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가운데 이루어질 하느님 뜻의 나라
천상의 책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그 본연의 위치와 창조된 목적에로 돌아오게 하시는 부르심
12-136
1920년 9월 2일
첫째가는 순교의 길은 사랑이다.
동반의 행복과 고립의 불행
1 거의 계속 다정하신 예수님의 부재 속에서 살고 있다.
내게 나타나시긴 해도 대번에 달아나시는 것이 고작이니 말이다.
아, 오직 예수님만이 내 가련한 마음의 순교를 아시련마는!
2 그런데,
언제나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그토록 많은 고통을 겪으신
그 사랑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노라니,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나의 첫째가는 순교는 사랑이었다.
사랑이 두 번째 순교를 낳았으니, 다름 아닌 고통이었다.
사랑의 무한한 바다가 하나하나의 고통에 앞서 있었던 것이다.
3 그러나 사랑이 대다수의 피조물에게 버림받고 홀로 있게 되자,
나는 실신할 정도로 고뇌에 잠겼다.
내 사랑이 자신을 내어 줄 사람을 찾아내지 못해
내 안에 집중된 채 나를 짓누르며 어찌나 큰 고통을 안겨 주는지,
이 고통에 비하면
다른 모든 고통은 차라리 기분을 상쾌하게 하는 위안거리로 보일 지경이었다.
4 아! 내가 사랑 안에 누군가와 함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하겠느냐!
함께 있음과 더불어
모든 것이 행복을 얻고 널리 퍼지며 그 수가 불어나는 것이다.
5 사랑은 또 하나의 사랑과 가까이 있으면
이것이 비록 작은 사랑이라고 하더라도 행복감에 젖는다.
자신을 내어 주며 알릴 사람을 만났고,
자신의 사랑을 통해 생명을 줄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다.
6 그러나 사랑은
자기를 사랑하지 않고 업신여기며 관심도 가지지 않는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불행을 느낀다.
그에게 자신을 나누어주며 생명을 줄 방도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7 아름다움은 추함과 가까이 있으면 수치감을 느낀다.
아니 이 둘은 서로를 기피하는 것 같다.
아름다움은 추함을 싫어하고,
추함은 아름다움 옆에 있으면 더 추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것이 다른 어떤 아름다운 것과 가까이 있으면 행복해지고,
그래서 서로 아름다움을 나누게 된다.
다른 모든 것도 이와 같다.
8 만일
학식이 있고 공부도 많이 한 선생이 가르칠 제자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 학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오! 그토록 많이 쌓은 학식을 가르칠 사람이 없으니
얼마나 불행하겠느냐!
9 의사에게 치료 능력을 보여 달라고 부르는 환자가 없다면,
그가 닦은 의술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또 어떤 부자가 자기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없어서
재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홀몸으로 지내다가
누군가에게 재산이 있음을 알리거나 나누어 줄 방도를 찾지 못한 채
굶어 죽는다면,
그가 쌓은 부가 그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10 사람끼리 함께 있는 것만이
모두를 행복하게 하고, 선이 행해지며 자라게 하는 것인 반면,
고립은
사람을 불행하게 하고 모든 것을 황폐하게 만드는 것이다.
11 아아, 딸아,
이 고립을 내 사랑이 얼마나 사무치게 겪고 있는지 모른다!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나와 함께 있음으로써
내게 상쾌한 위로와 행복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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