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기도

<가톨릭 신앙의 40가지 보물> 화살기도

은가루리나 2015. 10. 30. 12:54


그리스도교 초기에 사막 수도자들과 은수자들은 

엄격한 단식을 하는 가운데 하느님 말씀으로 영혼을 살찌웠다. 

어떤 곳에서는 날마다 시편 전체를 기도했다. 

어떤 대목은 수도자 자신의 생각(두려움·기쁨·좌절·원의 등)을 표현하는 것 같았기에 

그는 이런 대목을 기억해 두었다가 낮에 육체노동을 할 때 끄집어내어 기도하곤 했다.


평범한 세상살이를 하는 사람이라면 날마다 시편 전체를 기도할 시간이 없을 것이다. 

또 사막 교부들처럼 단식하면서 주의를 집중하여 노동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성경을 암송하며 풍부한 기도를 바치던 방식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사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회 전체에 그들의 기도 방법을 제안하면서 

시편에서 간단한 구절을 기억해 두었다가, 

예를 들어 유혹에 맞설 때 불화살처럼 날려보내라고 권고 했다.


그것은 유익한 일이다. 

우리 앞에는 그 옛날의 수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예수님이 설정해 놓으신

 “낙담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루카 18,1)라는 중대한 과제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성 바오로는 그 과제를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1데살 5,16)라며 권고했다.

그 과제는 불합리하고 불가능한 요구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예수님도 성 바오로도 우리가 쉬지 않고 말로 기도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분들이 의도한 것은 우리가 ‘아침기도’에서 하듯이 우리 삶, 

곧 모든 기도와 노동과 기쁨과 고통을 기도로 만들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삶의 봉헌을 하루 내내 주기적으로 새롭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우리는 하느님과 우리 관계가 젊은 연인들처럼 되기를 바란다. 

젊은 여인들은 함께 있을 때만이 아니라 메시지를 보낼 때나 전화를 할 때도 서로에 대해 생각한다. 

그들의 사랑은 지속적이어서 관심을 쏟아야 하는 다른 일과 중에도 자주 서로를 떠올린다.

내 체험에 따르면, 남편들은 집을 떠나 여덟 시간 직장 일을 하는 동안 아내 생각을 자주 한다. 

그리고 감사할 일, 감탄한 일, 놀라운 일들에 대해 생각한다. 

물론 때로는 당혹스러운 일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하느님과 우리 관계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우리는 기도하는 사람으로서, 젊은 연인들한테 배워야 한다. 

412년경 성 아우구스티노는 대가족의 어머니가 된 젊은 과부에게 쓴 편지에서 

그 내용에 대해 잘 말해 주었다. 

그녀는 기도할 시간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아우구스티노는 그녀에게 기도하며 오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말을 많이 하며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말이 많은 것과 오래 지속되는 열망은 다른 것이다.

기도가 불이라면 화살기도는 우리가 그 불 속에 하루 종일 집어넣는 통나무와 같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사막 교부들의 기도 방식을 과부 프로바에게 맞게 적용했다. 

“이집트에서는 수사들이 자주 기도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기도는 매우 짧습니다. 

말하자면 돌발적인 기도입니다. …

왜냐하면 대부분의 경우 기도가 이야기보다는 탄식으로, 말보다는 눈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눈물을 보십니다. 

또 우리의 탄식을 모르지 않으십니다. 

하느님은 당신 말씀으로 만물을 창조하신 분이고 인간의 말을 필요로 하지 않으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화살기도는 하루 중 비어 있는 순간, 

예를 들어 신호등 앞에서 오래 머무를 때, 

오랫동안 통화 대기 상태에 있을 때, 

불면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 때, 

대기실에서 한동안 기다리게 될 때 같은 순간을 채울 수 있는 이상적인 기도다. 

리는 그런 순간을 좋은 기회로 삼거나 짜증나는 순간으로 여길 수 있다. 

이를테면 그런 순간에 짜증을 증폭시킬 수도 있고 기도에 불을 붙일 수 있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그리고 선택해야만 한다. 

자연은 진공상태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만일 마음을 기도로 채우지 못한다면, 

우리 마음은 분노와 근심, 유혹과 분노, 그리고 달갑지 않은 기억으로 가득 찰 것이다.



초기 그리스도인이 짧은 화살기도를 많이 했다는 증거는 신약성경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성 바오로가 기도한 히브리 민족의 “마라나타!”(1코린 16,22)는 

‘저희의 주님, 오십시오!“라는 의미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도 중 하나다. 

똑같은 구절이 1세기 교회의 교훈집「디다케」에도 나온다.

그 다음 세대들에게는 신약성경 자체가 화살기도의 보고寶庫 역할 했다.

 

주님,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십니다.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는 알고 계십니다.(요한 21,17)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마태 26,39)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마르 9,24)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마르 10,47)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마태 19,26)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30)

 

복음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눈먼 거지든 단련받는 사도든 매우 간단한 말로 극한의 감정을 표현한다. 

그리스도가 지나가고 계셨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핵심을 말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나아가 화살통의 화살처럼 정곡을 찌르는 말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시편이 있는 것이다. 

시편은 사막 교부들이 알고 있었듯이 인간이 기도로 표현하고자 한 다양한 감정을 봉헌한다.

 

하느님, 어서 저를 구하소서. 주님, 어서 저를 도우소서.(시편 70,1)

주님, 당신의 길을 제게 알려주소서.(시편 25,4)

하느님, 깨끗한 마음을 제게 만들어 주소서.(시편 51,12)

주님을 찬미하라.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고쳐주시는 분.(시편 147,1.3)

제 영혼이 당신을 목말라합니다.(시편 63,2)

 

또한 전례도 흠숭과 찬미, 회개와 간청을 봉헌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의미 깊은 구절을 제공한다.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는 여러 찬미가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기도하라고 권했다. 

찬미가들에는 우리의 마음과 입술에 담아둘 수 있는 멜로디가 주는 이점이 있다.


또한 성 프란치스코는 우리에게 공식적인 기도문의 말마디 하나하나에 얽매이지 말라고 경고했다. 

우리는 자유롭게 기도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또한 처음부터 우리 자신의 열망이 담긴 기도를 할 수도 있다 

“여러분에게 모든 풍요로움을 제공할 여러분의 내적 사랑에서 솟아나오는 것은 

무엇이든 마음으로나 입으로 말하라!”


우리는 성인들이 그랬듯이 자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실로 세상이 하느님의 신성을 선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고 느끼고 듣는 것, 

곧 새의 노랫소리, 휘몰아치는 바람, 떨어지는 빗방울, 한낮의 따사로운 태양을 

창조주이신 하느님께 돌려드리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4세기 시인이자 나지안조의 주교 성 그레고리오는 

세상 만물을 자신의 영적 유익을 위해 이용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이제 우리가 천연자원을 개발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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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새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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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드높여 짧고 열렬하게 끊임없이 하느님께 간구하십시오, 

그분의 탁월하심을 찬미하고 그분의 도우심을 구하며, 

마음으로 여러분 자신을 그분의 십자가 아래 내려놓고 그분의 선성을 흠숭하며 

여러분의 영혼 전체를 날마다 봉헌하십시오.

내면의 시선을 그분께 고정시키고, 

마치 어린아이가 아버지에게 하듯이 여러분의 손을 그분에게 뻗어 그분이 이끄시도록 하고, 

그분을 마치 향기로운 꽃처럼 가슴에 품고, 여러분 영혼의 기준으로 들어 높이십시오. 

가능한 모든 행위로 하느님께 대한 여러분의 사람,

영혼의 천상 신랑을 향한 부드러우면서도 열정적인 갈망에 불을 붙이십시오....


이것은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며, 

우리의 모든 의무적인 활동과 아무런 문제없이 어우러질 수 있습니다. 

제가 말한 영적 피정도, 이 같은 마음의 내적 고양高揚도

마음을 전혀 흐트러뜨리지 않고 어떤 방해를 일으키기는커녕 

여러분이 하고 있는 일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속적이고 본능적인 사랑으로 충만한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늘 생각하고, 

마음이 애정으로 넘쳐나며, 입술은 언제나 상대방을 칭찬할 준비가 되어 있고, 

그 사람이 없을 때는 편지로 위안을 삼으며, 

나무마다 소중한 그 사람의 이름을 새기듯이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그분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고, 

그분을 위해 살기를 멈출 수 없으며, 

그분을 기리고 그분에 대한 이야기를 멈출 수 없습니다. …


또한 바로 그러한 사랑의 분출을 만물이 우리에게 지시합니다. 

곧 그분이 만드신 세상 만물은 하느님께 대한 찬미로 가득합니다. 

그리하여 그 만물은 성 아우구스티노의 말처럼, 

말없이 이야기하지만 

하느님께 대한 자기들의 사랑 이아기를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또렷이 해줌으로써 

그들의 거룩한 원의를 자극하여 하느님께 대한 열망과 사랑의 외침을 분출하게 합니다.

 

-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17세기

 

 

 

- 가톨릭 신앙의 40가지 보물 / 스콧 한 / 바오로딸

[출처] <가톨릭 신앙의 40가지 보물> 화살기도|작성자 바다의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