다.


4 또 다른 사람이 재산에 집착하면

예수님은 그 십자가 다발에서 가난이라는 십자가를 꺼내 그에게 주셨다.

그러면 그는 자기 재산이 사라지는 것과 곤궁 속에 있는 자신을 보면서

이세상 사물은 모조리 연기에 불과하고 참된 재산은 영원한 재산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오직 영원한 것에만 마음을 붙이는 것이었다.


또 어떤 사람이 자만심괴 지식에 속박되어 있으면,

복되신 예수님께서는 아주 부드럽게 욕설과 당황이라는 십자가를 그에게 주셨다.

그러면 이 사람은 욕설을 듣고 당황하면서 

말하자면 가면을 벗고 자신의 허무와 실체를 깨달았다.

그리하여 

그의 내면 전체를 이제는 자기 자신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을 향하도록 정돈하는 것이었다.




5 그 뒤에 흠숭하올 예수님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 십자가 다발을 팔에 안고 있는 까닭을 (이제) 알겠느냐?

사람들에 대한 내 사랑은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랑이기에

이를 지니고 다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6 십자가는 착각을 깨우쳐 주는 일차적인 것이고

인간의 행업에 대한 으뜸가심판자다.

그러므로 십자가에 굴복하면 십자가가 하느님의 심판을 면하게 해 준다.

사람이 세상살이에서 십자가의 판결에 복종할 때 나는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착각을 깨우쳐 주는 이차적인 것 곧 죽음이라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그 때에는 

특히 십자가의 판결을 회피한 것에 대해서 하느님께로부터 더없이 엄한 심판을 받게 된다.

십자가의 판결은 전적으로 사랑의 판결이기 때문이다."




7 이 말씀을 마치신 뒤에 그분은 사라지셨고, 나는 또한 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예수님께서는 과연 십자가를 사랑하시지만,

흔히 예수님을 부추겨 십자가를 주시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은 인간 자신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인간이 하느님과 그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질서롭게 유지하고 있다면,

아무런 무질서가 없는 것을 보신 주님께서 (십자가를) 자제하시고 

평화를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