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가운데 이루어질 하느님 뜻의 나라
천상의 책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그 본연의 위치와 창조된 목적에로 돌아오게 하시는 부르심
1-15
마귀들과의 가공할 싸움에 대한 예고와 준비
1 예수님께서 당신 모습을 보이시고 말씀도 주시면서
갈수록 더 깊이 나와 친교를 나누시던 무렵에
내가 분명히 깨닫게 된 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그분께서 내게 오셔서 특별한 모양으로 말씀하실 때마다
그 목적은 오직 내 영혼을 준비시켜
새롭고 무거운 십자가들을 지게 하시는 데 있다는 것이었다.
2 실제로 그분께서는
우선 당신 은총의 작용으로 영혼을 그분께로 끌어당기셔서
그로 하여금 사랑으로 결합되어 있음을 실감하게 하신다.
그런 다음,
그렇게 영혼을 끌어당기신 까닭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신다.
그러면 영혼은 그분께 감히 맞설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된다.
3 확실히, 어느 날, 영성체 후에,
나는 그분께서 사랑의 황금 끈으로
나를 더욱 친밀히 당신께로 끌어당기시는 것을 느꼈고,
사랑에 관한 질문을 잇달아 퍼부으시는 것을 느꼈다.
4 "너는 정말 나를 사랑하느냐?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느냐?
설사 네 목숨을 바쳐야 한다고 하더라도
나에 대한 사랑으로 그 희생을 기쁘게 받아들이겠느냐?
네가 내 원대로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마음이 되어 있으면,
나도 너를 위해서 네 원대로 모든 것을 다하겠다."
5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씀드렸다.
"제 사랑, 제 전부이시여, 물론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좋으신 예수님,
당신보다 더 아름답고 더 거룩하고 더 사랑스러운 무엇이
달리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어찌하여
당신께서 원하시는 것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아닌지를
저에게 물으십니까?
저는 이미 오래 전에 제 뜻을 당신께 드렸고,
이것이 제 몸을 산산조각 내는 고통을 의미하더라도
아무것도 면(免)해 주지 마시기를 간청하지 않았습니까?
6 당신을 기쁘시게 할 수만 있다면
저는 무엇이든지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거룩하신 정배시여, 당신께 저를 맡기오니
마음에 드시는 대로 거리낌없이 제 안에서, 또 제 위에서 일하십시오,
제게 원하시는 일은 무엇이든지 하시되,
언제나 새로운 은총을 주십시오,
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7 그러자 그분께서는 또다시,
"내가 너에게 원하는 것이라면 정말 무엇이든지 다할 마음이
되어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8 나는 이 거듭되는 질문에 압도되어 어찌 할 바를 몰랐으며
나 자신이 얼마나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지를 절감했다.
그렇지만 그분께 의탁하면서 확신을 가지고 말씀드렸다.
9 "언제나 사랑하올 제 예수님,
허무한 본성으로 말미암아 저는 동요(動搖)와 떨림을 느낍니다.
하오나 저를 믿지 않고 온 마음으로 당신을 신뢰하기에,
어떤 방해나 어려움이건 민첩하게 대처하여 극복할 수 있는
영적인 힘을 느낍니다."
10 예수님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좋다.
네 영혼을 깨끗이 정화하여
내 사랑을 방해할 수 있는 지극히 작은 결점까지도 없애 주겠다.
또 나에 대한 충실성을 시험에 붙임으로써
너를 온전히 나의 것으로 삼고
네가 내게 말한 모든 것이 사실이 되도록 하겠다.
그러므로 그 시험은 매우 격렬한 투쟁이 될 것이다.
하지만 너는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 없다.
내가 너의 팔이 되고 힘이 되어 주겠다.
너와 함께, 너를 위하여 내가 싸울 터인즉,
너는 아무 손상도 입지 않을 것이다.
11 바야흐로 전투가 시작되려고 한다.
네 원수들이 어두운 곳에 숨어서
더할 수 없이 흉포한 싸움울 벌이려고 궁리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그들에게 갖가지 방식으로
너를 공격하고 괴롭히며 유혹할 자유를 주겠다.
그리하여
-너의 덕행이라는 무기를 휘둘러 그들의 반역적인 악덕을 제압한 덕분에-
일단 네가 그 싸움에서 해방되면,
그들은 영원히 수치를 당하게 될 것이다.
12 그때 너는 더욱 큰 덕행을 소유하게 될 것이고,
전투에 이긴 왕과도 같이 승리의 왕관과 훈장과 공훈으로 장식된 채
많은 재물을 가지고 영광스럽게 돌아올 것이다.
이와 같이 새로운 공로로 꾸며지고 부요해진 네 영혼은
내게서 새로운 선물들을 받을 뿐만 아니라,
바로 나 자신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니 용기를 내어라.
13 나는 네가 마귀들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고 돌아온 직후에
네 안에 견실하고 영구적인 나의 거처를 세워,
너와 내가 항상 일치를 이루게 하겠다.
마귀들은 밤낮으로 네게 휴식을 주지 않을 터이니,
내가 너를 아주 괴로운 시험에 붙여
피 비린내나는 맹렬한 전투에 임하게 하고 있음이 사실이지만,
그렇더라도
너는 그 싸움 전체에 걸쳐서 항상 나의 이 당부를 명심하여라.
14 즉, 내 이름으로 싸움을 시작하고,
싸움 중에도 끊임없이 내 이름을 부르며 도움을 청하면
이 이름이 너를 보호하는 성채가 될 것이다.
너는 또한 이 이름으로 네 가장 힘든 시련의 끝막음을 해야 한다.
15 이는 너를 나와 완전히 닮게 하려는 내 '뜻' 안에서,
네가 승리를 확신하며 시작하여 계속 싸우다가 끝마쳐야 할 시련이다.
이루 형언할 수 없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서는
나를 닮을 방법이 달리 없기 때문이지만,
이 어려움을 치르고 나면 큰 상급을 받게 될 것이다."
16 나는 마귀들과 흉포한 전쟁을 해야 한다는 예수님의 예고를 듣고
얼마나 당황하고 겁을 집어먹었는지 모른다!
마치 혈관 속에서 피가 얼어붙고 머리카락이 죄다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상상 속의 시커먼 귀신들이
금방이라도 나를 산 채로 잡아먹을 듯 우글거렸으니,
이미 그 지옥 영들에게 완전히 포위된 기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온통 고통과 슬픔에 잠긴 채 예수님을 향하여 이렇게 말씀드렸다.
17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부디, 이처럼 영적으로 짓눌려 있는 저를 홀로 버려 두지 마십시오.
마귀들이 얼마나 사납게 분통을 터뜨리며 제게로 오고 있는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들은 분명히 저의 뼛가루 한줌도 남기지 않을 것입니다.
18 당신께서 저를 떠나시면 제가 어떻게 그들을 대항하겠습니까?
당신께서 잘 아시다시피, 선을 행하는 것으로 말하자면
저는 참으로 게으르고 항구심이 없습니다.
좋으신 예수님,
저는 너무나 악한 인간인지라 당신과 함께 있지 않으면
악을 저지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릅니다.
그러니 저에게 새로운 은총을 많이 주셔서
적어도 또다시 당신을 모욕하는 일만은 없게 해 주십시오.
19 제 영혼을 가장 괴롭히는 고통이 무엇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당신께서 저 홀로 이 흉악한 시련 중에 있게 하신다면,
아, 그 생각만 해도 기절할 정도로 무섭습니다.
당신께서 저를 떠나신다면 대체 누가 저에게
이 예고된 전투에서 과감히 헤쳐나갈 용기를 주겠습니까?
제가 누구를 향해 간청하며
누구를 통하여 원수를 무찌를 실제적인 가르침을 얻겠습니까?
20 어쨌든, 지금도 저는 당신의 거룩하신 뜻을 찬미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어머니이시며 제 어머니이신 마리아께서
가브리엘 대천사에게 하신 말씀을
제 마음의 모든 열성을 기울여 당신께 되풀이합니다 :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그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빕니다."
21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을 이으셨다.
"그렇게 너무 당황해선 안 된다.
나는 마귀들이 네 힘을 능가할 정도로 유혹하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아두어라.
네가 또 알아두어야 할 점은,
내가 영혼들로 하여금 마귀들과 싸우게 하는 것은
결코 영혼들을 멸망시키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나는
먼저 영혼들의 힘을 재어 보고 효과적인 은총을 베풀어 준 뒤라야
그 맹렬한 싸움 속에 들어가게 한다.
22 어떤 영혼이 그 싸움에서 지고 만다면,
그것은 내 은총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영혼이 끊임없는 기도로 나와 일치해 있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와의 일치를 소홀히 할 뿐더러
홀로 나만이 사람들의 마음을 충만하게 채워줄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은채,
다른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그가 잃어버린 내 사랑에 대한 감수성을 애걸하거나,
혹은 자기 자신의 판단에 따라
순종이라는 안전한 길에서 벗어나 헤매면서
교만하게도 영혼들을 내게로 인도하는 나의 판단보다는
그 자신의 판단이 훨씬 더 정확하고 균형 잡힌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 고집 센 영혼들이 싸움에 지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지 않겠느냐?
23 그러므로,
내가 무엇보다도 당부하는 것은 항구한 기도이다.
설사 네가 죽음의 고통을 겪는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평소에 늘 바쳐온 기도들을 절대로 빠뜨려선 안 된다.
가파른 낭떠러지로 다가가고 있음을 느끼는 때가
바로 한층 더 신뢰에 찬 기도를 바쳐야 할 때이다.
내가 도와주리라는 것을 완전히 확신하면서 말이다.
24 더구나,
이제부터는 네가 고해사제에게 마음을 열기 바란다.
네 안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그에게 드러내어라.
실망하지 말고,
문제들이 생기면 그 해결을 무조건 그의 손에 맡겨라.
그가 하라고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실행에 옮기면서
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기억하여라.
25 즉, 너는
너를 친절하게 이끌어 줄 손이 필요한 소경과 같이 되어야 한다
고해사제의 목소리를 네 눈으로 삼아라.
이 목소리가 밝은 빛과 바람처럼 어둠을 몰아낼 것이다.
그리고
순명이 너를 안전하게 항구로 인도하여 부축해 줄 손이 될 것이다.
26 끝으로, 너에게 당부하는 것은 용기를 내라는 것이다.
나는 네가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고 극히 위험한 공격에 맞서면서
용감하게 전투에 임하기 바란다.
적군이 제일 겁내는 것은
그들의 상대가 용감하고 힘차게 전투에 임하는 것을 볼 때이다.
그래서 마귀들은 내게 의거하며 의지하는 용기로 무장한 영혼이
무적의 용사처럼 자기 앞을 가로막는 자를 모조리 없애면서
그들 가운데로 오는 것을 가장 무서워한다.
27 그들은 너무나 겁이 나고 무서워서 달아나려고 해도
나의 '뜻' 에 매여 있기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귀들은 최대의 고통을 겪으면서
가장 굴욕적인 항복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니 너는 과감하고 용맹한 사람이 되어라.
네가 내게 충실하면 점점 더 풍부한 은총과 새로운 힘을 주어
마귀들을 눌러 이기게 해 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