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13권

천상의 책 13권 34장

은가루리나 2022. 9. 12.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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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들 가운데 이루어질 하느님 뜻의 나라

천상의 책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그 본연의 위치와 창조된 목적에로 돌아오게 하시는 부르심


13-34

1921년 11월 19일


겟세마니의 예수님 - 그 고뇌와 두 사람의 지주.
진리를 아는 데 필요한 내적 자세. 진리의 단순성.



1 겟세마니에서 고뇌하시는 예수님과 함께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따뜻한 동정심을 표현하면서
그분을 가슴에 붙안고
그 치명적인 식은땀을 애써 닦아내고 있었는데,

고통에 잠기신 그분께서 숨을 거두시려는 듯
쇠진한 음성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이 정원에서 겪은 고뇌는 여간 혹독한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십자가 위에서의 임종 고통보다 더 심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십자가 고통은
모든 것을 이루고 이긴 것인 반면,

여기 정원에서는
고통이 시작되고 있었고,
고통은 원래 그 끝 무렵보다 시작될 때 더 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3 그 가운데서도 가장 뼈아픈 고통의 순간은
모든 죄들이 차례차례 내 앞으로 오고 있을 때였다.

내 인성이
그 모든 죄의 극단적인 흉악성을 사무치도록 절감하고 있었으니,
각각의 죄가 '하느님에게 죽음을!' 이라는 각인을 지니고 있었고
저마다 칼로 무장한 채 나를 죽이려고 드는 것이었다.

4 하느님의 신성 앞에 있는 죄는 소름끼치도록 혐오스러운 것이기에
죽음 그 자체보다 더 끔찍하게 보였던 것이다.

죄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렇게 절감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죽어가고 있음을 느꼈고
실제로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

5 아버지께 울부짖었지만 그분은 내 간구를 들어주시지 않았다.
내가 죽지 않도록 도와줄 사람도 거기에는 없었다.

큰 소리로 모든 피조물을 부르며 나를 측은히 여겨 달라고 외쳤으나
허탕이었다.

그러므로 내 인성은 기력이 쇠하여
막 마지막 치명타를 받아들일 판이었다.


6 그러나
누가 그 처형을 막아 내 인성을 죽음에서 지켜 주었는지 알겠느냐?
우선은 내 엄마, 나와 떨어질 수 없는 엄마가 계셨다.

도움을 청하는 소리를 들으시고
내 곁으로 날아오셔서 나를 지탱해 주신 것이다.
나는 그분께 내 오른팔을 기댔다.

거의 죽어가면서 엄마를 바라보니,
엄마 안에 내 뜻의 무한이 원래 그대로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있었고,
나의 뜻과 그분의 뜻 사이에는 도무지 갈라진 틈이 없었다.

내 뜻은 생명이다.
아버지의 뜻이 확고부동해서
죽음이 피조물로부터 내게 닥쳐오고 있었지만,
내 뜻의 생명을 지닌 또 다른 피조물이 나에게 생명을 주었던 것이다.

이 피조물이 내 엄마이시니,
내 뜻의 놀라운 기적으로 나를 잉태하여 시간 속에 낳아 주신 그분께서
여기서도 내게
두 번째로 생명을 주시어 구원 사업을 완수하게 하신 것이다.


8 그런 다음
나는 내 왼쪽에 있는 '내 뜻의 작은 딸' 을 보았다.
너를 선두로 내 뜻의 다른 딸들이 뒤를 잇고 있었다.

9 내가 바란 것은

내 엄마를 나와 함께 자비의 첫 고리가 되시게 하여
이를 통해 우리가 모든 피조물에게 문을 열어 주는 것이었고,
그래서 내 오른팔을 그분께 기대고자 하였다.

그리고 너를 내 정의의 첫고리로 삼아
모든 피조물이 받아 마땅한 징벌을 만류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 왼팔을 너에게 기대고자 하였다.
네가 나와 함께 정의의 팔을 떠받치고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10 이 두 지주로 하여 나는 생명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아무런 고통도 겪지 않았던 것처럼
꿋꿋한 걸음으로 내 원수들을 만나러 갔다.

수난의 전 과정 동안
내게 죽음을 줄 수 있는 고통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이 두 사람은
그들이 지닌 나 자신의 뜻으로 나를 지탱했으니
마치 생명의 물을 모금모금 자주 마시게 하는 것 같았다.


11 오, 내 뜻의 경이로운 일들이여!
누가 이들의 의미를 다 헤아릴 수 있으랴?

이것이
내 뜻 안에서 사는 사람을 내가 무척 사랑하는 까닭이다.

그 사람 안에서 나의 모상을, 내 고귀한 얼굴을 보고,
나 자신의 숨결과 목소리를 느끼는 것이다.

12 내가 그런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자신을 속이는 격이 될 것이다.

또한 후손도 궁정 조신들의 행렬도
자녀들이라는 왕관도 없는 아버지와 같을 것이다.

이처럼 후손도 궁정도 왕관도 없다면,
내가 어떻게 나 자신을 왕이라고 일컬을 수 있겠느냐?

13 내 나라는 내 뜻 안에서 사는 사람들로 이루어진다.
나는 이 나라에서
어머니와 여왕과 자녀들과 조신들과 군대 및 백성을 선정한다.

내가 그들의 모든 것이 되고
그들은 나의 모든 것이 될 것이다."




14 그 후 예수님의 말씀을 생각하면서,
'한데 이를 어떻게 실행에 옮길 수 있을까?' 하고 혼잣말을 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다시 오셔서 말씀하셨다.


15 "딸아,
진리를 알려면 그것을 알고자 하는 원의와 열망이 있어야 한다.

덧문이 닫힌 방을 생각해 보아라.
밖에 햇볕이 아무리 쨍쨍해도 방 안은 내내 어둡다.
그러니 덧문을 여는 것은 빛을 원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빛을 활용하여 방을 다시 정돈하고 먼지를 털어내며
일에 착수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받은 빛을 허비하고,
따라서 입은 은혜를 저버리고 배신하는 셈이 된다.


16 이와 같이
사람도 진리를 알고자 하는 원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만일 진리의 빛이 그를 비출 때 

자기의 결점이라는 먼지를 털어내려고

힘쓰지 않는다면,

스스로 알게 된 그 빛에 따라 자신을 다시 정돈하고
그 빛과 함께 일하면서 이를 자신의 본질로 삼으려고
힘쓰지 않는다면,

그가 흡수한 진리의 빛이
그의 입과 손과 행동거지에서 발산될 수 없다.


17 그러면 진리를 헛되이 소모하는 격이요,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음으로써
온통 뒤죽박죽인 상태를 환한 빛 앞에 노출시키는 격이 될 것이다.

빛이 가득하건만
물건들이 뒤섞여 엉망진창으로 어질러진 방에 있는 사람이
정돈하려고 들지 않는다면,
그 방이 얼마나 을씨년스럽게 보이겠느냐?

진리를 알면서 실행에 옮기지 않는 사람도 그와 같다.


18 하지만 너는,
모든 진리들 속에 들어오는 첫 음식은 단순성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진리가 단순하지 않으면 빛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 정신 안으로 뚫고 들어와 그것을 조명할 수 없다.
빛이 없는 곳에서는 사물이 식별되지 않는다.

19 단순성은 빛일 뿐만이 아니라 사람이 숨 쉬는 공기이기도 하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모든 사람을 숨 쉬게 하는 것이다.

만약 공기가 없다면 이 땅도 사람도 움직임을 멈출 것이다.
그런즉 단순성이라는 특질이 비어있는 미덕이나 진리는
빛도 공기도 없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