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의시간들5

2「수난의 시간들」제5시간 (오후 9시-10시) ① (9-13) 겟세마니의 고뇌 첫째 시간

은가루리나 2015. 12. 19. 16:26



  제5시간 (오후 9시-10시)

 겟세마니의 고뇌 첫째 시간




1 고뇌에 계신 제 예수님,

저는 마치 전류가 통하는 것처럼 이 (겟세마니) 동산으로 마음이 끌림을 느낍니다.

제 아픈 마음을 당기는 강력한 자석(처럼) 당신께서 저를 부르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달려가면서, 


'내 안에 느껴지는 이 사랑의 이끌림은 무엇일까?

어쩌면 박해당하시는 내 예수님께서 너무도 괴로우신 나머지 

나의 동반을 필요로 하시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고 혼자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날아갑니다. 곧 나는 듯 달려갑니다. 



2 그러나 이럴 수가! 

동산에 들어서자 무서움이 엄습합니다.

밤의 어둠, 섬뜩한 냉기,

괴로워하시는 당신께 고통과 슬픔과 죽음을 예고하듯 

으스스한 소리를 내며 천천히 흔들리는 나뭇잎들,

눈물을 글썽이며 무엇인가를 응시하는 눈들처럼 빛을 내는 별들.......,            

  이 별들이 저의 배은망덕을 나무랍니다.

저는 떨면서 더듬더듬 당신을 찾습니다.  당신을 부릅니다.   



3 "예수님, 어디 계십니까? 

저를 부르신 당신께서 어찌하여 모습을 보여 주시지 않으십니까?

부르시고서 왜 숨어 계십니까?"




4 일체가 공포의 대상입니다.

모든 것이 등골이 오싹한 전율을 일으키며 깊은 적막 속에 잠겨 있습니다.

그런데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니 헐떡이며 몰아쉬는 가쁜 숨소리가 들립니다.

드디어 당신을 찾아낸 것입니다.

  그러나 얼마나 비참하도록 달라진 모습이신지!

최후 만찬의 자리에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시던 순간은 

얼굴이 황홀하도록 눈부시게 빛나는 모습이셨건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듯 아름다운 당신이 아니십니다.

죽음에 이르는 극도의 슬픔이 본래의 아름다움을 손상한,

흉하게 일그러진 모습이십니다. 


5 벌써 임종 고통이 시작되어 머지않아 숨을 거두실 것처럼 보이니,

다시는 당신의 목소리를 못듣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여간 슬프지 않습니다.

  저는 그러므로 당신의 발을 부등켜안습니다.

그러면서 더욱 더 대담하게 당신의 팔까지 올라가며 감싸 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이마에 한손을 얹어, 아래로 떨어뜨리고 계신 고개를 받쳐 드리면서 

속삭이듯 낮은 목소리로,     "예수님, 예수님."    하고 부릅니다.




6 그러자 당신은 그 소리를 들으시고 저를 보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얘야, 너 왔느냐? 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짓누르는 가장 큰 슬픔이 모든 사람에게서 완전히 버림받는 것인데,

지금 그 슬픔 속에 있기 때문이다.  

  내가 너를 기다린 것은 너에게 내 고통을 나타내 보이기 위해서이고,

너로 하여금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천사를 통해 곧 내게 보내 주실 쓰디쓴 잔을 

나와 함께 마시게 하려는 것이다.


7 나와 같이 이 잔을 한 모금씩 마시기로 하자.

그것은 위로의 잔이 아니라 매우 쓴 고통의 잔일 터이니,

나로서는 애정을 가진  몇명 사람들이 그 몇 방울만이라도 같이 마셔 주기를 바란다.

  내가 너를 부른 것은 이 때문이니,

네가 이를 받아들여 나와 함께 고통을 나누며, 

이리도 슬픈 저버림 속에 나를 홀로 버려두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하려는 것이다."




8 "아, 예, 그러겠습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계신 예수님,

저희는 당신의 쓴 잔을 같이 마시고, 당신의 고통을 같이 겪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결코 당신 곁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9 고뇌에 잠기신 당신께서는 그렇게 저의 다짐을 받아 내시자,

단말마의 고통 속으로 들어가십니다.


일찍이 눈으로 보거나 느껴 안 적이 없는 고통입니다.

그것을 그대로 참고 볼 수 없어진 저는 

당신께 따뜻한 동정심을 표하며 위로를 드리고자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10 "말씀해 주소서. 

어찌하여 이 밤, 이 동산에서, 

이토록 슬퍼 하시고 괴로워하시며 홀로 계시나이까?


이 밤은 당신 지상 생애의 마지막 밤입니다.

몇 시간만 있으면 수난이 시작될 것입니다.


11 저는 적어도 당신 천상 엄마를, 그리고 

사랑에 찬 마리아 막달레나와 충실한 사도들을 여기에서 만나리라고 

생각했건만,

그 대신 이렇게 홀로 슬픔에 짓눌려 계신 당신만을 뵙고 있습니다.


- 그것도 참혹한 죽음을 겪게 하면서 정작 죽이지는 않는 

무자비한 슬픔입니다!


오, 저의 선, 저의 전부시여, 

어째서 이런지 대답해 주시지 않으시렵니까?

제발 말씀 좀 해 주십시오!"



12 그러나 당신은 너무도 큰 슬픔에 눌려 말씀을 하실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오, 저의 예수님, 빛이 가득하지만, 그렇습니다.

슬픔에 겨운 당신의 눈길은 도움을 쳥하시는 듯합니다.


당신의 할쑥한 얼굴, 사랑으로 바싹 마른 입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떨고 있는 거룩하신 몸, 

영혼들을 찾아 구하려고 세차게 뛰고 있는 심장 박동과 그 과도한 노고, 

그 때문에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한 당신 -  이 모든 것이  

당신께서 홀로 계시니 제가 같이 있기를 원하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13 오 예수님, 제가 여기 당신과 함께 있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은 땅에 쓰러져 계신 모습을 차마 보고 있을 수 없어, 

당신을 팔로 받쳐 가슴에 품어 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고통들을 하나하나 헤아리고, 

당신 앞에서 저질러지는 죄들도  낱낱이 헤아리고자 합니다.


그 모든 것에 대해서  당신께 위로를 드리고, 보속을 바치며, 

적어도  따뜻한 동정심이라도 표현하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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