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12권

저버림{12권 144장} 하느님이 아닌 모든 낙을 비우게 하는 인장. 동굴 안의 아기 예수님보다 훨씬 더 가혹한 성체 안의 예수님의 운명

은가루리나 2021. 7. 2. 16:36

 

 

람들 가운데 이루어질 하느님 뜻의 나라

천상의 책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그 본연의 위치와 창조된 목적에로 돌아오게 하시는 부르심


12-144


1920년 12월 25일


하느님이 아닌 모든 낙을 비우게 하는 인장.
동굴 안의 아기 예수님보다 훨씬 더 가혹한
성체 안의 예수님의 운명



1 평소와 다름없이 지내다가
예수님과 함께 나 자신의 바깥에 나가서 긴 여행길에 올랐다.

도중에
때로는 예수님과 함께 걷고, 때로는 여왕이신 엄마와 함께 있었다.
예수님께서 사라지시면 엄마와 함께 있고,
엄마께서 모습을 감추시면 예수님과 함께 있는 식이었다.

2 그렇게 함께 걷는 동안
그분들은 내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예수님도 엄마도 내가 넋이 빠질 정도로 상냥하게 대해 주셨다.

그 바람에 나는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나의 쓰라린 고통과 심지어 그분들의 부재로 인한 고통마저...
다시는 그분들을 놓치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 좋은 것 앞에서는 나쁜 것이 얼마나 쉽게 잊히는지!

3 그런데 그 여로의 끝에 이르렀을 무렵
천상 엄마께서 나를 팔에 안으셨다.

나는 아주 작디작았는데,
엄마께서.
"얘야, 네가 모든 것 속에서 튼튼해지도록 해 주고 싶구나." 하셨다.

그리고 그 거룩하신 손으로 내 이마에 무슨 표시를 하시는 폼이
아마 이마에 어떤 글귀를 쓰시고 인장을 찍으시나 보았다.

4 그다음에는
내 눈에, 입에, 심장에 손과 발에 차례차례 글귀를 쓰시고
인장을 찍으셨다.
나는 무엇을 쓰시는지 보고 싶었지만 그 글자를 읽을 수 없었다.

오직 내 입에 쓰인 글귀만 읽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모든 맛의 소멸' 이었다.


5 나는 곧바로,
"감사합니다,
오 엄마, 저에게서 예수님이 아닌 맛은 전부 거두어 가셨군요." 하였다.

그리고 다른 것에 대해서도 좀 더 알고 싶었지만,
"너는 알 필요가 없다.
나를 믿어, 네게 필요한 것을 했으니까." 하셨다.

6 엄마는 나를 축복해 주시고 모습을 감추셨고,
나는 나 자신 안에 돌아와 있었다.




7 나중에 복되신 예수님께서 다시오셨다.
추워서 몸을 떨며 자지러지게 울어대는 연약한 아기의 모습이셨다.

온기를 찾아 내 품안으로 뛰어드시기에
나는 힘주어 꼭꼭 부둥켜안은 채,
일상 하듯이 그분의 뜻 안으로 녹아 들어갔다.


모든 이의 생각들을 나의 것과 함께 찾아내어,
창조된 모든 지성들의 경배로, ~
떨고 계신 예수님을 에워싸게 하기 위함이었다.

8 또한 모든 이의 눈길을 찾아내어
예수님을 주목하게 함으로써
그분께서 울음을 그치시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모든 피조물의 입과 말과 음성을 찾아내어
모두가 그분께 입맞춤을 드리게 함으로써
그분의 울음소리가 잠잠해지고,
그들의 입김으로 그분의 몸에 훈기가 돌게 하기 위함이었다.


9 내가 그렇게 하는 사이에
아기 예수님께서 울음과 그 자지러지는 울음소리를 그치시고
언 몸도 풀리신 듯 이렇게 말씀하셨다.


10 "딸아,
무엇이 나로 하여금 몸을 떨며 자지러지게 울어대게 했는지 알았느냐?
그것은 사람들의 저버림이다.

네가 그들을 내 주위에 자리하게 하자,
나는 그 모두의 주목과 입맞춤을 받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울음을 뚝 그친 것이다.


11 하지만
내 성체의 운명은 아기로서의 운명보다 훨씬 더 가혹하다.

내가 태어난 동굴은 추웠지만
그래도 넓은 편이어서 숨 쉴 공기는 있었다.
성체는 춥기가 매한가지이면서도
공간이 너무 비좁아 공기가 거의 없다.

12 동굴에는 약간의 마른풀을 잠자리로 펴 둔 구유가 있었지만,
내 성사적 삶에는 마른풀조차 없다.
딱딱하고 얼음같이 싸늘한 쇠붙이 침대만 있을 뿐이다.

13 동굴에는 또 내 사랑하올 엄마가 계셔서
당신의 지극히 깨끗한 손으로 매우 자주 나를 안아 주셨고,
뜨거운 입맞춤으로 나를 온통 뒤덮어 몸을 따뜻하게 해 주셨으며,
그 다디단 젖으로 내 울음을 달래시며 나를 먹여 기르셨다.


14 내 성사적 삶에는 모든 것이 이와 정반대이다.
엄마가 계시지 않는 것이다.

저들이 나를 안으면
세속 냄새와 오물 냄새 같은 것을 풍기는 부당한 손이
내 몸에 닿는 것을 느낀다.
오, 그 악취가 얼마나 진동하는지!

15 그것은 내가 묵었던 동굴의 짐승 배설물보다 더 독한 악취이다.
그들은 입맞춤 대신 불경한 행위들로 나를 뒤덮고,
젖 대신 모독과 무관심과 냉랭함의 쓸개즙을 내게 준다.


16 동굴에서는
성 요셉이 밤이 되면 어김없이 내게 조그만 등불을 켜 주었지만
여기 성체 안에서는
내가 밤에도 자주 어둠 속에 버려져 있곤 한다.

오, 그러니 내 성사적 운명이 얼마나 더 가혹한 것인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숨은 눈물이,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울음소리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17 네가 아기인 나의 운명을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든다면,
하물며 내 성사적 운명을 보고서야 얼마나 더 측은히 여겨야 하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