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나라가 오소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소서! 루이사 피카레타의 생애와 사명 〔제3장-산 제물이 된 영혼 ③〕(p.45-54)

은가루리나 2015. 12. 27. 01:17


4 (p.45)


  루이사의 내적 삶은 

1882년 산 제물의 신분을 받아들인 이래 더욱 더 풍요롭게 성장하고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그녀가 아홉 살 때부터  특히 영성체 후에  말씀을 주시기 시작하셨고, 

1882년에는 그녀로 하여금 성탄 준비 9일기도를 바치게 하시면서 

당신께서 아홉 달 동안 어머니의 태 안에서 겪으신 고통들을 알려 주셨다. 

이 9일기도를 통해 루이사는 강생의 첫 순간부터 사작된 예수님의 수난을 깊이 알게 되었다. 

마침내 그분께서는 당신의 수난 고통에, 

인류의 죄로 인한 고통과 아버지에게서 버림받으신 고뇌에 더 깊이 동참하게 하시면서, 

성목요일 저녁부터 성금요일 오후까지 겪으신 고통들을 시간마다 알려 주셨다

낮 24시간에 걸친 이 「수난의 시간들」에 대한 묵상에 의하여 

그녀는 예수님과 함께 고난 받으며 보속하는 법을 익혀 갔다

그러나 자기 영혼을 열어 보일 사제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았다. 

 

  1882년부터 1887년까지 

‘아우구스티노회’ 소속 사제 코시모 디 로요디체 신부가 

루이사의 정규 고해 사제로 활동하였다. 

그는 성실히 찾아와서 그녀를 시체 같은 상태에서 풀어 주었으나, 

그녀의 내적 삶에 대해서는 거의 질문을 하지 않았고 

이 상태의 진정한 원인을 식별하기 위한 결정적인 노력도 하지 않았다. 

더욱이 수도회에 속해 있었으므로 루이사에게 필요할 때 늘 방문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루이사는 자신을 골치 아픈 존재로 

또는 성녀 소리를 듣고 싶어 속임수를 쓰는 사기꾼으로  여기는 

다른 사제들의 손에  맡겨지는 몸이 되곤 하였다. 

어쩌다 어떤 사제가 와서 그 시체같은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경우에도, 

이따위 짓을 꾸며 성가시게 한다고 꾸짖을 뿐이었다.

 

  한번은 디 로요디체 신부가 부재중이어서 루이사가

먹지도 마시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심한 고통을 겪는 상태로 있은 지 18일 만에 

어느 한 사제가 와서 회복시켜 준 일이 있었다. 

사제들에게 종속되어 있는 그녀를 사제들은 오해와 의심으로 대했기 때문에 

심한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인데, 

예수님께서는 그러나 참고 견디도록 격려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얘야,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어둠도 주고 빛도 주는 하느님이 아니냐? 

지금은 어둠의 때이지만 머지않아 빛의 때가 올 것이다. 

더욱이, 

나는 항상 사제들에 의해서 내 일을 드러내는 방식을 취한다는 것을 네가 알기 바란다. 

사제들에게 영혼을 속속들이 알고 판단할 능력과 

모든 것이 신적 계시의 기준에 부합한 것이라면 확신을 가지고 정진하도록 

영혼을 격려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고, 

반대로 계시의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중지시키며 무시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준 것이다.“



  디 로요디체 신부는 산 제물로서의 루이사의 소명에 대한 결정적인 확증을 받지 못한 채 

4년 동안 그녀의 고해 사제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1887년 당시 남부 이탈리아에 만연한 콜레라를 통해 

그 초자연적 부르심의 첫 표징이 드러나는 것을 보았다.

 


  “하느님께서는 이 시기에 콜레라가 날로 더욱 창궐하는 상황을 허락하셨다. 

그 기세가 얼마나 굉장한지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어느 날 나는 

악한 사람들이 수없이 범하는 모욕으로 인한 하느님 의노의 이 가라앉힐 수 없는 징벌을 

주님께서 부디 거두어 주시기를 간청하면서 평소보다 더 열렬히 기도하고 있었다. 

그렇게 기도하고 있노라니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나타나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좋다. 너 자신을 보속의 산 제물로 봉헌하고자 한다면, 

그리하여 네 몸과 영혼에 주어질 몹시 괴로운 고통들을 다 즐겨 받겠다면, 

너의 원을 채워 주마.'

 

  그래서 나는 그분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주님, 그 고통들을 저와 주님만의 비밀로 해 주시면 무엇이든지 달게 받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시지 않으면 저는 어떨 수 없습니다. 

사제들이 저를 어떤 태도로 대할지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

 


  예수님께서는 매우 다정하게 대답해 주셨다.

 '딸아, 만일 내가 사람들이 내 인성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서 생각하려고 들었다면 

확실히 인류 구원 사업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그 대신 나는... 

사람들이 나를 거스르는 태도나  

행동으로 부당하게 내게 끼친 아픔과 고통과 비탄과 치욕을 

그들의 영원한 구원을 위하여 내 영원하신 아버지께 바쳤던 것이다.

 

  나는 너에게 그런 내 삶을 본받기를 바란다는 것을 잊었느냐? 

내가 33년 동안 행했던 모든 것을 통하여 나를 본받으려면, 

괴로움과 반대와 아픔과 비통과 죽음 고통을 받을 뿐만 아니라, 

내가 받았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받기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 너의 뜻에 대해서는 죽고... 너를 반대할 뿐더러 괴롭히기도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이들 역시 내 피로 속량된 나의 자녀들임을 명심하면서, 

네가 사랑과 보속과 속죄의 산 제물이 되기를 바란다. 

이 사람들에 대해서 네가 참된 사랑을 느낀다면 

그들의 구원을 위해서 모든 것을 기꺼이 내어 주게 될 것이다.‘

 


  예수님의 이 지당한 말씀을 듣고 내가 어떻게 저항할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나는 예수님께서 내게 원하시는 산 제물의 신분을 받아들이기로 하였고, 

실제로 바로 그날 저녁에 갑자기 그분께로부터 오는 고통의 상태에 들어가게 되었으며 

꼬박 사흘동안 의식이 없었다... 나를 회복시켜준 사제는 농담조로 내게 이렇게 말했다.

 

  ‘지난 며칠 동안 우리 가운데 위대한 선교사가 와 있었소.  

그는 그의 설교 직무를 통하여 많은 선익을 가져왔소. 

평생토록 성당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을 사람들이… 

우리 사제들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는 모습이 보였으니 말이오. 

그들은 이 탁월한 설교자의 소리를 듣고 은총에 굴복함으로써 

영원한 생명이라는 열매를 얻게 된 것이오.’


  이 말을 들은 나는 그 선교사가 어디에서 설교했는지 물었다.

그러자 고해 사제는

‘모든 교회들 안에서 뿐만 아니라 교회 밖에서도, 

곧 광장이든 사교 클럽이든 가게든 가정이든 어디서나 그렇게 하였소...’ 하고 말하였다.

그 선교사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하고 내가 묻자 사제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는 훌륭한 이름을 지니고 있소. 

누구나 그를 ’하느님의 징벌, 콜레라 신부’ 라고 부르고 있소. 

즉 콜레라를 말하는 것이오 ’ 



5 (p.50)


  그 전염병은 루이사가 사흘 동안 받은 고통에 의해 물러갔고,

또한 고해 사제로 하여금 산 제물로 불린 그녀의 소명을 확신하게 했던 것이다. 

하지만 디 로요디체 신부는 콜레라 사건 이후 코라토를 떠나게 되었다. 

장상들이 그의 임기를 단축하여 신설 수도원으로 가게 했기 때문이다. 

루이사는 (자신을 괴롭히지 않은 유일한 사제였던) 그가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괴로웠다. 

그러나 마침내 자신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새 고해 사제를 만나게 되었으니, 

바로 어린 시절의 고해 사제 미켈레 데 베네딕티스 신부였다.

 

  “(먼젓번 고해 사제에게는) 마음을 열 수가 없었으니, 

지금에 와서 볼 때, 이는 오직 하느님의 뜻과 허락으로 말미암은 일이 었던 것 같다. 

내 삶 전체에 대한 이야기를, 

현재 언급하고 있는 고해 사제에게 다 털어놓게 하시기 위해서 말이다. 

하기야, 이 고해 사제는 내 마음 속을 꿰뚫어 볼 줄 아는 특별한 소질이 있었을뿐더러, 

기꺼이 내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자발성과 인내심도 지니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에게서 그런 좋은 성향을 발견하자 

서서히 용기를 내어 나의 내면을 온통 열어 보임으로써, 

마치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낱말 하나하나를 읽는 것과 같이, 

주님께서 내게 주신 모든 은총들을 판독(判讀)하게 하였다.”



  데 베네딕티스 신부는 루이사가 자신을 산 제물로 봉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자기의 허락 없이는 더 이상 어떤 고통도 받지 말라고 명하였다. 

예수님은 그러나 그녀에게 인류의 죄를 속죄하라고 계속 당부하셨다.

 

 사랑하는 내 마음의 딸아, 네가 기꺼이 너 자신읕 바쳐, 

고통을 종전처럼 (곧 일시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받고자 한다면, 

나는 사람들이 받을 징벌을 거두겠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알겠느냐? 

그 방법은 나의 정의와 인간의 불의 중간에 너를 배치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정의를 손에 들고 인간의 불의를 치기 위하여 징벌의 벼락들을 내릴 때에, 

너는 그 중간에서 징벌의 벼락들을 맞는 대신, 

다른 사람들은 내 정의의 타격을 모면하게 된다. 

네가 그렇게 자진해서 순종하면 사람들의 잘못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의노가 풀린 나를 너는 보지 못할 것이요 

내가 그것을 더 오래 참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이 말씀에 나는 몹시 놀라고 당황해서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오, 지극히 거룩하신 제 정배시여, 

저로서는 어떤 희생이라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지만, 

고해 신부님에게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신부님은… 그 자신의 사전 허락 없이는 고통 상태에 들어가지 말라고 명하시는데....”


예수님께서는 루이사더러 사제에게 순명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키며 이르셨다

 


  “네 고해 사제에게 가서 명령을 내려달라고 청하여라. 

그가 기꺼이 네 말에 귀를 기을인다면… 

이 모든 것은 현재 죄 중에 살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장차 태어날 사람들의 선익을 위한 것이기도 함을 덧붙여 말하여라. 

무엇보다도 특히, 거의 죽음의 고통이랄 수 있는 이 고통을 끊임없이 겪는 것이, 

너 자신에게 가장 큰 유익이 될 것이다. 

네가 순종을 통하여 앞으로 이 상태 속에 있는 동안, 

나는 너를 깨끗이 정화시켜 

나와의 신비적인 혼인 계약을 맺을 수 있을 정도로 네 영혼을 드높일 터이니 말이다... 

이 변화에 의하여 너와 나는 함께, 같은 불에 녹는 두 개의 양초처럼 될 것이고, 

서로 안에 녹아들어 마침내 한 몸을 이루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같은 생각과 같은 사랑과 같은 보속 행위로 변화되리니, 

곧 나는 네 안에 있고 너는 내 안에 있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너는 내 안에서, 나와 함께, 나를 위하여 십자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네가 ‘내 정배이신 에수님께서는 내 안에서 십자가에 달려 계시고, 

그분의 정배인 나는 그분 안에서 십자가에 달려 있습니다.’ 

하고 말할 수 있다면 기쁘지 않겠느냐?...”

 


  루이사는 데 베네딕티스 신부에게 예수님의 이 말씀을 전부 전하면서 

일정한 기한 없이 고통 받을 허락을 내려 달라고 청하였다. 

데 베네딕티스 신부는 귀담아 듣은 뒤 그녀에게 그 허락을 주었고, 

필요한 경우 아침마다 와서 회복시켜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그 당시 루이사는 마음 한편으로 

이 산 제물위 상태가 40일쯤 계속될 뿐 그 이상은 아닐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것은 빗나간 생각이었다. 

그때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오상으로 인한 육체적 아픔과 

하느님 정의에 의한 더욱 가공할 내적 고통으로 거의 계속적인 고통중에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