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의시간들13

{13권 29,1-11 (Ⅰ)} 세 시간 동안 감옥에 수감되셨던 예수님 - 그 의미와 효과

은가루리나 2017. 5. 17. 00:59


13-29  



1921년 10월 29일



세 시간 동안 감옥에 수감되셨던 예수님 - 그 의미와 효과




1 지난 밤을 뜬눈으로 세웠다.

결박되신 채 감옥에 갇히신 예수님께로 내 생각이 자꾸 날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수들에 의해 

고통스럽고 잔혹한 자세로 묶인 채 후들거리는 그분의 무릎을 

얼싸안고 있고 싶었고,

그들이 뱉은 침으로 더럽혀진 얼굴을 닦아드리고 싶었던 것이다. 


2 한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내 생명이신 그분께서 짙은 어둠 속에 나타나신 것 같았다.

너무 캄캄해서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흐느끼시며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3 "딸아, 원수들이 끔찍하도록 잔인하게 나를 묶어대더니

이 캄캄한 감옥 속에 홀로 내버려두었다.

내 주변의 모든 것이 먹물처럼 캄캄한 어둠이었다.

오, 그 어둠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4 내 옷은 개울의 더러운 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

감옥의 악취와 저들이 뱉은 침의 악취가 물씬 풍겨 왔다.

내 머리칼은 흐트러져 눈과 입을 가리고 있었으나 

이를 가다듬어 주는 자비로운 손길은 하나도 없었고,

내 손은 사슬에 묶여 있었다.


5 어찌나 캄캄한지, 

아아, 너무도 괴롭고 치욕스러운 감옥 안의 내 처지를 볼 수조차 없었다.

오, 이리도 고통스러운 감옥 안의 내 처지가 

얼마나 많은 것에 대해 말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6 나는 세 시간 동안 감옥에 갇혀 있었다.

이것으로 세상의 세가지 시대를 본연의 상태로 회복시키고자 했으니,

자연법의 시대와 성문법의 시대, 그리고 은총의 시대이다.

그 모든 것을 해방하고 다시 함께 통합하여 

사람들에게 내 자녀로서의 자유를 주고자 했던 것이다.


7 감옥에 세 시간 동안 있음으로써 나는 또 사람의 세 시기,

유년기와 장년기와 노년기를 회복시키고자 하였다.

나쁜 격정으로 죄를 짓는 시기, 

자신의 의지로 죄를 짓는 시기, 

마음의 완고함으로 죄를 짓는 시기를 회복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오, 내 주위의 그 어둠이 

죄가 인간 안에 일으키는 짙은 암흑을 얼마나 절감하게 하던지!

탄식하며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8 '오, 사람아! 

너희의 죄가 나를 이토록 짙은 어둠 속에 던져 넣었으니,

내가 너희에게 빛을 주기 위해 이를 겪고 있다.

나를 이처럼 더럽힌 것도 너희의 악행이니,

그 어둠이 너무 짙어 내가 그것들을 볼 수조차 없구나.

나를 보아라.

지금의 내가 너희 죄악의 모습이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으면 이 나에게서 보아라.'



9 그러나 내가 감옥에서 보낸 마지막 시간은 동틀 무렵이었다.

벽의 터진 틈으로 희미한 빛살 몇 줄기가 흘러들고 있었다.

그나마 내 고통스러운 처지를 볼 수 있게 되자 

얼마나 숨이 터지는 느낌이던지!


10 이는 죄의 어둔 밤 속을 뒹굴다 지친 인간이 은총을 받아들일 때를 나타낸다.

은총이 여명처럼 그를 에워싸고 희미한 빛을 보내면서 

돌아오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 마음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11 그리고 이 여명 속에서, 

내 사랑이 나와 같은 처지에 묶어둘 작정이었던 너를 

내 사랑의 수감자인 너를  보기도 하였다.

너만은 나를 감옥의 어둠 속에 홀로 내버려두지 않으리니,

내 발치에서 새벽이 오기를 기다리며 나를 따라 탄식할 것이고,

인간의 밤을 두고 나와 함께 울 것이니 말이다.

이 때문에 나는 위안을 얻었기에,

나를 따른 은총을 베풀려고 너에게 나의 그 수감 현장을 보여 주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