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14권

천상의 책 14권 9장 말씀의 씨를 뿌리시는 하늘의 농부

은가루리나 2021. 9. 30. 02:12

 

람들 가운데 이루어질 하느님 뜻의 나라

천상의 책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그 본연의 위치와 창조된 목적에로 돌아오게 하시는 부르심


14-9


1922년 3월 3일


말씀의 씨를 뿌리시는 하늘의 농부



1 여느 때와 같이 있는데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오셨다.
하지만 아무 말씀도 없이 극도로 괴로워하시는 모습이었다.

나는 "예수님, 말씀이 없으시니 어인 까닭이십니까?"
하고 여쭈었다.

2 "주님께서 저의 생명이라면 주님의 말씀은 저의 음식입니다.
먹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음식입니다.

저는 매우 약합니다.
이 음식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느낍니다.
먹어야 자라날 수 있고 저 자신을 강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3 그러자 예수님은 그지없이 인자하게 말씀하셨다.

"딸아, 나도 음식의 필요성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내 말을 너에게 먹여 준 뒤,
이 말이 너에 의해 저작(咀嚼)되고 피로 바뀌면서
나를 위한 음식을 생성하게 한다.

내가 너에게 준 음식의 보답을 바라는 것이니,
그런 다음 너를 먹이기 위해 다시 오는 것이다.
아, 배고프다, 어서 이 허기를 채워다오."


4 나는 당황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으니
그분께 무엇을 드릴지 알 수 없어서였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내 심장 박동과 숨과 생각과 애정과 갈망을
숱하게 많은 작은 공 모양의 빛으로 바꾸시더니
두 손으로 이들을 모아 잡수시면서,
"이것이 내 말의 열매다.
다 내 것이니까 내가 먹는 게 옳겠지?" 하셨다.



5 그러고 나서 그분은 잠시 쉬시는 것 같았고,
좀 뒤에 이렇게 말씀을 이으셨다.


"딸아, 지금이 본격적으로 일을 착수하기에 알맞은 시기다.
네 영혼의 땅을 갈아 네 양식이 될 내 말의 씨를 뿌리는 일이다.

6 나는 자기 밭에 씨를 뿌리려고 하는 농부처럼 행동한다.
그는 땅을 파서 작은 두둑을 만들고 고랑을 낸 다음
여기에 씨를 뿌린다.

그리고 이 두둑과 씨를 넣은 고랑을 다시 흙으로 덮는다.
씨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싹을 낼 시간을 주기 위함이요,
나중에 백 배로 수확하여 자신의 양식으로 쓰기 위함이다.

7 그러나 농부는 흙을 너무 많이 덮지 않도록 조심한다.
너무 많이 덮으면 씨가 흙의 무게에 눌려 숨이 막힐 수 있고,
그러면 자기도 배를 곯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8 나도 그렇게 한다.
영혼에 내 신성한 말을 뿌릴 수 있도록
그 지적 능력을 키우면서 작은 두둑을 만들고 고랑을 내어,
나와 영혼 자신을 위한 양식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두둑과 고랑을 흙으로 덮는데,
이 흙은 곧 영혼의 비천함과 허무성과 무기력,
그리고 어떤 작은 결점이나 비참한 점이다.

9 이런 흙은 나에게 없기 때문에 영혼에게서 받아 낼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덮은 나는 기쁜 마음으로 수확을 기다린다.


10 한데, 어떨 때가 씨 위에 너무 많은 흙을 덮는 경우인지,
알고 싶지 않으냐?

그것은 영혼이 자기의 비참과 나약과 무가치를 통감하며
스스로를 괴롭힐 때다.

그런 것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며 시간을 허비하고,
그러다 보면 원수가 이를 이용하여
영혼을 심란함과 실망과 의기소침 속으로 던져 넣는다.


11 그 모든 것이 씨 위에다 지나치게 많은 흙을 덮는 것이다.

오, 그러니 죽어가는 것을 느끼는 내 씨가,
그럼에도 싹을 틔우려고 얼마나 고투를 벌이는지!
그런 영혼들은 걸핏하면 천상 농부를 지치게 하기 때문에
농부는 결국 물러가고 만다.

그런데 그런 영혼들이 너무나 많다!"



12 "제 사랑이시여, 저도 그들 중 하나입니까?" 하고 내가 묻자
그분은 "아니다. 아니다." 하셨다.

"내 뜻을 행하는 사람은 내 씨를 질식시키는 흙을 형성할 줄 모른다.
그에게는 비천함조차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다만 자신의 무가치에 대한 의식이 보일 뿐인데
이것이 약간의 흙을 만들어 내기에,
내가 내 씨 위에 한 켜만 살짝 덮을 수 있다.

13 그러면 내 뜻의 태양이 재빨리 씨의 영양 상태를 좋게 한다.
그리하여 싹이 트고, 나는 풍성한 수확을 보게 된다.
그리고 즉시 돌아와 다시 씨를 뿌린다.

너는 이 점을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네 영혼 속에 새로운 진리의 씨를 뿌리려고
자주 돌아오곤 하는 것을 보아 오지 않았느냐?"



14 그런데 그렇게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얼굴에 수심이 번지고 있었다.
그분은 내 손을 잡으시고 나를 나 자신의 바깥으로 데리고 가셔서
국회의원들이며 정부 각료를 보여 주셨는데,
이들은
큰 화재를 일으킬 준비를 하다가 스스로 그 불길에 싸인 사람들처럼
모두가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다.

15 또 교회 분리를 노리는 주동자들도 보였다.
이들은 교회를 매도하는 것으로는 숨이 차지 않아
자유로이 교회와의 유혈전을 벌이고자 남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지배권을 휘두르는 지위에서 물러나기를 원하는 자들도 있었다.
재정 문제나 다른 요인들로 자신들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고,
사람들에게 나쁜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나라의 운명을 걸머지는 지위에서 물러나려고 하는 것이었다.


16 하지만 누가 그런 일을 다 말할 수 있으랴?
예수님은 몹시 슬퍼하시며 말씀을 맺으셨다.

"끔찍한, 소름끼치는 준비,
저들은 나 없이 일하고 싶어 하지만,
모든 것이 그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데나 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