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의시간들18

{6권 40장} 하느님의 모상을 마귀로 변질시키는 교만 / 예수님의 수난은 인간의 비참을 덮어 가리는 옷이다.

은가루리나 2016. 11. 7. 00:25




6-40    



1904년 5월 30일



하느님의 모상을 마귀로 변질시키는 교만

예수님의 수난은 인간의 비참을 덮어 가리는 옷이다.




1 여느 때와 같은 상태로 있으면서 우리 주님의 수난을,

특히 가시관을 쓰신 고통을 묵상하며 이를 봉헌하였다.

그리고 그것이 너무나 많은 이들의 무분별한 정신을 밝히는 빛이 되기를,

또한 그분께서 사람들에게 알려지시기를 기도하였다.

"당신을 알고서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혼잣말을 하고 있었을 때,

흠숭하올 예수님께서 내 내면에서 나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교만은 영혼 안에 크나큰 파멸을 초래한다.

이것이 하느님과 인간 사이를 가로막는 장벽을 이루고,

인간을 나의 모상에서 마귀로 변질 시킨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나 눈이 멀어서 

자기네가 처해 있는 깊은 구렁텅이를 보지도 깨닫지도 못하기 때문에

네가 그토록 슬퍼하고 괴로워하면서 

내가 그들을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으니 만큼,

내가 나의 수난을 그들에게 옷으로 주어  더없이 큰 비참을 덮어 가리게 하겠다.

죄로 말미암아 상실해 버린 모든 선을 주어  아름답게 단장해 주려는 것이다.

그런즉 너 자신을 위해서건 네가 원하는 그 누구를 위해서건 

필요에 따라 쓸 수 있도록 이 옷을 너에게 선물로 주겠다."



3 이 말씀을 듣고 나자 나는 그 큰 선물 앞에서 여간 두렵지 않았다.

내가 제대로 사용할 줄 몰라서 주시는 분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쩔까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분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4 "주님, 저는 그토록 큰 선물을 받을 힘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그런 은혜를 받을 자격이 없는 것 같습니다.

주님께서 가지고 계시는 편이 더 낫겠습니다.

주님은 모든 것이시고 모든 것을 다 아시니,

이리도 귀하고 무한한 가치가 있는 옷을 

누구에게 입힐 필요가 있는지도 알고 계십니다.

하지만 이 하찮은 것이야 무엇을 알 수 있겠습니까?

입혀 줄 필요가 있는 사람에게 제가 미처 입히지 못한다면,

주님 대전에서 엄한 셈을 치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5 그래도 예수님께서는 "두려워하지 말아라." 하셨다.

"이 선물을 주는 이는 

너에게 준 선물이 쓸모없이 되지 않게 하는 은총도 줄 것이다.

설마 내가 너에게 해로운 선물을 주고 싶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


6 그때 내가 어떻게 대답했는지 모르겠지만,

두려움에 싸인 채 '귀부인 순명' 이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말을 들어보려고 판단을 보류한 상태로 있었다.

그러나 말할 것도 없이 

이 옷은 우리 주님께서 당신의 활동과 수고수난으로 얻어내신 모든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인간은 덕행이 없어 헐벗은 알몸을 가릴 옷을 발견하고,

자신을 풍요하게 해 줄 재산과 곱게 단장해 줄 아름다움과 모든 병을 치유해 줄 약을 

발견하는 것이다.


7 그 위 내가 이 모든 것을 '순명'에게 말하자

그는 내게 (그 선물을) 받아들이라고 명하였다.

(이 문장 속에서 루이사는 '순명'과 '그'로 그녀 자신의 고해사제를 지칭하고 있다. - 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