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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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나의 아버지시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 같은 사람들도 있고, 욕심쟁이 부자 같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무죄한 사람들을 살려보려고 나서는 가믈리엘 선생 같은 이들이 있고,
의인을 살해할 정당한 구실을 찾는 데 급급하는 가야파들이 있는 것이다.
한때 나는 구약시대에 일어났던 일은 신약시디에 일어나지 않고,
성전에서 생긴 불상사가 예수님이 세우신 교회에서는 다시 생기지 않으리라는
순진한 생각을 품었었다.
그것은 형편없는 착각이었고, 현실을 보는 내 눈을 사정없이 비뚤어지게 만든 오해였다.
벗들이여, 현실은 그런 것이 아니다.
부패한 성전의 돌조각이 우리 각 사람의 마음속에 박혀 있고,
가증할 체제들의 담벼락 한 귀퉁이가 우리 마음속에 가로누워 있는 것이다.
예수님의 출현이 교회를 성인들의 교회로 만들지는 않았다.
죄인들의 교회로 남겨두었다.
오히려 이 죄인들에게 더 무거운 책임을 지워주었다.
예수님이 지상에 오심으로써 하느님의 광채는 더욱 눈부시게 빛났으며,
예수님의 내림 (來臨)은 인간들을 그 광채에 더욱 가까이 밀어보냈기 때문에
그들의 책임이 더 무거워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인간 그대로였다.
사랑의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으면서 동시에
사랑에게 "싫다"고 잘라 말할 힘이 그대로 남아 있는 존재였다.
그리고 교회도 교회 그대로였다.
무한에 가까운 성성(聖性)을 보존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약점과 쉽게 무너지는 성격도 고스란히 지니고 있었다.
세상 끝날까지는 성전도, 복음도, 영웅적이고 참으로 신적인 사물을 지니면서도 동시에
반목과 스캔들의 분위기를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같은 날 로마를 순례하는 어느 순례자는 자기를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에게서 감화를 받을 수도,
만나는 사람 때문에 그 반대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만나는 사람'이 바로 우리 자신일 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구원은 언제나 복음 속에 있다.
중요한 것은 복음이다.
체제의 무게가 너무 짐스러울 때, 체제가 더 이상 정당성을 갖지 못할 때,
우리는 즉시 복음에서 해방과 기민함과 직접적 원천을 찾아야 한다.
체제가 없을 수가 없고 필요불가결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인간이 그것을 통제해야 하며,
그것이 인간에게 봉사해야지 인간이 체제를 섬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체제는 사울 왕이 소년 다윗에게 입혀주려 했던 갑옷에 비길 수 있다.
거추장스러운 갑옷이 소용이 되는지 안 되는지,
돌팔매끈이면 넉넉하다 하여 놋쇠 갑옷을 훌훌 벗어버리든지 말든지
그것은 다윗이 알아서 할 일이었다.
복음은 언제 갑옷과 투구가 소용되고, 언제 돌팔매끈으로 넉넉한지 일러주는 교본이다.
그런데 나느 여기서 돌팔매끈만 손에 들고서
그 홀가분함이 영(靈)의 투쟁에 더 좋은 수단 방법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한마디해야겠다.
교회에 더 이상 매이지 않게 된 그날부터 자유의 몸을 느꼈다는 사람이 있다.
하느님과의 관계라는 것을
과거의 유습으로 간주하여 삶에서 추방해버린 순간부터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는 듯한 기분이 든 사람도 있다.
전통에 구애됨이 없이 애오라지 인간들에 대한 봉사에 몰두하는 사람도 있다.
한데 이런 단절이 꼭 필요한 것일까?
이같은 단절을 감행하는 것이 우리를 진리에서 빗나가게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교회는 어디까지나 교회며, 하느님은 어디까지나 하느님이시다.
다윗은 어디까지나 자기 겨레의 일원으로서 전투에 나섰던 것이며,
돌팔매끈에 힘이 되어주신 분은 하느님이셨다.
하느님 백성에서 탈퇴하고 나면 나는 도대체 무엇일까?
지존께 대한 믿음이 없어지고 나면 내게 무슨 힘이 남을까?
내가 진지하게 복음에 따라 사는 일을 교회가 막을 리는 없다.
무슨일엔가 전적으로 투신하기로 작정한 시점일수록
하느님께 대한 결속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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