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강론

사순 제2주일(2012,3,4)| ▣ 주일강론

은가루리나 2018. 10. 11. 09:13

moowee|등급변경▼|조회 384|추천 0|2012.03.03. 12:18




< 사순 제2주일 > 2012,3,4

 

주님, 찬미영광 받으소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한 주일 동안 안녕하셨는지요?

 

제가 이곳에 온 지 얼마되지 않았음에도 그동안 여러분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따스한 사랑을 받았는지 여러분을 부르는 호칭에 "사랑하는" 이라는

수식어가 벌써 제 입에 그냥 쉽게 붙어버렸다.

 

사실 저는 지금까지 30년 동안 강론을 해오면서 많은 사람을 상대로 하는 강론에서,

"교형자매 여러분" 또는 "교우 여러분" 이라는 호칭은 사용해 왔지만,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라는 호칭은 왠만해선 잘 사용하지 않아 왔다.

 

제 입에서 아주 쉽게 "사랑하는" 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은,

지난 짧은 열흘 동안, 저 가까이에서 제가 이곳에 자리를 잘 잡을 수 있도록

온 마음을 다하여 저를 도와주신 여러분들을 통하여 여러분이 얼마나 저를

기쁘게 받아주시고 환영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지를 제가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정말, 모든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에 대한 호칭은 서로 간의 관계를 나타내 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여러분에 대한 호칭에 "사랑하는" 이라는 수식어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지난 주일 저의 환영미사에서, 제가 이곳의 여러분 곁으로 오게 된 것은

하느님의 거룩한 뜻에 의한 것이며 하느님의 거룩하신 뜻은 여러분에게

제가 "내맡김의 영성을 전해 드리라는 것" 이라고 말씀드렸다.

 

오늘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 "내맡김의 영성" 이 무엇인지 잘 가르쳐 드리도록

오늘 성경 말씀들을 통하여 우리를 이끌어 주고 계신다.

 

조금 전에 우리가 들었던 제1독서 창세기의 말씀은

주일학교 어린이들조차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말씀이다.

이 창세기의 말씀이 바로 내맡김의 영성을 잘 가르쳐 주고 있는 말씀이다.

 

내맡김이란 무엇인가?

왜 내맡겨야 하는가?

누구에게 내맡겨야 하는가?

 

내맡김이란 한마디로 "포기하는 것" 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을 포기하라는 것인가?

"나의 소중한 모든 것들" 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아브라함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들은 무엇이었나?

아브라함에게 있어서 먼저 가장 소중한 것들은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 이었다.

고대 씨족사회에서의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 은 곧 "자신의 생명" 이었다.

 

고대사회에서 자신이 일구어 살아온 삶의 모든 터전을 버리고, 즉 포기하고, 

자신이 전혀 모르는 땅으로 떠난다는 것은, 그것도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의 뜻에 의해서 떠난다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거는 행위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자신의 뜻이 아닌 "하느님의 뜻" 에 의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났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내맡김, 곧 포기인 것이다.

 

그러면 왜 자신의 소중한 모든 것을 다 포기를 해야만 하는가?

왜 그렇까? (질문)

 

여러분의 생명이 누구의 것인가? (질문)

여러분의 배우자, 자녀가 누구의 것인가? (질문)

여러분의 재산이 누구의 것인가? (질문)

 

자신이 소중하다고 여기는 모든 것이 사실은 "내 것" 이 아닌 것이다.

나의 모든 것의 주인은 "하느님" 이시다.

 

자신의 모든 것의 주인이 하느님이심을 아는 것,

그것이 바로 "하느님에 대한 신앙의 첫 출발점" 인 것이다.

 

하느님을 믿고 신앙생활을 한다는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잘 모를 뿐만이 아니라,

잘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실행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하기에 많은 신앙인들이 올바른 신앙생활을 잘해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뭐든지 첫단추를 잘 꿰야 하는 것이다. 

아브라함은 그 첫 단추를 잘 꿴 첫 사람이었고

그러하기에 아브라함이 "믿음의 조상" 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오늘 그가 꿰었던 첫 단추가

확실한 지 아닌 지를 다시 재확인하시는 말씀이 곧 제1독서인 것이다.

 

오늘 하느님께서는 자신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이사악을 포기할 것을,

다시 말해 하느님께 내맡길 것을 요구하셨고 아브라함은 자신의 모든 것의 주인이

하느님이심을 굳게 믿었었기에, 오늘 제1독서에서 처럼 하느님의 뜻대로 자신의

가장 소중한 아들 이사악을 하느님께 기꺼이 내맡겨 드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맡김의 삶, 곧 "내맡김의 영성" 인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의 주인이 하느님이심을 굳게 믿어 인정하고,

하느님이 자신의 모든 것을 원하시면 언제든 기꺼이 내어드리겠다는

결심으로 사는 삶이 바로 내맡김의 삶, 내맡김의 영성인 것이다.

 

하느님께 자신의 모든 것을 내맡겨 드리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아가지 않으신다.

단지, 우리가 하느님을 자신의 주인으로 인정하는 마음만 바라실 뿐이다.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내어드렸지만 오히려 하느님은 아브라함에게

양 한 마리를 더 보태주셨다, 아니, 아브라함에게 엄청난 복을 내려주셨다.

 

오늘 제2독서에서도 바오로 사도는 "당신의 친아드님마저 아끼지 않으시고

우리 모두를 위하여 내어 주신 분께서, 어찌 그 아드님과 함께 모든 것을

우리에게 베풀어 주지 않으시겠는가?" 하고 말씀하신 그대로이다.

 

하느님께 자신의 모든 것을 내맡기는 삶을 사는 사람들은

진실로 오늘 제2독서의 바오로 사도처럼 "하느님께서 우리의 편이신데

누가 우리를 대적하겠습니까?" 라고 외치며 이 세상을 당당히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내맡김의 삶은 아무나 살 수 없는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거룩히 변화된 예수님의 모습을 모든 제자들이 다 볼 수

없었던 것처럼 아무나 내맡김의 삶을 살 수 없는 것이다.

 

내맡김의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의 자격이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하느님을 진실로 사랑하는 것" 이다.

하느님을 진실로 사랑하면 누구나 다 내맡김의 영성을 살 수가 있는 것이다.

 

하느님을 진실로 사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내맡김의 화살기도(2)"

성가를 열심히 부르는 것인데, 우리 동경한인성당의 여러 형제자매님들 중에서

과연 어느 분이 가장 먼저 이 내맡김의 삶을 살게 되실는지 저는 가장 궁굼하다.

 

어느 분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