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9
1921년 10월 29일
세 시간 동안 감옥에 수감되셨던 예수님 - 그 의미와 효과
1 지난 밤을 뜬눈으로 세웠다.
결박되신 채 감옥에 갇히신 예수님께로 내 생각이 자꾸 날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수들에 의해
고통스럽고 잔혹한 자세로 묶인 채 후들거리는 그분의 무릎을
얼싸안고 있고 싶었고,
그들이 뱉은 침으로 더럽혀진 얼굴을 닦아드리고 싶었던 것이다.
2 한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내 생명이신 그분께서 짙은 어둠 속에 나타나신 것 같았다.
너무 캄캄해서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흐느끼시며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3 "딸아, 원수들이 끔찍하도록 잔인하게 나를 묶어대더니
이 캄캄한 감옥 속에 홀로 내버려두었다.
내 주변의 모든 것이 먹물처럼 캄캄한 어둠이었다.
오, 그 어둠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4 내 옷은 개울의 더러운 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
감옥의 악취와 저들이 뱉은 침의 악취가 물씬 풍겨 왔다.
내 머리칼은 흐트러져 눈과 입을 가리고 있었으나
이를 가다듬어 주는 자비로운 손길은 하나도 없었고,
내 손은 사슬에 묶여 있었다.
5 어찌나 캄캄한지,
아아, 너무도 괴롭고 치욕스러운 감옥 안의 내 처지를 볼 수조차 없었다.
오, 이리도 고통스러운 감옥 안의 내 처지가
얼마나 많은 것에 대해 말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6 나는 세 시간 동안 감옥에 갇혀 있었다.
이것으로 세상의 세가지 시대를 본연의 상태로 회복시키고자 했으니,
자연법의 시대와 성문법의 시대, 그리고 은총의 시대이다.
그 모든 것을 해방하고 다시 함께 통합하여
사람들에게 내 자녀로서의 자유를 주고자 했던 것이다.
7 감옥에 세 시간 동안 있음으로써 나는 또 사람의 세 시기,
곧 유년기와 장년기와 노년기를 회복시키고자 하였다.
나쁜 격정으로 죄를 짓는 시기,
자신의 의지로 죄를 짓는 시기,
마음의 완고함으로 죄를 짓는 시기를 회복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오, 내 주위의 그 어둠이
죄가 인간 안에 일으키는 짙은 암흑을 얼마나 절감하게 하던지!
탄식하며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8 '오, 사람아!
너희의 죄가 나를 이토록 짙은 어둠 속에 던져 넣었으니,
내가 너희에게 빛을 주기 위해 이를 겪고 있다.
나를 이처럼 더럽힌 것도 너희의 악행이니,
그 어둠이 너무 짙어 내가 그것들을 볼 수조차 없구나.
나를 보아라.
지금의 내가 너희 죄악의 모습이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으면 이 나에게서 보아라.'
9 그러나 내가 감옥에서 보낸 마지막 시간은 동틀 무렵이었다.
벽의 터진 틈으로 희미한 빛살 몇 줄기가 흘러들고 있었다.
그나마 내 고통스러운 처지를 볼 수 있게 되자
얼마나 숨이 터지는 느낌이던지!
10 이는 죄의 어둔 밤 속을 뒹굴다 지친 인간이 은총을 받아들일 때를 나타낸다.
은총이 여명처럼 그를 에워싸고 희미한 빛을 보내면서
돌아오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 마음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11 그리고 이 여명 속에서,
내 사랑이 나와 같은 처지에 묶어둘 작정이었던 너를
- 내 사랑의 수감자인 너를 보기도 하였다.
너만은 나를 감옥의 어둠 속에 홀로 내버려두지 않으리니,
내 발치에서 새벽이 오기를 기다리며 나를 따라 탄식할 것이고,
인간의 밤을 두고 나와 함께 울 것이니 말이다.
이 때문에 나는 위안을 얻었기에,
나를 따른 은총을 베풀려고 너에게 나의 그 수감 현장을 보여 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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