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하느님께 우리 자신을 내맡기면 모든 게 다 잘 될 것이다
12
하느님은 모든 충실한 영혼들에게
세상과 지옥의 권세들 위에 영광스러운 승리를 약속하신다.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활동은
그분의 활동에 충실한 영혼들의 공로를 증가시켜 주기 위해
어떤 외견상의 약점 밑에 감추어져 있지만,
그럼에도 영혼은 분명하게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세상이 시작된 이래 세계 역사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겸손한 영혼들에 대적하여
세상의 권력과 지옥의 왕자들이 벌이는 운동 보고서에 불과합니다.
그것은 모든 것이 교만한 자를 지지하는 듯 보이는 투쟁이지만
겸손은 늘 승리를 거둡니다.
이 세상의 모습은 우리에게 금, 은, 동, 철, 흙의 형상으로 나타납니다.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이 꿈속에서 보았던(다니 2,24) 악의 신비는
인간의 내적 영성생활에 맞서 싸우려 올라오는 짐승들과 더불어
어둠의 자식들의 육적이고 영적인 모든 활동이 온통 뒤범벅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세기가 시작된 후 줄곧 계속되어 온 것은 싸움이고,
현대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은 이러한 투쟁의 연속입니다.(묵시 13,1).
괴물이 괴물을 따라가고 심연은 이들을 삼켰다가
끊임없이 뭉게뭉게 피어오로는 연기 속에 도로 토해 놓습니다.
미카엘 대천사와 루치펠 간의 하늘에서 벌인 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교만하고 질투심 많은 천상의 마음은
모든 악이 터져 나오는 끝없는 심연의 구렁입니다.
천지 창조 이후 그의 유일한 목적은
하늘의 천사들 사이에서 내란을 일으켜
그가 삼켜 버린 자들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사악한 사람들인 악당들과 큰 무리를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루치펠은 하느님께 반항하는 자들의 두목입니다.
이러한 악의 신비는 하느님의 선한 질서를 뒤엎고,
질서 그 자리에는 악의 질서로,
아니 정확하게는 악의 무질서로 뒤바꾸어 놓습니다.
이 무질서는
피상적으로는 매력을 주는 것 같아도 뜯어 고칠 수가 없고
무한한 악을 숨겨 놓고 있기에 그것은 묘한 것입니다.
카인 이후로 오늘날 세상을 집어삼키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악한 사람들은
외적으로 위대하고 권력을 가진 왕자와도 같이 출연합니다.
그들은 자기들 앞에 굴복하는 세상과 인간들을 깜짝 놀라게 만듭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세상에 드러낸 얼굴은 거짓입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질서를 무너뜨리려고
함정 속에서 줄지어 밖으로 나온 짐승들입니다.
그러나 또 따른 신비로서
하느님의 질서는
이런 괴물들을 없애버리기 위해 위대한 권력가들을 배출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짐승들이 지옥에서 토해졌기 때문에
천국은 이들 족속들을 멸망시키고자 새로운 영웅들을 창조해 냈기
때문입니다.
거룩하고 불경스러운 옛 역사는
모두 이런 투쟁에 대한 기록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느님이 이루어 놓으신 질서는 언제나 승리를 가져 왔고,
그분과 함께 싸우는 자들은 영원한 행복을 누립니다.
그의 반열에서 도망친 자들은 그 보상으로 영원한 죽음을 맞습니다.
사악한 자들은 자기만큼은 언제나 무적의 인물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나 오! 하느님, 우리가 어떻게 당신을 거역할 수 있겠습니까?
만일 고독한 한 영혼이
자기와 맞서는 지옥과 세상이 모든 권력들을 가지고 있다 해도
영혼이 하느님의 명령에 자신을 내맡긴다면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머리는 순금이요, 몸통은 은, 동, 철로 되어 있는
가공할 악과 권력의 우상은
반짝이는 먼지와도 같은 영상에 불과합니다.
작은 돌 하나가 그 우상을 산산이 부서뜨리니
그것은 바람에 자취도 없이 날아가 버렸답니다. (다니 2,34).
성령께서는 창조 이후 세세대대로 얼마나 놀랍게 움직이고 계신지요!
그처럼 수많은 혁명과 폭동들,
우리 위의 별들과도 같이 활약하던 그토록 위대하고 훌륭한 많은 사람들
그리고 많은 놀라운 사건들은
그것들 모두가 제 아무리 엄청난 인상을 심어주었다 해도,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잊어버리게 된
한낱 꿈에 불과합니다.
그 모든 괴물들은
단순히 하느님 자녀들의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서만 세상에 들어왔고,
그들이 훈련을 마치면
하느님은 자녀들에게 괴물을 살해하도록 허락하십니다.
천국은 승리자를 받아들이고 지옥은 정복된 자를 삼켜 버립니다.
새 괴물이 나타나면 하느님은
새로운 용사들을 투기장으로 불러들이십니다.
이곳에서 우리의 삶은
하늘나라를 기쁨에 넘치게 하고, 성인들을 길러 내며
지옥을 당혹스럽게 하는 볼 만한 광경이 펼쳐질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계율을 거스르는 모든 것은
영혼을 더욱 칭송받을 만한 가치를 지니게끔 해줍니다.
정의에 대항하는 모든 원수들이 영혼의 종들이 되고,
하느님은 무너진 바빌론의 남은 조각들로 천상 예루살렘을 건설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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