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8권

{8권 61장} 하느님이 영혼의 채무자가 되실 때

은가루리나 2018. 8. 20. 17:06


8-61



1909년 1월 22일



하느님이 영혼의 채무자가 되실 때


 


 1. 우리 주님의 숱한 부재에 대하여 생각하노라니 (지난 일도 기억에 떠올랐다.)

수년 전만 해도 내가 몇 시간 기다린 뒤에 그분께서 오시면 

그토록 고심하여 기다리게 하셨다며 볼멘 소리를 하곤 했고,

그러면 복되신 예수님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던 것이다.


 


 2. "딸아, 네가 나를 열망하시도 전에 내가 불쑥 나타나면,

내가 너로 하여금 기다리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너는 내게 빚을 지게 된다.

그러니 하느님께서 너의 채무자가 되실 기회를 너에게 주시는 셈이다.

그런데도 너는 이를 사소한 일로 여길 수 있겠느냐?


 


3. 그래서 나는 혼자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 당시에는 몇 시간이었지만 이제는 몇 날이나 기다려야 한다.

그러니 그분께서 내게 지신 빚이 얼마나 될지 누가 알겠는가!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을 것 같다.

내게 오실 마음을 내지 않으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4.하지만 그 순간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하느님을 채무자로 삼는 것이 내게 무슨 소용이 된담?

생각컨대 그분을 채무자로 삼거나 그분의 채무자가 되거나 예수님께는 다 같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분께서는 한 순간에, 

당신의 빚과 같거나 그것을 능가할 만한 은혜를 주실 수 있으니까.

하기야 그것이야말로 영혼의 빚이 깨끗이 탕감되는 방식이리라."


 


 5.한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복되신 예수님께서 내 안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6. "딸아, 그게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냐?

내가 영혼들에게 주는 은총은 "자연 은총" 외에도 "계약 은총" 이 있다.

자연 은총의 영혼들에게는 나의 선택에 따라 은총을 즐 수도 있고 주지 않을 수도있다.

내가 아무런 계약에도 매여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의 경우처럼

계약 은총의 영혼들에게는 내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을 수 없고 

또 내 선물들도 주어야 하는 계약에 매여 있다.


 


 7.어떤 기품 있는 신사와 두 사람이 있다고 상상해 보아라.

이 둘 중 한 사람은 자기의 돈을 그 신사의 손에 (안전하게) 맡긴 반면

다른 한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신사는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가리지 않고 줄 수 있지만,

그러나 궁한 상황이 되었을 때, 

돈을 맡긴 사람과 돈을 맡기지 않은 사람 중

어느 쪽이 더 확실히 돈을 손에 넣을 수 있겠느냐?


물론 돈을 맡긴 사람이 그만큼 더 적극적인 의향과 용기와 확신을 가지고

신사에게 가서 맡긴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만일 그 신사가 내놓기를 주저하는 기색이 보인다면 솔직하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에게 그걸 주시는 게 나을 것입니다.

신속하게 말입니다.

사실, 제 것을 달라는 것이지 어른 것을 달라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 반면에, 다른 한 사람은 신사의 손에 아무것도 맡기지 않았으므로 

쭈빗쭈빗 망설이며 확신도 없이 갈 것이고, 

도움을 얻건 얻지 못하건 결국 신사의 처분에 맡길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8. 이것이 내가 채무자인 것과 아닌 것의 차이이다.

네가 나를 믿고 맡김으로써 얼마나 어마어마한 이익을 내게 되는지 깨달을 수 있다면!"


 


 9. 여기에 덧붙일 것은, 또 터무니없는 소리이겠지만, 

이 글을 쓰면서 속으로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는 것이다.


"사랑하올 예수님, 당신께서 제게 이처럼 많은 빚을 지고 계시니, 

제가 천국에 가 있게 될 때 저를 보시면 아무래도 마음이 좀 거북하시겠지요?

하기야 지금 바로 오신다면 제가 채무자가 되므로, 

너무나 선하신 당신께서는 저와 만나는 첫 순간에 제 빚을 탕감해 주시겠지만, 

저는 악한 인간인지라 탕감해 드리기는 고사하고 당신을 기다리는 (고통 속에서) 

들이마시고 내쉰 숨 하나하나에 대해서까지 지불을 요구할 것이니 말입니다."


 


 10.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의 내면에서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11."딸아, (그때가 되면) 내 마음이 거북하기는커녕 오히려 기쁨을 느낄 것이다. 

내 빚은 사랑의 빚이고, 

내 빚을 지고 있는 너를 가지기보다는 내가 채무자가 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너에게 진 이 빚은 내게 빚인 한편 

내 마음속에 영원토록 간직할 보증과 보물이 되기도 하므로

다른 사람들보다도 너에게 내 사랑을 더 많이 받을 권리를 줄 것이다.'


이것이 내게 더 큰 기쁨과 영광이 되기에 

너는 한 번의 숨, 하나의 순간, 하나의 갈망, 한 번의 심장 박동에 대해서도 보상을 받을 것이고, 

또 네가 지불을 요구하며 악착스레 졸라댈수록 내게 더한 기쁨을 줄 것이며

내가 그만큼 더 많이 너에게 주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 이제 네 마음이 기쁘냐?"


 


 12.(이 말씀을 듣고) 그만 벙벙해진 나는 달리 무슨 말씀을 드릴 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