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15권

{15권 33장} 그것이 내가 기호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면 인간을 나로 변화시킨다

은가루리나 2015. 12. 25. 10:15


                         

 

 



사람들 가운데 이루어질 하느님 뜻의 나라


천상의 책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그 본연의 위치와 창조된 목적에로 돌아오게 하시는 부르심




15-33



1923년 6월 6일



영혼이 하느님으로 가득 차 있음을 나타내는 표징




1 예수님께서 오시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며 속을 태우다가 문득

'내 내면에 어떤 악이 있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기분이 상하셔서 숨어 계신지 누가 알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그분께서 내 안에서 기척을 내시며 말씀하셨다.




2 "딸아, 영혼 안에 악한 것이 전연 없고 

완전히 하느님으로 가득 차 있음을 니타내는 표징은, 

그에게 

내 것이 아닌 것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는 점과 

자기 안팎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 중 

그 어느 것에도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가 흥미를 느끼는 것은 오직 나에 대해서일 뿐이다.



3 그런 이는 세속적이거나 하찮은 것들뿐만이 아니라,

종교적인 것과 경건한 사람들, 예식, 음악 등과 같은 모든 것도 

자기 것이 아닌 듯 

이렇다 할 관심이 없다.




4 그것은 자명한 이유 때문이다.


나로 가득 차 있는 영혼이라면,

또한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차 있기도 하니 말이다.


나의 기호(嗜好)가 곧 그의 기호인즉, 

다른 것들은 위치할 자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아름다운 것도 그 영혼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오히려 그에게는 그런 것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5 이와 반대로, 

완전히 내 것이 아닌 영혼은 속이 비어 있기에,

주위에 있는 사물이 그가 좋아하는 것들이라면

그 수만큼 많은 흥미를 느낀다.


반면에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라면 혐오감을 느낀다.


그러니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이 끊임없이 갈마드는 상태에 있게 된다.



6 그런데다 

나에게서 오지 않는 기호는 지속성이 없으므로 

좋아하는 것이 싫어하는 것으로 바뀌는 때가 비일비재하다.


변덕이 죽 끓듯하는 것이 그 때문이니,

지나치게 슬퍼하거나 지나치게 쾌활한가 하면, 

때로는 마구 성질을 부리고, 

때로는 그지없이 사근사근하게 굴기도 하는 것이다. 



7 그토록 변덕이 심한 성정(性情)이 되는 것은 

그 영혼 안에 내가 없고 나의 것과 유사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같고 절대로 변하는 법이 없으니 말이다.



8 그런데 너는 이 세상 사물에 어떤 흥미를 느끼느냐?

아니라면 무엇을 두려워하느냐?


네 안에 뭔가 악한 것이 있고,

내가 그 때문에 기분이 상해서 숨어 있을지 모른다고?


원, 내가 있는 곳에는 악이란 것이 있을 수 없는데도 말이냐?"





9 "저의 사랑이시여, 

저는 얼마나 좋은 것이건 그 무엇에도 흥미를 붙이고 싶지 않습니다.


더구나, 당신께서 저보다 더 잘 아시다시피,

당신 부재의 고통이 

저를 집어삼킬 듯 뼛속까지 사무치며 일체를 잊게 합니다.


오직 하나 잊지 못하는 것은 

제가 당신과 함께 있지 않다는 사실뿐입니다.


이것만이 제 가슴을 꿰뚫는 못일진대 

어떻게 다른 것을 좋아할 여지가 있겠습니까?"





10 "그것은 네가 나의 것이고 나로 가득 차 있음을 뜻한다.

왜냐하면 모든 기호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데 그것이 내가 기호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면 

인간을 나로 변화시킨다.


자연적인 것이라면 인간적인 것들 속에 휩쓸리게 하고,

정욕에 관한 것이라면 인간을 악의 급물살 속에 던져 버린다.



11 기호 내지 취향은 별것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선과 악 가운데서 하나를 고르는 첫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러한지 이것을 한 번 보아라.




12 아담은 왜 죄를 지었겠느냐?

하느님의 매력에서 그의 눈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하와가 금단의 열매를 먹으라고 하자 그는 그것을 보았다.


그의 시각이 

그것을 보면서 기쁨을 느껬고,


그의 청각이 

이 열매를 먹으면 하느님처럼 된다는 하와의 말을 들으면서 

즐거움을 느꼈고, 


그의 미각이 

그것을 먹으면서 쾌감을 느꼈다.



그러므로 이 기호가 그의 타락을 유발한 첫 행위가 되었다.




13 반대로 아담이 만일 그 열매를 보면서 불쾌감을 느꼈다면, 

하와의 말을 들으면서 지겨움을,

그것을 먹는 일에 대해서 욕지기를 느꼈다면, 

죄를 짓지 않았을 것이다.


14 오히려 유혹에 저항하며 하와의 행동을 바로잡아 주는 것으로 

생애 최초의 영웅적인 행위를 했을 것이고,

자기에게 수많은 은혜를 베푸셨고 

복종을 요구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가지신 분께 충실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 충실의 영원한 월계관을 쓰고 남아 있었을 것이다.




15 오! 그러니 

영혼 안에 생기는 여러 가지 기호들에 대하여 얼마나 조심해야 하겠느냐!


순전히 신적인 기호라면 생명을 불어넣어야 하겠지만, 

인간적인 것이거나 정욕에 대한 것이라면 

가차없이 죽여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악의 급물살 속에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11-138 



1916년 12월 9일



「수난의 시간들」 중 매시간 기도를 바칠 때마다 

각각의 행위와 모든 것 속에서 반복해야 할 지향.




1 다정하신 예수님의 부재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어쩌다 그분께서 오시면  좀이나마 생명의 기운을 들이쉬게 되지만,

나보다 더 괴로워하시는 그분을 뵙고 나면  더 괴로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2 그분께서는 진정하시라는 말을 듣고 싶어하시지 않는다. 

사람들이 강요하다시피 하면서 

그분에게서 더 많은 징벌을 잡아채 가기 때문이다.


3 하지만 그분은 징벌을 내리시는 동안에도 인간의 운명을 한탄하시며

내 마음 깊은 데로 숨어 버리신다. 

인간이 겪는 고통을 차마 보실 수 없으신 모양이다.


과연 이 통탄할 시대에는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는 다만 시작에 불과해 보인다.


4 그래서 나는 그토록 자주 그분을 뵙지 못한 채 지내야 할 

내 고달프고 슬픈 운명을 걱정하며 속을 태우고 있었는데, 

인자하신 예수님께서 오셔서 한 팔로 내 목을 싸안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5 "딸아, 그런 걱정으로 내 고통을 가중시키지 말아라. 

그러잖아도 이미 너무 많다. 

이건 내가 너에게서 바라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나는 네가 내 고통과 내 기도와 나 자신 전체를  

네 것으로 삼기 바란다. 


그러면 내가 네 안에서 또 하나의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6 이 시대에는 크나큰 보상이 요구되는데, 

나를 자기 자신으로 삼은 사람만이 그것을 내게 줄 수 있다.


나는 아버지께서 내 안에서 보신 것, 

곧 영광과 기쁨과 사랑과 

모든 이의 선익을 위한 전적이고 완전한 보상을 

이 영혼들 안에서도 보고 싶다.


나와 엇비슷한, 은 수의 다른 예수들을 말이다.



7 그러므로 너는 '수난의 시간들' 중 매시간 기도를 바칠 때마다 

각각의 행위와 모든 것 속에서 이 지향을 반복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보상을 얻지 못한다면, 

아, 이 세상은 끝장이 나고 말 것이다! 

징벌에 징벌이 억수 같이 쏟아질 테니 말이다.


아아 딸아! 딸아!"




8 그리고 그분은 모습을 감추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