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하느님은 나의 아버지시다. 그대의 환각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뵙겠노라고 부질없이 시간을 허송치 말라. 제 집을 찾아가는 꿀벌의 재주가 신비스러울 때 그대는 그대 가까이, 그대 침묵 속에 하느님을 감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찬미가를 불러보라. 우리 위에 펼쳐주신 하늘 때문에, 알렐루야! 우리 위에 띄워주신 태양 때문에, 알렐루야! 우리 앞에 채워주신 바다 때문에, 알렐루야! 우리에게 주신 벗들 때문에, 알렐루야! 하늘이 폭풍을 몰아쳐도, 알렐루야! 태양이 구름 속에 가려져도, 알렐루야! 성난 파도가 일렁일 제도, 알렐루야! 친구와 마음이 엇갈려도, 알렐루야!
모두가 날 사랑하시는 하느님이다. 모든 것에, 나를 어루만지시는 하느님이 계시다. 모든 것에, 나를 아들삼으시는 하느님이 계시다. 우리의 현세생활을 한마디로 간추린다면 '둘이서 사는 삶'이라 하겠다. 하느님 안에서 산다면 우리는 결코 외롭지 않다. 그 어른과 사귄다면 결코 외롭지 않다. 그 어른이 우리를 당신 나라에 낳아주신다면 결코 외로울 리 없다. 그 어른의 현존을 우리 안에서 늘 감지한다는 것은 대단한 성숙이다. 기도를 통한 생생한 친교를 그 어른과 맺는 것은 대단히 감미로운 일이다. 우리 위에 마련하신 그 어른의 계획을 받아들임은 참다운 지혜다. 그러나 이러한 성숙과 지혜에 도달키는 쉽지 않다. 우리에게는 늘 양극단으로 빠질 우려가 있다. 하느님의 절대적인 내재(內在)에 심취되어 '그 어른이 하시겠지.'하는 투로 손을 거두고 방관하거나, 우리의 자신감에 도취되어 하느님의 내밀한 역사(役事)를 개의치 않고 활동에 몰두하거나 한다. 전자의 유혹에 빠지기 쉽던 시대가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후자의 유혹에 빠지기가 더 쉽다. 현대인은 행동할 때에만 보람을 느끼는 듯한다. 현대인은 '미완성'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하느님의 창조 사업은 인간의 출현을 기다리며 중단되어 있었다고, 하느님이 초장(初章) 에서 그만두신 교향곡을 인간이 완성할 차례라고까지 생각들 한다. 이 관념이 어떻게 보면 멋있기도 하고, 어떤 이들에게는 책임감을 일깨우기도 한다. 하지만 애매모호한 데가 있고 사세를 명확히 가늠해주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차라리 예수님의 다음 말씀을 바탕으로 삼고 싶다. "내 아버지께서 언제나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하는 것이다"(요한5,17) 복음의 이 구절은 신인(神人)의 관계, 관상과 활동의 관계라는 낡고도 새로운 논쟁, 오래고도 현대적인 논쟁을 요약한 것이며, 거기서 올 수 있는 오류를 막아주는 말씀이다. "내 아버지께서 언제나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하는 것이다." 라는 말씀은 당신 혼자서 당신 생애의 교향악을 완성하셔야 했다는 뜻이 아니다. 다른 말씀도 있다. "나를 보내신 분은 나와 함께 계시고 나를 혼자 버려두시지는 않는다. 나는 언제나 아버지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요한 8,29). 아버지께서 예수님의 생애에서 일순간도 멀리 계시는 일이 없었다. 또 예수님은 아버지께 여쭙기 전에 무슨 일에 손을 대시는 일이 없었다. 현대인은 자신감이 그토록 넘치고 자기 지식에 적이 만족해서인지, 미완성된 것을 자기 혼자서 완성시켜야 한다는 일념만으로 좋아하는 듯 하다. 사물의 속성을 발견하는 데 몇 걸음 나아가자 대뜸 자기 홀로 우주를 책임졌노라고 자부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의 침묵을 하느님의 죽음으로 해석하다. 다른 일도 그런 식으로 처리한다. 하느님께 부르짖고 외치고 기대하는 것조차 무용하게 보일 만큼 그 어른의 절대에 가까운 피동적 태도에 스스로 속아넘어간 것이다. 하느님은 인간이 혼자서 해결해나가게 버려두시기로 작정하셨다. 신앙에 있어서는 이보다 맹랑하고 위험스러운 해석이 또 없을 것이다. 그것은 기도의 소멸이요, 신인(神人)의 대화의 단절이며, 이 땅을 참으로 슬픈 곳으로 만드는 우행(愚行)이 아닐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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