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가운데 이루어질 하느님 뜻의 나라
천상의 책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그 본연의 위치와 창조된 목적에로 돌아오게 하시는 부르심
4-180
1903년 3월 5일
착각에서 벗어나게 하는 십자가들
1 여느 때의 상태로 있다가 복되신 예수님과 함께 있게 되었는데,
그분께서는 한 다발로 묶은 십자가와 가시들을 팔에 안으시고
몹시 피로해서 숨을 헐떡이셨다.
그런 모습의 그분을 뵈면서 나는 이렇게 여쭈었다.
"주님,
이런 것을 한 아름이나 안고 바삐 오시다니 어찌 된 일이십니까?"
2 그러자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이는
사람들을 착각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내가 늘 지니고 다니는 십자가들이다."
3 이 말씀을 하셨을 때 우리는 이미 사람들 가운데에 있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사람들을 애착하고 있는 것이 보이자
복되신 예수님은 안고 계신 십자가 다발에서
박해라는 십자가를 꺼내 그 사람에게 주셨다.
그는 자기가 박해와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
비로소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
사람들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오직 하느님만이 사랑받을 만한 분이시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었다.
4 또 다른 사람이 재산에 집착하면
예수님은 그 십자가 다발에서 가난이라는 십자가를 꺼내 그에게 주셨다.
그러면 그는 자기 재산이 사라지는 것과 곤궁 속에 있는 자신을 보면서
이세상 사물은 모조리 연기에 불과하고 ~
참된 재산은 영원한 재산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오직 영원한 것에만 마음을 붙이는 것이었다.
또 어떤 사람이 자만심괴 지식에 속박되어 있으면,
복되신 예수님께서는 아주 부드럽게
욕설과 당황이라는 십자가를 그에게 주셨다.
그러면 이 사람은 욕설을 듣고 당황하면서
말하자면 가면을 벗고 자신의 허무와 실체를 깨달았다.
그리하여 그의 내면 전체를
이제는 자기 자신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을 향하도록 정돈하는 것이었다.
5 그 뒤에 흠숭하올 예수님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 십자가 다발을 팔에 안고 있는 까닭을 (이제) 알겠느냐?
사람들에 대한 내 사랑은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랑이기에
이를 지니고 다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6 십자가는 착각을 깨우쳐 주는 일차적인 것이고
인간의 행업에 대한 으뜸가는 심판자이다.
그러므로
십자가에 굴복하면 십자가가 하느님의 심판을 면하게 해 준다.
사람이 세상살이에서 십자가의 판결에 복종할 때
나는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착각을 깨우쳐 주는 이차적인 것
곧 죽음이라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그 때에는 특히 십자가의 판결을 회피한 것에 대해서
하느님께로부터 더없이 엄한 심판을 받게 된다.
십자가의 판결은 전적으로 사랑의 판결이기 때문이다."
7 이 말씀을 마치신 뒤에 그분은 사라지셨고,
나는 또한 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예수님께서는 과연 십자가를 사랑하시지만,
흔히 예수님을 부추겨 십자가를 주시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은
인간 자신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인간이
하느님과 그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질서롭게 유지하고 있다면,
아무런 무질서가 없는 것을 보신 주님께서
(십자가를) 자제하시고 평화를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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