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나라가 오소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소서! 루이사 피카레타의 생애와 사명 〔제3장-산 제물이 된 영혼 ①〕(p.37-43)

은가루리나 2015. 12. 27. 01:15


제 3


산 제물이 된 영혼



1 (p.37)

 

  사탄이 루이사 피카레타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었던 시기, 

곧 1878년부터 1881년에 걸쳐 이탈리아는 민중 소요 사태에 휩싸여 있었다. 

이 시기가 끝나갈 무렵 루이사 피카레타는 새롭고도 더욱 심한 고통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1881년에 

루이사의 부모는 몹시 쇠약해진 그녀를 쉬게 하려고 토레 디스페라토 농장에 데려갔는데, 

여기에서 지내던 중 일어났던 일을 그녀는 이렇게 회상하였다.

 


  "시골에서 지내던 어느 날, 마귀들이 최종적인 유혹을 하려고 들었는데, 

어찌나 고통스러운 것이었는지 힘이란 힘이 다 빠져 버려 실신할 지경이었다. 

실상 저녁 무렵이 되었을 때 나는 완전히 의식을 잃었고 거의 죽게 되었다. 

그때, 수없이 많은 원수들에게 둘러싸이신 예수님을 뵈었다. 

그분을 난폭하게 두들겨 패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빰을 후려갈기는 자들도 있고, 

어떤 자들은 가시관을 들씌우고 또 다른 자들은 그분의 팔다리를 꺾고 있었다. 

너무도 세게 때리는 통에 그분의 몸이 거의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이었다. 

그 후에 그들은 그토록 만신창이가 되신 그분을 지극히 거룩하신 동정 성모님의 팔에 안겼다… 

이 광경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했는데, 

그것은 예수님께서 사람들로부터 받으시는 고난에 비하면 

마귀들에게 시달려 온 나의 고통은 하찮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그때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대부분의 인간이 내게 엄청난 모욕을 가하고 있음을 알았겠지?... 

그들 가운데에는 미처 깨닫지도 못한 채 늘 악으로 기울어져서 

이 구렁에서 저 구렁으로 떨어지다가 결국은 지옥…으로 떨어지고 마는 자들도 많다. 

그러니 너는 나와 함께, 능욕되고 있는 하느님의 정의에 너 자신을 산 제물로 봉헌하여라. 

계속 저질러지는 한없이 많은 죄를 보상하는 산 제물 말이다. 

그러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죄인들의 회개를 우리에게 허락해 주실 것이다.

 

  알아두어라, 네 눈앞에 두 가지 영역이 있다는 것을. 

첫째 것은 다소 혹심한 고통의 영역이요, 다른 것은 아주 특별한 은총의 영역이다. 

네가 첫째 것을 거부하면, 

물론 용감하게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약속되어 있는 은총을 나누어 받지 못하게 된다.

네가 그것을 받아들이면....나는 너를 홀로 버려두지 않고 네 안으로 들어가서 

사람들이 내게 범하는 모든 잘못으로 인한 고통을 받을 것이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허락되는 매우 특별한 은총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통의 영역으로 들어갈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네가 도움과 인도와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지극히 거룩하신 내 어머니를 보내 주겠다. 

내 어머니께서는 네가 응답하는 정도에 따라서 무슨 은총이든지… 너에게 주실 수 있다...’


  예수님은 이 말씀을 하신 후 지극히 거룩하신 당신 어머니를 내게 맡기시는 것 같았고, 

어머니께서는 기쁨으로 환히 빛나는 얼굴로 기꺼이 나를 받아들이셨다. 

나 역시 감사해 마지않으면서, 내게 바라시는 모든 것에 순종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예수님과 성모님께 나 자신을 봉헌하였다.

 

  예수님의 뜻에 나의 뜻을 일치시키는 이 최초의 순종 행위에서 의식을 회복했을 때에, 

는 처음으로 일찍이 체험한 적 없는 격렬한 고통에 잠겨 있었는데, 

그것은 나 자신의 허무에 대한 고통이었다. 

땅을 기어 다니는 것밖에는 거의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징그럽고 하찮은 구더기만도 못한 자신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주님을 향하여 말씀드렸다.


  ‘오, 어지신 예수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당신의 전능이 제 안과 제 주위를 무한히 짓누르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저를 지탱해 주시지 않는다면 이 허무한 인간은 결국 산산이 으스러지고 말 것입니다. 

제게 고통을 주십시오.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그, 이와같은 상태로는 지난 어느 때보다 더한 죽음만 느끼게 되니, 

부디 제게 더 큰 힘을 주십시오.’


  그날부터 나는 하느님의 은총과 도움을 더 많이 받게 되었다. 

주님과 성모님께서 번갈아 나를 찾아주셨고, 

마귀들의 공격을 받을 때면 거의 끊임없이 오락가락하셨다. 

마귀들은 내가 고통을 받아들일 태세를 갖출수록 더욱더 분통을 터뜨렸다. 

말할 것도 없이, 

마귀들이 그때까지 내게 겪게 했던 고통은 형용할 수 없도록 큰 고통이었지만, 

그럼에도 

인간이 하느님을 거스르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죄들을 속죄하고 보상할 각오로 

내가 예수님의 손에서 받게 된 고통에 비하면, 이 가운데서 가장 작은 고통에 비해도, 

저것은 그림자에 불과한 것으로 느껴졌다.”

 


2 (p.40)


  며칠 후 예수님께서 당신의 가시관을 루이사의 머리에 씌우셨고, 

이로써 산 제물로서의 사명을 확고히 해 주셨다. 

어찌나 세게 눌러 씌우셨는지 가시들이 머릿속까지 깊이 파고들었고, 

귀와 눈과 목덜미와 목구멍마저 찔러 음식을 삼키지도 못하게 하였다.

이 새로운 고통은 다른 이들의 눈에 숨길 수 없는 것이었다. 

며칠동안 먹지 못하고 자주 기절하는 바람에 놀란 부모는 의사를 불렀지만 

그녀의 증상은 의사를 난감하게 할 뿐이었다.

그러자 부모와 친척들이 그녀의 병에 대해 각자 나름대로 이러쿵저러쿵 설명을 늘어 놓았다. 

어떤 이들은 루이사가 영성체를 못해서 애통해하고 있음을 알기에 

부모가 토라토에 데려가지 않을 수 없도록 꾀병을 부리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저마다 자신의 “처방” 을 내놓았는데, 

냉수욕을 시켜야 한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산책을 시켜야 한다는 사람, 

약을 삼키게 해야 한다는 사람, 억지로라도 음식을 먹여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의사는 신경성 질환이 아닌지 의심하면서 

낮 동안은 계속 편안하게 해 주고 밤에는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가족의 이러한 “취급” 과 오해가 루이사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녀에게 참고 견디라고 이르셨다.

 


  “애야, 힘내어라. 내가 너의 전부인데, 무엇이 두려우냐? 

나도 역시 의견이 분분한 각계각층의 사람들 때문에 고난을 받았다는것을 기억하여라. 

어떤 이들은 내가 행한 지극히 거룩한 일들을 그릇된 일, 나쁜 일로 여기곤 하였다. 

나를 마귀 들린 자라고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즉 사랑들에게서 받은 내 고통에 너도 참여하기 바란다. 

너는 나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느냐?“

 


  이처럼 루이사는 몇 년 동안 계속 고통을 받았는데, 

가족들의 비난과 오해에서 오는 고통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양친은 그녀의 건강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일념으로 

이 의사 저 의사에게 데리고 다니며 잇달아 검진을 받게 했지만, 

그렇게 사람들 앞에 노출되는 것이 

다른 모든 고통들보다 더 괴로운수치감을 안겨 주었던 것이다. 

그녀는 이에 대해 이렇게 썼다.


  “이런 상태에서 때로는 수치감에 잠길 때도 있었는데, 

특히 내가 고통 받는 광경을 누군가에게 들켰을 때였다. 

몸이 건강할 때에 가족들과 더불어 이야기하는 것도 언제나 여간 큰 희생이 아니었던 나로서는 

이처럼 고통이 계속되는 상태에 있고 보니, 어느 때보다도 더 당황해서 얼굴이 달아올랐고,

얼이 둘러빠져 완전히 멍해지는 느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랑하올 예수님께 줄곧 쓰라린 눈물을 흘리며 말씀드렸다.


  ‘주님, 저의 고통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있는것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가족들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들까지도 제 일에 이러쿵저러쿵 끼어들곤 합니다… 

당신만이… 제가 아무도 모르게 고통을 받게 하실 수 있습니다. 

간청하고 또 간청하오니, 당신의 어지심으로 모쪼록 제게 응답해 주십시오!’


  주님께서 처음에는 이 말을 못 듣은 체하셨으므로 나는 더욱 더 괴로웠다. 

이윽고 그분께서는 나를 측은히 여기시며… 말씀하셨다.

 


  ‘그것은 네게 고통을 안겨 주는 일이니, 네가 그렇게 하소연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너에 대한 사랑으로 내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았는지 기억해야 한다. 

나의 고통 역시 어떤 시기에 이르기까지는 사람들 눈에 완전히 감춰져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뜻이 나로 하여금 드러나게 고난을 받기를 원하시는 때가 되자...

옷벗김을 당하여 수많은 군중 가운데 알몸으로 있기까지 

갖은 비웃음과 치욕과 무참한 일을 겪었다. 

이보다 더 무참한 일을 생각할 수 있겠느냐? 

나의 인성 역시 이처럼 극도의 수모를 겪었지만, 

그래도 내 눈은 아버지의 뜻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늘과 땅 앞에서 

최소한의 수치심도 없이 더없이 부끄러운 짓을 하는 사랑들의 모든 죄를 보속하려고 

그 아픔과 고통을 봉헌한 것이다…

내 아버지께 이렇게 말씀드렸던 것이다.

 ’거룩하신 아버지, 저의 이 무참한 수모를, 

수치심도 자제력도 없이 

드러나게 아버지를 모욕하는 모든 사람의 모든 죄에 대한 보속으로 받아들여 주십시오. 

그들은 그렇게 행동함으로써 

작은 자녀들을 걸려 넘어지게 하는 중대한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