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의시간들15

{14권 76장} 예수님께서 헤로데 앞에서 침묵을 지키신 이유/ 진리들을 숨기려 한다고 준엄한 꾸지람을 듣다.

은가루리나 2016. 9. 22. 00:21



14-76



1922년 11월 24일



예수님께서 헤로데 앞에서 침묵을 지키신 이유

진리들을 숨기려 한다고 준엄한 꾸지람을 듣다.




1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헤로데 앞에 끌려가셨을 때를 생각하다가,

'그지없이 선하신 그분께서 

헤로데에게는 말씀 한마디, 눈길 한 번 주시지 않았다니,

어떻게 그러실 수 있었을까?

그 불성실한 마음이 그분 눈길의 힘 앞에서 회개했을 지도 모르지 않는가?

하고 중얼거렸다.


2 그러자 예수님께서 나타나시어 말씀하셨다.

"딸아, 

그는 내가 바라보거나 말을 하기에는 너무 부패하고 완악한 영혼의 소유자였다.

만일 내가 그렇게 했다면 더 큰 죄인이 되었을 것이다.

왜냐햐면 나의 눈길이나 말들은 

저마다 나와 피조물을 묶는 끈을 하나씩 더 보태기 때문이다.


3 말하자면 

하나하나의 말마디가 더 강한 결합, 더 깊은 친밀을 이루기에,

영혼이 내 눈길과 마주칠 때면 은총이 작용하기 시작한다.

이 눈길이나 말이 다정하고 자애로우면 그는 말한다.

'오, 그 눈길은 (혹은 그 음성은)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적이며 감미롭던가!

어떻게 그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4 또 그것이 위엄 있는 눈길이거나 찬란한 광채를 발하는 말이라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얼마나 위엄 있고 크고 날카로운 빛인가!

나는 너무 작게 느꺼진다. 너무 비참한 존재다.

그 찬란한 빛 앞에 있으면 나는 거의 어둠일 뿐이다."



5 이와 같이 내가 

내 말이나 눈길이 가져오는 능력과 은총과 선에 대해 낱낱이 다 말한다면,

너로 하여금 수없이 많은 책을 쓰게 하는 셈이 될 것이다.


6 그러니 생각해 보아라.

내가 너를 매우 자주 보고 나와의 친밀한 담화 속에 있게 했으니,

그 동안 너에게 얼마나 큰 선을 베풀었겠느냐?

게다가 이 담화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완전한 강론이었으니,

이를 통해 너와 나의 결합 내지 관계가,

그 유대와 친밀성이 얼마나 헤아릴 수 없도록 깊어졌겠느냐!



7 나는 너에게 제자들을 가르치는 스승과 같이 행동하였다.

이 스승은 

지도를 바라는 다른 이들에게는 그저 몇 마디 말을 해 줄 뿐이지만,

자기 제자들과는 온종일 함게 지내면서 

그들을 자기와 비슷한 스승으로 양성하기를 원한다.


8 그는 그러므로 무엇이나 소상히 말하며 언제나 그들을 가르친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하는가 하면 

때로는 더 잘 이해하도록 비유를 들어 주기도 한다.

행여 제자들의 주의가 산만해져서 자기의 노력을 허비할세라 

잠시도 그들을 방치해 두지 않는다.

필요할 경우에는 자신의 휴식 시간까지 생략하고 가르침을 준다.

제자들을 스승으로 키우기 위해서라면 

노고도 긴장도 땅도 아무것도 아끼지 않는 것이다.



9 내가 너한테 그렇게 해 왔다.

아무것도 아끼지 않았다.

다른 이들에게는 그저 몇 마디 말을 했지만,

너에게는 담화와 긴 강론과 비유들을 들려주었고,

그것도 밤이건 낮이건 어느 때나 그렇게 하였다.


10 그러니 내가 너에게 주지 않았던 은총이 무엇이겠느냐?

너와 함께 있지 않으면 지낼 수 없을 정도로 큰 사랑을 주지 않았더냐?

그것은 내가 너한테 큰 계획을 세워 두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토록 많이 쏟아 준 것이다.



11 그런데 너는

 내가 네게 말한 것과 베푼 것을 너 자신 안에 숨겨 두는 것으로 

그 은혜를 갚으려고 든다.

그것을 드러냄으로써 내가 받게 될 영광을 내게 거절하고 있는 것이다.


12 스승이 숱한 산고를 겪으며 가르친 제자가 스승만큼 유식해지자 

자기가 받은 지식을 남들과 나누지 않고 혼자만의 전유물로 삼고자 한다면, 

너는 그 제자에 대해 어떻게 말하겠느냐? 

배은망덕하게도 자기 스승을 비탄에 잠기게 하는 자라고 하지 않겠느냐?


13 나에게서 엄청난 빛과 열을 받은 태양이 

만약 이 빛과 열을 땅 위에 내려 보내기를 거부한다면,

너는 그 태양에 대해 어떻게 말하겠느냐?

대놓고 이렇게 말하지 않겠느냐?


14 '너는 과연 좋은 인상을 주지만 

좋은 것을 너 혼자 가지고 있는 것은 좋지 않다.

땅과 식물과 사람들이 너의 빛과 열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생명과 생산력을 받으려고 그것을 원한다.

이리도 중대한 선을 어째서 우리에게서 박탈하려고 드느냐?

더구나 그것을 우리에게 준다고 해서 네가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더 큰 영광을 얻을 것이고, 모든 이가 너를 찬미할 것이다.'



15 그런데 네가 바로 그러하다.

아니 그 태양보다 더 나쁘다.

내가 태양보다 더 찬란한 빛을,

곧 내 뜻에 대한 진리의 빛을 네 안에 두었으니,

이것이 만물을 비추기에 넉넉하고,

태양이 땅에 베푸는 선보다 더 많은 선을 베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 자신도 모든 사람들도 

이 빛을 너에게서 쏟아져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16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그것을 어떻게 하면 숨길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고,

권한이 있는 당국자가 출판하려고 원고를 가져가고자 하면

심히 당황하여 끙끙거리곤 한다

아니다. 아니다.

이는 결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17 나는 다정하신 예수님의 그 말씀을 듣고 괴로워 죽을 지경이었다.

또한 더욱 큰 죄의식을 느끼기도 했다.

최근에 내 원고 중 하나가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즉, 출판 허가를 받지 못한 채 반납된 것이 있는데,

그때 내가 적잖은 후련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18 그러나 그토록 준엄한 꾸지람을 들으면서,

오, 내가 얼마나 나쁜 인간으로 보이던지!

마음을 다하여 예수님께 용서를 청하였고,

그러자 그분은 내가 진정하도록 강복해 주시며 말씀하셨다.

"내 용서와 측복을 받아라.

하지만 더욱 주의를 기울여 다시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