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27주일 > 2011,10,2
오늘은 연중 제27주일인데
오늘 저는 10월 4일 저의 영명축일을 맞이하여,
오늘 성경 말씀에 대해서보다 '성인 공경에 대하여' 말씀 드리고 싶다.
저는 제가 운영하는 카페 마리아처럼에서는
영명축일(성인축일)을 맞이한 회원에 대한 축하 인사를 일체 하지 못 하도록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본당에서의 미사 때에도 성인 축일을 맞이한 교우들에게 축하 인사를 하지 않는다.
가끔, 다른 신앙 카페를 방문해 보면 새로 올려지는 글은 거의 없는데
"영명축일을 축하한다"는 글이 온통 카페를 뒤덮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분명 서로 영명축하를 해 주기 위한 카페가 아닌데도 말이다.
한 본당에서도 보면 보통 성직자, 수도자가 적어도 대여섯 명이 되는데
그 인원을 일일이 다 축하하려면 1년에 적어도 두 달마다 한 번씩은
전 교우를 대상으로한 영적, 물적 예물을 거두어 들여야 하는 실정이다.
저 스스로 영명축하식을 거절하고
카페에서나 본당에서나 영명축하 인사를 하지 못 하게 하거나 하지 않는 이유는
제가 뭐 다른 신부들보다 더 돋보이려 하거나 또 성인들을 무시하거나 싫어해서가 아니다.
<1테살4,3>의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하느님의 뜻은 우리가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임을 잘 아는 사제가,
또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사제가
하느님을 진실로 사랑했던 거룩한 사람들을 왜 무시하거나 싫어하겠는가?
제가 영명축하 인사에 대하여 그렇게 유별을 떠는 이유는 오히려,
교우들께 하느님을 진실로 사랑하고 신앙의 모범을 보여 주셨던 성인들을
더 올바로 공경하고 사랑하게 하기 위함인 것이다.
제가 지난 달에 본당에서 추천해 드린 추천도서,
정하권 몬시뇰의 '성숙한 신앙'에도 잘 언급되어 있지만
"'성인 공경'의 역사는 교회 역사 초기의 '순교자들에 대한 공경'에서 시작되었다.
순교자들에 대한 공경이 박해 시대가 끝나면서
순교자 외에 동정자들나 고행자들이나 탁월한 사목자들 중에 그들이 죽은 다음
신자들의 여론이 그들을 성인으로 추앙하면 공경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12세기까지는 교회가 공적으로 시성식을 거행하지 않았고
16세기 후반에 가서야 교회가 시성식을 주관하는 시성성이 설립된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 지금까지도 교회가 성인 공경을 장려는 하지만
한번도 성인 공경을 의무로 규정하거나 선포한 일은 없다.
오히려, 경박한 사목자나 신자들이 '성인 공경을 과장하는 경향'을 견제하느라고
여러번의 공의회에서 남용을 금지하고 과장을 축소하고,
'성인 신심이 상업주의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였던 것이다."
제가 저의 카페의 어느 글에서도 '성인을 통하여 밥벌어 먹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그 말은 제가 책을 통해서 하게 된 말이 아니라,
그동안 저의 눈으로 확인하고 하게 된 말이다.
한 단면에 불과하지만 세계 성지 순례를 하거나 국내 성지 순례를 하게 되면
온갖 장삿꾼들이 성지를 온통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무엇보다 성지가 '기복신앙(祈福信仰)의 현주소'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 성지에서 이 성인에게 기도하면 무엇에 좋고 무엇이 이루어지고 등등.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온갖 성상들, 그 앞에 켜진 타오르는 기도 지향 촛불들,
잘 마련된 미사예물 봉투들, 심지어는 성당 안에서조차 성물을 판매하는 모습,
봉헌된 미사예물을 누가 집어 가기라도 할까봐 조급하게 챙기시는 신부님.
이런 곳이야말로 2천년 전의 '예수님의 성전 정화'가 이루어져야 할 곳이 아닌가?
저는 그런 모습에 성지순례 가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성지에서의 미사에서는 왜 '미사예물'을 또 '헌금'을 강조하고 강요하는가?
우리 나라 성지 중에는
뛰어난 일꾼에 의해 만들어진 억지춘향이 아니라 '억지성지'도 없지 않다.
성지가 하나 만들어지면 그 동네와 그 교구는 대박난다.
성지 담당자들에게 맞아 죽을 소리임이 틀림없다. 크으~~~
성인은 하나의 '거룩한 사람'일 뿐이다.
그리고 성인 신심은 '순교자 공경'에서 비롯된 신심이다.
순교자는 하느님에 대한 신앙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바친 사람들이다.
성인도 하느님에 대한 신앙 때문에 자신의 뜻을 버리고
하느님의 뜻대로 거룩히 사신 분들이다.
성지순례의 목적이,
성인의 신심을 배워 자신도 자기의 욕심을 버리고
하느님의 뜻대로 이 세상을 거룩히 살기 위함일진데
성지순례를 가서 순교자나 성인께 촛불을 봉헌하고 미사예물과 헌금을 봉헌하며
하느님의 뜻보다 자기의 뜻이 꼭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들,,,
성인에 대한 공경은 절대로 하느님에 대한 신앙보다 강조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성인이라도 성인에 대한 공경은 성인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성인이 사랑하고 흠숭한 하느님께로 향하여 올려져야 하는 것이다.
성인을 따르는 어떤 사람도 자신이 그 성인 때문에 밥벌어 먹고 산다 해서
자신이 섬기는 성인이 하느님을 가리게 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것이다.
오히려 성인을 통하여 하느님이 더욱 잘 드러나게 해야 하는 것이다.
"아! 당근이라구요?
그리고 또 지금 그렇게 하고 계신다구요?
그럼 다행이구요.
아니라구요?
'아님 말구'가 아니라 그럼 고치셔야죠. ^ ^ "
본당에서도 주보성인 때문에 크게 드러나게 '돈받고 선물받고 하는 모습'도
점차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성인의 세례명을 받은 사람으로서 성인답게 살아오지 못함을 크게 뉘우치며
그 성인 앞에 무릎꿇고 사죄드려야 하는 날이 영명축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문정동에 성인 났다구요?
녜, 성인 나야죠.
시성식이 필요없는 무명의 聖人들이 많이 날 겁니다.
정말이에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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