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18권

소리-무화_천상의책{18권 3장} 고통의 극한 속에서도 변함이 없으셨던 예수님. 언제나 한결같은 태도는 오직 신적인 특성이다. 예수님의 침묵의 의미.

은가루리나 2015. 8. 17. 17:35


사람들 가운데 이루어질 하느님 뜻의 나라


천상의 책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그 본연의 위치와 창조된 목적에로 돌아오게 하시는 부르심



18-3  



1925년 9월 16일



고통의 극한 속에서도 변함이 없으셨던 예수님.

언제나 한결같은 태도는 오직 신적인 특성이다.

예수님의 침묵의 의미.




1 다정하신 예수님의 긴 부재로 인해 한결 더 괴로운 나날이다. 

그분의 뜻만이,

분께서 내 가련한 영혼을 찾아주셨던 그 잦은 방문의 귀한 유산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내 생명을 이루시는 분이 이제는 나를 홀로 남겨 두신 채 잊으신 모양이다.


2 하기야 내가 보기에 우리는 함께 녹아 있어서, 

그분은 나 없이 지내실 수 없고 나는 그분 없이 지낼 수 없는 것 같지만 말이다. 

그러나 한편은 마음속으로, 

'나를 그처럼 사랑하시던 분은 어디로, 어디로 가셨을까? 

내가 어떻게 했기에 그분께서 나를 떠나셨을까? 

아, 예수님, 돌아오십시오. 돌아오십시오.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습니다!' 하면서 슬픔에 빠져들고, 

나의 모든 희망과 행복을 넣어 둔 분을 잃은 큰 불행에 대해 생각하려고 든다.


그러면 거룩하고 신성하신 의지가 위용을 드러내시어, 

그 흠숭하올 뜻 안에서 내가 따라가던 길을 계속 가도록 명하신다. 

내 유일한 선이신 분과 함께 있지 않은 것 때문에 슬퍼하는 것을 거의 용납하지 않으시는 것이다. 

나는 그러므로 하늘에서도 땅에서도 가장 작은 위로 하나 받지 못한 채, 

단단한 돌덩이처럼 혼자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중이다.


그런 상태로 예수님의 수난을 이룬 여러 가지 고통을 생각하고 있노라니,

그분께서 잠시 모습을 보여 주시며 이르셨다.



 "딸아, 그 모든 고통을 겪으면서도 나는 언제나 똑같았다.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내 눈길은 늘 다정하였고, 내 얼굴은 늘 평온했으며, 내 말은 늘 차분하고 위엄이 있었다.


5 나의 인성 전체가 그토록 한결같은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으니, 

그들이 나를 구세주로 인정하기를 원했다면, 

모든 것 속에서 모든 것에 대하여 언제나 한결같은 내 태도만 보아도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6 나의 숱한 고통이 같은 수의 구름장처럼 나를 둘러싸서 

내 모습을 흐리게 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태도가 변했던 것은 아니다. 

고통의 극점을 통과하고 나면, 

내가 다시 장엄한 태양처럼 언제나 변함없는 평온함과 한결같은 태도로 

적대자들 한가운데에 모습을 드러내었으니 말이다.



7 언제나 한결같은 것은 오직 하느님의, 그리고 하느님의 참된 자녀들의 속성이다. 

언제나 한결같은 태도는 영혼 안에 하느님의 특성을 박아 넣고, 

인간의 활동을 순수하고 거룩한 것으로 드러낸다.


8 반면에 변덕스러운 성질은 피조물의 속성이다. 

이는 인간의 마음 안에서 으르렁거리며 그 마음을 포악하게 지배하는 격정의 표징이니, 

밖으로도 그 거친 양상을 드러내어 모든 사람을 불쾌하게 하는 성정(性精)이다.



그러므로 내가 너에게 말한다. 

나와 너 자신과 모든 사람들을 한결같이 대하여라. 

고통 중에서건 바로 나의 부재 속에서건 언제나 한결같아야 한다. 

이 변함없는 성격이 네 영혼 안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게 하여라. 

그러면 설령 나의 부재가 너를 때려눕히고 너의 안팎에 비통의 구름이 끼게 하더라도, 

너의 변할 줄 모르는 태도가 그 구름을 흩어 버리는 빛이 될 것이고, 

내가 - 비록 숨어 있지만 - 네 안에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를 보여 줄 것이다."






10 그 후에도 나는 계속해서 흠숭하올 예수님의 수난을 이룬 고통들에 대해 생각했다. 

날카로운 못처럼 내 마음을 찔러대는 그분 부재의 고통을 느끼면서였다. 

그 무렵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내 내면에 나타나셨는데, 

말씀이 전혀 없었고, 측은한 마음이 들 정도로 무척 괴로워하시는 모습이었다.


11 나는 그래서, 

"저의 사랑이시여, 어찌하여 침묵을 지키십니까? 

저한테 더 이상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고, 

당신의 비밀이나 고통도 털어놓지 않으시려는 것 같습니다." 하였다.



12 그러자 예수님은 매우 자애로우면서도 괴로움에 젖은 음성으로 말씀하셨다. 


"딸아, 침묵은 말을 하는 것보다 더 중대한 것을 표현한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말을 하라는 설득에 넘어가지 않고 침묵을 지키기로 작정한 사람의 태도이다. 

아버지가 망나니같이 구는 다른 아들들 가운데에 있으면서 

사랑하는 한 아들에게 침묵을 지키는 것은 

그 비뚤어진 아들들을 때리려고 한다는 표시인 것이다.


13 너는 내가 너에게 오지 않고 내 고통을 너와 나누지도 않는 것이 

중대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느냐? 

아, 딸아, 그렇지 않다. 오히려 대단히 중대한 일이다. 

내가 오지 않을  때에는 내 정의가 인간을 후려칠 징벌의 채찍들로 가득 차 있음을 뜻한다. 

앞으로 닥칠 재앙과 현재 암암리에 꾸며지고 있는 대전(大戰)이나 혁명에 비하면, 

과거의 모든 지진이나 전쟁 같은 재앙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죄가 너무 엄청나서, 

내 고통을 너와 나누는 것으로  인간이 받아 마땅한 징벌을 면하게 할 수 없을 정도인 것이다.



14 그러니 너는 인내하여라. 

내가 네 안에 숨어 있지만, 내 뜻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내 현존을 대신해 줄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네가 늘 하는 내 뜻 안의 순례를 같은 보조로 하지 못할 것이다. 

네 안에서 그것을 행하는 것은 - 비록 숨어 있어도 - 나 자신이다.


15  아무튼 내 정의가 일단 모든 징벌을 내리고 나면, 

내가 이전처럼 너에게 오겠다. 

용기를 내어라. 나를 기다리며 두려워하지 마라."





16 그런데 그분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사이에 

나는 나 자신의 밖으로 나가 세상 한복판에 있게 되었다. 

거의 모든 나라들이 전쟁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는데, 

보기만 해도 공포를 느낄 만큼 새롭고도 더욱 참혹한 방식으로 싸우려는 것이었다. 

인간의 맹목이 한층 더 심해져서 인간이라기보다는 짐승처럼 행동하게 되었고, 

이성의 눈이 먼 탓에 남들을 다치는 동안 그 자신도 다친다는 것을 못 보는 판이었다.



17 나는 그때 두려움에 소스라쳤는데, 어느 새 예수님 없이 나 자신 안에 돌아와 있었다. 

사랑하올 그분께서 나를 홀로 버려두고 떠나신 고통의 못에 박힌 채 - . 

이 고통 때문에 미친 듯 울부짖으며 괴로워하고 있노라니,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나의 견디기 힘든 고통을 보시고 

내 안에서 기척을 내시며 한숨을 푹 쉬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18 "딸아, 진정해라. 진정해라. 

나는 너와 함께 있다. 너를 떠나지 않았다. 

게다가 내가 어떻게 너를 떠날 수 있겠느냐? 보아라, 

내 뜻이 도처에 있다. 

네가 내 뜻 안에 있는 한, 내가 어디로 가든 어떤 곳에 있든 너를 떠날 수 없는 것이다. 

너를 떠나려면 내 뜻을 한 군데에 집중적으로 한정해 두어야 하는데, 

이것 역시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냐?


19 나의 무한성도 도처에 퍼져 있고, 내 본성은 내게 속한 모든 것을 무한하게 한다. 

즉, 나의 뜻, 나의 능력, 나의 사랑, 나의 지혜 따위가 다 무한한 것이다. 

말하자면 내 뜻 안에 있는 너를 내가 도처에서 보는데, 어찌 너를 떠날 수 있겠느냐? 

그러니 너는 내가 너를 떠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내 뜻의 무한한 심연 속에 훨씬 더 깊이 잠겨 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