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가운데 이루어질 하느님 뜻의 나라
천상의 책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그 본연의 위치와 창조된 목적에로 돌아오게 하시는 부르심
5-23
1903년 10월 24일
교회에 산 제물이 필요한 이유
1 신부님에게
나의 (산 제물이라는) 신분이 하느님의 뜻이 아니면 어쩔까 불안하다고,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시험 삼아 한 번 나가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신부님은 평소와 달리 반대하지 않으면서
"좋아요. 내일 그렇게 해 보시오." 하셨다.
2 그래선지 어떤 부담감에서 풀려난 느낌이었다.
그리고 신부님은 거룩한 미사를 집전하셨고
영성체 후에 나는 내적으로 예수님을 뵈었다.
예수님은 두 손을 합장하신 채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시면서
자비와 도움을 간청하시는 모습이었다.
3 그 사이 나는 나 자신의 바깥으로 나와서 어떤 방 속에 있게 되었고,
여기에는 매우 아프지만 위엄있고 존귀한 한 여인이 있었다.
그 여인은 침상에 누워 있었다.
침상의 머리맡과 발치가 매우 높아서 거의 천장에 닿을 정도였다.
나는 어느 사제의 팔에 안겨 있었으므로
침상 머리 위쪽에서 침상이 흔들리지 않게 지탱하면서
그 가련한 여인을 지켜보지 않을 수 없었다.
4 그런 자세로 있는 동안,
두 세 명의 수녀들이 그 병자를 에워싸고 돌보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무척 슬퍼하면서
"몹시, 몹시 편찮으십니다. '
침상이 조금만 움직여도 큰일날 것입니다....."
하고 서로 속삭였다.
그래서 나는 침상 머리가 흔들리면 병자가 죽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계속 붙잡고 있었다.
5 그렇지만 너무 오래도록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있어야 하는 상황이 괴로웠기 때문에,
나를 안고 있는 분에게 이렇게 청하였다.
"제발 저를 좀 내려놓아 주십시오.
여기에서는 아무런 선행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왜 이렇게 있어야 합니까?
제가 내려가면 병자를 돌보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6 그분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조금만 움직여도 그녀의 증세가 악화될 수 있으며
아주 심각한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느냐?
네가 내려간다면 침상이 흔들리지 않게 할 사람이 없을 터인즉
그녀는 죽을지도 모른다."
7 "제가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
여인에게 정말 큰 도움을 주는 것이 되겠습니까?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부디 저를 내려놓아 주십시오."
하고 내가 몇 번이나 거듭 졸라대자 그분은 나를 바닥에 내려놓으셨다.
그러므로 나는 혼자 그 병자에게로 다가갔다.
이제는 아무도 붙잡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고 슬프게도 침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 흔들림으로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몸을 떨며 숨결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주위에 있었던 수녀들은 울먹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젠 시간이 없어요. 이미 마지막 순간이 되었어요."
8 그때 군인과 관리로 구성된 여러 명의 원수들이 방으로 들어와서
병자를 때렸다.
여인은 고통스러우면서도 두려움 없이 일어나 앉아
품위 있게 얻어맞으며 상처를 받고 있었고,
이 광경을 보면서 나는 사시나무 떨듯 했다.
이렇게 된 원인이 나에게 있었으니
내가 그 많은 악을 작동시킨 장본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 여인은 지체들이 병들어 있는 교회를 상징한다는 것을
또 다른 점들도 많이 깨달았는데,
이는 여기에 기록된 것을 읽으면 분명히 알 수 있을 터이니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9 나중에 나 자신의 몸 안으로 돌아와 있을 때
예수님께서 내 마음속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네 신분을 영구적으로 정지시키면
원수들이 내 교회로 하여금 피를 쏟아내게 할 것이다."
10 그래서 나는
"주님, 제가 머물러 있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저로서는 단 한 순간도 주님의 뜻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여전히 이 (산 제물의) 상태로 있든지
그만두든지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했다.
11 "딸아,
고해사제가 '좋아요. 내일 그렇게 해 보시오.' 하고 말하면서
너를 풀어 주었을 때,
실은 그 즉시 산 제물의 역할이 소멸되었다.
왜냐하면
순종의 가치만이 산 제물의 신원을 확립시키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것이 없으면 이 신분이 가납되지도 않는 것이다.
그러기에, 필요한 경우,
내 전능의 기적으로 영혼의 지도자에게 빛을 주어
영혼으로 하여금 그에게 순종하게 하는 것이다.
나는 자원해서 고난을 받았지만
나를 산 제물이 되게 한 것은 내 사랑하올 아버지께 대한 순종이었다.
아버지께서
가장 작은 일에서부터 가장 큰일에 이르기까지
나의 모든 행적에 순종의 영예로운 가치를 부여하시고자 하셨던 것이다."
12 그 뒤 나 자신 속에 되돌아왔을 때
(이 신분에서) 벗어날 시도를 한다는 것이 두려워졌다.
그러므로
그렇게 해 보라고 하신 신부님이 알아서 처리하시겠지 하고
혼잣말을 하면서 두려움을 몰아내었다.
게다가 주님께서 나를 원하신다면
나로서는 언제든지 (그 뜻을 따를) 각오가 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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