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가운데 이루어질 하느님 뜻의 나라
천상의 책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그 본연의 위치와 창조된 목적에로 돌아오게 하시는 부르심
5-24
1903년 10월 25일
은총을 지닌 영혼의 비상한 아름다움,
하느님의 뜻 안에 사는 것은 성덕의 절정이며
영혼 안에 은총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한다.
죽어 가는 것 같지만 다시 일어날 교회의 상징.
1 나의 일상적인 상태가 시작될 순간이 되자,
만일 주님께서 오시지 않으면
나 스스로 이 상태를 벗어날 시도를 해 보아야지.
그러면 적어도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처음에는 그것이 가능했지만,
그 다음에는 흠숭하올 예수님께서 오셨다.
내가 이 상태대로 남아 있겠다고 생각하면
그분께서 다가오시어 나를 당신께 묶어 버리시기에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셨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벗어나겠다고 생각하면
그분께서 물러가시며 나를 자유롭게 풀어 주시기에
벗어날 수 있어졌다.
그러니 나로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할 수 없었다.
2 고해 신부님을 만난다면 어떻게 할지 몰어 보련마는!
하는 마음이 간절했는데,
좀 뒤에 그가 주님과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나는 즉시
"제가 그대로 머물러 있어야 하는지 아닌지 말씀해 주십시오." 하였다.
이 말을 하는 순간 신부님의 의중(意中)이 들여다보였는데,
그 전날 내게 했던 명령을 이미 거두어들인 뒤였다.
그래서 나는 머물러 있기로 마음을 정했다.
3 신부님이 정말 그 명령을 취소하셨다면 적절한 결정이겠고,
이와 반대로
명령의 취소가 단지 내 상상에 불과한 것이라면
그릇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사정이 이러한지라
이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다른 날,
곧 신부님이 오셨을 때 해야 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이와 같이 생각하자 다시 마음이 평온해졌다.
4 예수님께서 다시 나타나시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은총 중에 있는 영혼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바로 하느님 자신을 매혹할 정도이다.
아직 지상에 몸담고 있으나
은총을 소유한 영혼의 이 놀라운 모습을 보고
천사와 성인들도 경탄해 마지 않는다.
그들은 이 영혼이 풍기는 천상 향기를 맡고
그 주위로 달려가서 모인다.
천상에서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예수를 그 영혼 안에서 발견하고
그렇듯 기뻐하는 것이다.
(같은 예수와 함께 있기에)
저 높이 천상에 있건 여기 지상의 이 영혼 곁에 있건
그들에게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5 하지만 이 놀라운 일을 지속시키며 보존하는 것,
그 영혼을 늘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감싸 주는 것은 무엇이겠느냐?
그것은 나의 뜻 안에서 사는것이다.....
불완전의 '녹'을 모조리 없애주어
그가 소유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지식을 얻게 하는 것은 무엇이겠느냐?
나의 뜻이다.
은총 안에 그를 불러 굳건히 자리잡게 하는 것은 무엇이겠느냐?
나의 뜻이다.
그런즉 나의 뜻 안에서 사는 것은 성덕의 절정이며
영혼 안에 끊임없이 은총이 자라게 하는 것이다.
6 그러나
하루는 나의 뜻을 행하고 다음날은 자기의 뜻을 행하는 사람은
결코 은총 안에 굳건히 머물 수 없다.
증가와 감소 사이를 오락가락할 뿐이다.
이것이 그 영혼을 얼마나 해치는지,
그리고 하느님과 그 자신에게서 얼마나 많은 기쁨을 앗아가는지 모른다!
이런 자는 오늘은 부유하고 내일은 가난한 자와도 같다.
부유함이건 가난이건 어느 것에도 확고하게 자리를 잡지 못하니
결국 어떻게 끝막음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이 말씀을 하시고 그분은 사라지셨다.
7 좀 뒤에 신부님이 오셨다.
위에서 기록한 바를 이야기했더니,
내게 주었던 명령을 사실 철회했노라고 분명히 말씀하셨다.
8 그리고 이제 그의 명에 따라,
이 달 24일에 일어난 일에 대하여
내가 깨닫게 된 또 다른 의미들을 다시 서술해 보겠다.
9 자기 자신이 아니라 그 지체들이 병들어 있는 여인은
교회를 상징한다.
비록 원수들의 타격과 학대를 받으며 지체들 안에서 앓고 있지만,
결코 품위와 위엄을 잃지 않은 여인이다.
여인이 누워 있었던 침상을 보면서 내가 이해한 것은
외관상 억압과 병에 시달리며 반대를 받고 있는 교회가
한편은
어머니의 태중에 있는 아기처럼 하느님의 부성적인 품안에서
참으로 평화롭고 안전하게
항구적이고 영원한 안식을 누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10 그리고
천정에 닿을 정도로 높은 침상의 머리맡과 발치는
언제나 교회를 도와주시는 하느님의 보호로 이해되었다.
교회가 지닌 일체가,
곧 성사들과 교리와 다른 모든 것들이 하늘로부터 온 것이기에,
모든 것이 천상적이고 거룩하고 순수한 것이다.
따라서 하늘과 교회 사이에는
결코 단절되지 않는 지속적인 통교가 있다.
11 그리고, 여인을 돌보며 보좌하는 몇 사람의 수녀들을 보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교회를 수호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며
교회가 받는 박해를 자기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의 수가
그만큼 작다는 점이었다.
12 여인이 있었던 석조의 방은
자기 고유의 권한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교회의 굳셈과 확고함 및 엄정성을 상징하고,
두려워하지 않고 원수들의 타격을 허용하며 죽어가고 있는 여인은
죽어가는 것 같이 보인 후
더욱 용맹스럽게 다시 일어날 교회를 상징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바로 고통과 유혈의 참사를 통해서이다.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와 마찬가지로
언제나 학대받을 각오가 되어 있는 교회의 진정한 정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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