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1권

{천상의책 1권 25,9-21 (Ⅱ)} 허락이 있을 때만 고통의 산 제물이 되라는 첫 명령을 받다

은가루리나 2016. 3. 3. 17:26

소리-무화_천상의책{1권 25,9-21 (Ⅱ)} 허락이 있을 때만 고통의 산 제물이 되라는 첫 명령을 받다





1-25  



새 고해사제와의 만남. 

허락이 있을 때만 고통의 산 제물이 되라는 첫 명령을 받다




9 사실,

주님의 제안을 받고 부르게 된 셈인 이 하느님의 사제에게 나는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다른 모든 사제들에 대해서는,

내 마음을 열게 하려는 그들의 끈질긴 노력이나  나 자신의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언제나 굳게 닫혀 있었는데 말이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마음이 위축되어 있었는지 나 자신도 잘 모르겠지만,

이 사제를 만나게 될 때까지는  매번 다음 기회로 자꾸 미루었으니,

예수님과 나 사이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남에게 말한다는 것이

생각만 해도 너무나 부끄럽고 내키지 않아서

마치 더없이 추악한 죄를 고백해야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은총 덕분에 나는 죄라는 것을 몰랐고 

어렴풋하나마 알았던 적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 반대로, 이 사제에 대해서는 특별한 명령을 받은 것도 아닌데,

상당히 자주 아주 세세한 일가지 털어놓곤 했던 것이다.


10 만일 누군가가 

내 내면을 열어 보이기를 이전에 그토록 꺼린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문한다면,

나의 유일한 대답은  모르겠다는 말뿐일 것이다.

고해신부 때문이었을까? 그렇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는 매우 선량하고  미덥고  참을성 있게 내 말을 경청해 주었으므로,

내 쪽에서 예수님과 나 사이에 있었던 일을 털어놓을 태세만 되었다면

내 영혼을 특별히 돌보는 책임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고,

내가 덕행의 바른 길을 걷도록 철저히 보살펴 주었을 것이다.


11 그렇다면 나 자신 때문이었을까?

그렇다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스스로의 속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어찌나 부담스러운지

이 중압감에서 해방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지 했을 터이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과 나 사이의 일에 대해서 

고해사제는 어떻게 생각할지를 무척 알고 싶기도 했던 것이다.


12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나는 마음을 열 수가 없었으니,

지금에 와서 볼 때, 이는 오직 하느님의 뜻과 허락으로 말미암은 일이었던 것 같다.

내 삶 전체에 대한 이야기를,

현재 언급하고 있는 고해사제에게 다 털어놓게 하시기 위해서 말이다.



13 하기야, 

이 고해사제는 내 마음 속을 꿰뚫어 볼 줄 아는 특별한 소질이 있었을 뿐더러,

기꺼이 내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자발성과 인내심도 지니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에게서 그런 좋은 성향을 발견하자 

서히 용기를 내어 나의 내면을 온통 열어 보임으로써,

마치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낱말 하나하나를 읽는 것과 같이,

주님께서 내게 주신 모든 은총들을 판독(判讀)하게 하였다.


14 이는 특히, 어지신 예수님께서 내게 주신 모든 말씀들과

내 안에 일어난 모든 일들을 드러내도록  강력히 촉구하시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이따금 내가 어떤 것을 드러내는 것을 몹시 꺼리고 있을 때면,

예수님께서는 당장 호되게 나무라셨고

심지어 당신께서 나를 떠나시겠다고까지 으름장을 놓으셨으니 말이다.

나로서는 떠나시겠다는 말씀만 들어도  더할 수 없이 혹독한 고통을 느꼈으므로,

그렇게 버림받을까 봐 겁이 나서

정말이지  나 자신에게 폭력을 쓰면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한 것이다.




15 이 고해사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말할 수 있으리라.

그는 어떤 때는 이것에 관해서  다른 때는 저것에 관해서

내게 항상 질문하는 일을 떠맡고 있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그와 같은 혼수상태는 어디서 오는가, 

즉 그 원인이 무엇인가, 그리고 그 결과는 무엇인가를   때때로 묻곤 하였고,

내가 어쩌다가 말하기를 꺼리면  순명의 이름으로 대답하라고 명하였으며,

그러다가는 내가 더없이 악마적인 환상 속에서 살 가능성이 있다고 

겁을 주기도 하였다.


16 그 반면에 일체를 숨김없이 말하면,

'우리 두 사람 다  갈수록 더 안전하고 평안하게 될 것' 이라고 덧붙여 말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주님께서는 영혼이 순종하는 경우,

진리를 찾아 올바르게 행동하고자 하는 당신 사제 중의 한 사람이

잘못 생각하도록 허락하시는 법이  없기 때문이오.‘




17 그런데, 이 순명의 문제에 관해 좀더 언급해 보면,

예수님께서 내게 어떤 고통을 받게 하시기 전에

그 일에 대해서 고해사제와 미리 의논하신 것 같은 경우들이 있었다.

고해사제가 내게 물어보기도 전에  이미 사실을 알고 있는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곤 하였다.


18 "신부님께 이 사실을 감추기보다는  말씀드리는 것이 났겠군.

이미 알고 계시고,

그것도 이 일이 내 안에 어떻게 일어났는지 까지도 상세히 알고 계시니 말이지.

내가 이걸 숨기면  신부님께서 지도 방식을 바꾸어야 하겠다고 생각하실지도 몰라."



19 그러나 이런 일이 먼젓번 고해사제에게는 일어난 적이 없었다.

그는 내게 일어나는 마비 상태에 대해서 아무것도 묻지 않았을 뿐더러

그 사실을 검토해 보려고 들지도 않았고,

이것이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인지  악마에게서 오는 것인지,

혹은 신체적인 병 때문에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단순한 현상인지도 

알려고 하지 않았다.

요컨대,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20 그럼에도 이 사제가 매우 마음을 쓰며  지칠 줄 모르고 내게 묻곤 했던 것은,

주님께서 보내신 십자가를 짐에 있어서

그분의 뜻에 나 자신을 맡기고 있는가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그러므로 이 십자가를 내가 온전한 인내로 지고 있지 않다고 여겨지면 

몹시 고통스러워하는 것이었다.




21 그런데, 나의 영신 지도를 맡게 된 두번째 고해사제는

주님께서 내게 나타나셔서  

산 제물이 되기를 바라는지 아닌지를 물으셨다는 말을 내게서 듣자,

대뜸 (그 고통의 상태를 받아들이기 전에)  

예수님께 이렇게 말씀드리라고 명령하는 것이었다.


22 "주님, 저는 고해사제의 동의를 미리 얻지 않고서는 

주님께서 제게 원하시는 고통을 받아들일 수도 없고  받아들여서도 안됩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선 신부님께 가셔서 그분의 동의를 구하십시오. 

그래야 제게 화를 내지 않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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