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1권

{천상의 책 1권49장} 세번째 혼인 : 십자가의 혼인

은가루리나 2016. 4. 25. 16:16





사람들 가운데 이루어질 하느님 뜻의 나라


천상의 책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그 본연의 위치와 창조된 목적에로 돌아오게 하시는 부르심



1-49



세번째 혼인 : 십자가의 혼인




1 다시 우리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예수님께서는 당신 수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즐겨 말씀하시면서 

내가 기꺼이 당신 생애를 본받을 마음이 되게 하시려고 힘쓰셨다.



2 "내 신부야, 우리가 이미 거행한 혼인 외에  또 하나의 혼인이 남아 있는데, 

이는 십자가의 혼인이라고 일컫는 것이다. 

네가 알아두어야 할 것은, 

십자가와 접목되어 힘차고 튼튼해진 덕행들은  

감미롭고도 사랑스러운 것이 된다는 사실이다. 


내가 지상에 오기 전에는 

고뇌, 치욕, 고통, 가난, 질병 및 갖가지 고난의 십자가가 

영락없는 부끄러움과 불명예로 간주되었지만, 

내가 다 겪은 후에는 

그 모든 것이 나와의 접촉으로 말미암아  신성하고 거룩한 것이 되었으므로, 

그 모양을 바꾸어  감미롭고 즐거운 것이 되었다. 

그 중 어떤 것을 겪을 은혜를 받게 된 사람은  이를 큰 영예로 여기게 된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그 영혼이 나의 제복(인 고난)을 입음으로써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기 때문이다.


십자가의 외만을 보고  멈춰 서고 마는 사에게는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기에 

이를 극심한 고통으로 여기면서  몹시 싫어하고 불평해대기 마련이다. 

자기에게  부당한 것이 주어진 것처럼 받은 까닭이다. 

그러나  십자가(의 신비)를 통찰한 사람은 

누구든지 십자가를  매우 맛있고 건강에 좋은 무엇으로 여기기에 

십자가 안에서  자신의 행복을 이루어 간다.


4 딸아, 그러므로 

나는 너를, 네 몸과 한가지로 네 영혼도, 되도록 빨리 십자가에 못박고 싶다. 

이것만이 나의 간절한 바람이다."



5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동안 

나도 그분과 함께  십자가에 못박히고 싶은 큰 열망이 마음속에 부어지는 것을 느꼈고, 

그래서 

"제 사랑이신 예수님, 어서 저를 당신과 함께 십자가에 못박아 주십시오." 하고 

거듭거듭 청하였다.


6 그리고 그분께서 다시 오셨을 때에 

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기고  제일 먼저 청한 것은  

내 죄로 인한 로움과 통회 및  그분과 함께 십자가에 못박힐 은총에 관한 것이었다. 

이 은총을 얻게 되면  매우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 

이것과 함께  모든 것을 얻게 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7 마침내 어느 날 아침, 

지극히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신 모습으로 나타나셔서 

참으로  나를 당신과 함께 십자가에 못박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을 하실 때에 

나는 그분의 손발을 박은 못이 보일 정도로 환한 광선이 

지극히 거룩한 그 상처들로부터 내게로 뻗어오는 것을 보았다.


8 동시에 예수님께서 나를 못박아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강렬한지, 

고통에 대한 사랑으로 온 몸이 불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너무나 큰 두려움이 엄습하는 바람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 몸이 떨렸고, 

나 자신의 허무를 새삼 절감하면서 

그런 특별한 은총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9 이런 이유로 다시는 감히 

"주님, 저를 당신과 함께 십자가에 못박아 주십시오." 라고 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예수님께서는 그 희귀한 은총을 주시려고  나의 동의를 기다리고 계시는 것 같았다. 

나는 한동안 갈등에 잠겨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그 은총을 청하고 싶은 크나큰 열망이 영혼 깊은 데서 솟아

또 한편으로는  그럴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10 나의 본성이 두려움에 싸여 뒤흔들리며 떨고 있는 통에 

렇게 해 달라고  예수님께 선뜻 청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내 영혼이 이런 상태에 있을 때에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나로 하여금  그 은총을 받아들이도록 지혜로운 방법으로 촉구하셨다. 

따라서, 예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나는  용기를 모아 그분께 말씀드렸다.



11 "예, 주님, 십자가에 못박히신 제 사랑, 거룩한 정배이신 예수님, 

저도 당신과 함께 십자가에 못박힐 은총을  마침내 허락해 주시기를 빕니다. 

동시에, 

당신께서 제게 주실 그 은총이  겉으로는 아무 표시가 나지 않게 해 주기를 빕니다. 

예, 그렇습니다. 

당신의 모든 고통과 아픔을, 당신의 상처들을  빨리 주시되, 

그 어떤 것도 다른 이들의 눈에는 띄지 않게 하시고, 

오직  주님과 저만이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 * *



12 그리하여 그 은총이 내게 허락되었으니,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께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빛살들이 

못들과 함께 지체 없이 내 손발을 꿰뚫으며  상처를 내었고, 

더욱 찬란한 또 하나의 빛살이  창과 함께 내 심장을 꿰뚫었던 것이다.


13 그 행복한 순간에 내가 체험한 크나큰 기쁨을, 

동시에 다른 모든 아픔을 능가하는 그 아픔을  대체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내가 느낀 그 평와 기쁨과 고통은  

좀 전에 나를 사잡고 있던 두려움과 전율만큼 큰 것이었다. 


손발과 심장의 통증이 어찌나 극심한지  벌써 임박한 죽음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손발의 각 상처 속에서  못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지고  

뼈가 으스러져 산산조각이 나는 것 같았다.


14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처들은  형언할 수 없도록 감미로운 기쁨을 주기도 하더라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고통으로 곧 죽을 것만 같은데 

놀랍게도 크나큰 원기와 힘이 전해지는 것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니, 

고통 그 자체가 생명을 떠받치는 힘이 되어  나를 죽지 않게 했던 것이다.



15 뿐만 아니라, 외적으로 아무 상처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신체적으로는 그 극심한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있었고, 

그러므로 고해사제가 찾아와순종을 명하며 

신경 수축으로 뻣뻣해진 내 팔 마비를 풀어 주려고 했을 때에, 

특히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께로부터 나온) 빛살과  못과 창에 찔린 상처 부위들은 

그야말로 죽음 같은 고통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정신을 잃게 했을 정도로  극심한 이 고통이 상당히 완화된 것은 

사제가  순종의 이름으로  즉시 가라앉으라고 명령한 직후였다.


16 오, 거룩한 순종의 기적이여! 

너는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 되었도다! 

우리의 자매인 죽음과의 힘겨운 싸움 속에서  단말마의 고통을 느낄 때마다 

너 순종은  얼마나 자주 이를 가라앉히며  즉시 생명을 돌려주곤 했는지! 

그런즉, 솔직히 말하자면, 

이 고통들이 사제의 명령에 순종하여 다소 완화되지 않았다면, 

나는 그의 권위에 복종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17 - 죽음의 밥이 된 영혼을  그 손아귀에서 빼앗을 만큼  

큰 권능을  당신 사제들에게 주신 주님께서는 언제나 찬미 받으소서! 

그러한 권능이 

오로지 주님의 더욱 큰 영광과 영혼들의 구원을 위한 것이 되기를 바랍니다!


18 여기서 또 한 가지 밝혀야 할 점은, 

내가 죽음 같은 수면 상태에서 깨어났을 때는 

위에서 말한 상처들이 몸의 어디에도 보이지 않은 반면, 

다시 의식을 잃어버리면 

내게 찍혀 있는 예수님의 상처들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바로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의 상처들이, 

말하자면  내 손발과 심장에 날인되어 있는 듯 했던 것이다.




19 이제까지 말한 것은  오직 

십자가의 혼인과  

내가 최초로 십자가에 못박히는 고통을 겪었던 일에 관한 것뿐이었다. 

그 이후 여러 해에 걸쳐 일어난 수없이 많은 일들을 

하나하나 전부 되새겨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 적으라는 명령을 받은 이상, 

내게 가장 깊은 영향을 끼친 중요한 일들에 대해서, 

즉  앞에서 말한 십자가 고통과 관련하여  내가 1899년까지 겪은 일들에 대해서, 

되도록 진솔하게 말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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