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2권

{천상의 책 2권1장} 지향의 순수성, 믿음, 그리고 태양이신 하느님에 관하여

은가루리나 2016. 6. 18. 01:45





사람들 가운데 이루어질 하느님 뜻의 나라


천상의 책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그 본연의 위치와 창조된 목적에로 돌아오게 하시는 부르심



2-1



1899년 2월 28일



지향의 순수성, 믿음, 그리고 태양이신 하느님에 관하여




1 고해사제의 명령에 따라,

주님과 나 사이에 일어나는 일을  나날이 기록하기 시작해야 한다.

오늘은 1899년 2월 28일이거니와,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 글 쓰기에 대하여 극심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나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서  얼마나 애를 써야 할지,

주님만이 이 영혼의 고뇌를 아실 것이다.


2 그러나, 오, '거룩한 순명'이여,

그대는 얼마나 강력한 구속력을 가지고 있는지!

이 순명만이 나를 이길 수 있었으니,

마치 정복하기 어려운 산처럼 버티고 있는 나의 싫은 감정을  모조리 쳐 이김으로써 

하느님의 뜻과 고해사제의 뜻에  나를 묶어 주었던 것이다.


3 - 하지만, 거룩한 정배이신 예수님,

저는 큰 희생만큼이나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다만,

당신께서 저를 팔에 안고 지탱해 주시는 것뿐입니다.

그렇게 도와주셔야, 

온통 뒤죽박죽인 제가  오로지 당신의 영광을 위하여 진실만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내 고해 신부님께서 거룩한 미사를 집전하신 오늘 아침,

그래서 나도 성체를 받아 모셨다.

그러나 내 정신은 혼란의 바다 속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글로 쓰라는  신부님의 명령 때문이었다.


5 나는 예수님을 받아 모시자 내 괴로움에 대해서,

특히 나의 자격없음과  다른 많은 것에 대해서 말씀드렸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내가 무슨 말씀을 드리건  

아무 것도 아랑곳하지 않으시는 것 같았고, 아무 답변도 해 주지 않으셨다.

그러자 어떤 빛이 내 정신 안으로 들어와서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었다.

"예수님께서 평소와 다르게 (이런 표정으로) 오신 것은  어쩌면 내 탓인지도 모른다."



6 그래서 마음을 다하여 그분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저의 선이시며 전부이신 예수님, 부디 저를 모른 체하지 말아주십시오. 

괴로워서 가슴이 미어집니다.

글을 쓰는 일에 대해서라면  어떤 일이 있어도,

설사 제 목숨을 바쳐야 한다 하더라도  꼭 쓰겠습니다.

약속합니다."



7 그제야 예수님은 표정을 바꾸시고 매우 친절하게 말씀하셨다.

"대체 무엇이 두려우냐?

이전에도 내가 도와주지 않았더냐?

나의 이  너를 온전히 휩쌀 터인즉,

네가 모든 것을 분명히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지향의 순수성에 관하여.




8 이 말씀을 하신 후,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그분께서 고해사제 옆에 계시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9 "보아라. 네가 행하는 모든 것이 하늘로 들어온다.

그러므로 

너의 모든 걸음과 말과 활동이  내 대전으로 온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순수한 마음으로 일해야 한다.

그 모든 것이 순수하다면, 다시 말해서 나를 위하여 행해진다면,

나는 그 속에서 더할 수 없이 큰 기쁨을 얻는다. 

나로 하여금 끊임없이 너를 기억하게 하는 

숱한 전령(傳令)들에게 둘러싸인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 반대로, 그것이 천박하고 속된 것들이라면 내 마음을 언짢게 한다."



10 그리고

고해사제의 두 손을 잡아 하늘 쪽으로 들어올리시며 다시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언제나 위를 향해 눈길을 들어올려라.

너는 하늘에 속한 사람이니, 하늘을 위하여 일하여라."



11 이와 같이 밀씀하시는 예수님과 고해사제를 보고 있노라니,

만일 (고해사제가 예수님 말씀대로) 행동한다면 

마치 사람이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이사가는 것과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하는 사람은 어떻게 하는가?

자기 물건들을 먼저 보내고  나중에 그 집으로 가기 마련이다.

우리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우리를 위하여 하늘에 마련되어 있는 처소에 이를 수 있도록 

먼저 우리의 행업들을 보낸 다음,

때가 되었을 때  우리 자신도 그리로 갈 것이다.

오! 그러면 우리의 행업들이 얼마나 멋지게 우리를 호위해 주겠는가?




믿음에 관하여 




12 그런데, 고해사제를 보자 

그가 내게  

믿음에 관해서 주님께서 말씀해 주신 대로 기록하라고 명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래서 이 덕행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순간  주님께서 나를 나 자신 밖으로 나오도록  당신께로 끌어 당기셨으므로

하늘 속에 그분과 함께 있게 되었다.

그러자 그분께서  바로 이 말씀을 주셨다.

"믿음은 곧 하느님이다."


13 "믿음" 과 "하느님이라는 그 두 낱말 속에 무한한 빛이 담겨 있었다.

나로서는 아무래도 표현할 수 없을 것같은 빛이지만,

그럼에도 힘 자라는 데까지 표현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4 나는 "믿음" 이리는 낱말 속에서

믿음은  바로 하느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음식물이  육신에게 생명을 주어 죽지 않게 하는 것과 같이,

믿음도  영혼에게 생명을 준다.

믿음이 없으면  영혼이 죽는 것이다.


믿음은  인간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인간을 성화하며 영화(靈化)한다.

그리하여  이 세상 사물에 대하여 지식을 얻게 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지고하신 하느님에게서 눈을 떼지 않게 한다.

그러니  이 세상 것에 대해 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하느님 안에서 아는 것이다.



15 오, 믿음으로 사는 영혼의 행복이여!

항상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이 영혼은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모든 것을 하느님 안에서 본다.

따라서 환난 중에 있어도  

믿음이 영혼을 하느님께로 들어올리기에  고통스러워 하지 않는다.

16 또한, 이 세상이 아니라 하늘에  자신의 행복을 쌓아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비탄에 잠기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그런 이가 즐거움과 풍요와 기쁨들에 에워싸여 있으면,

믿음이 그를 하느님께로 들어올려  이렇게 혼잣말을 하게 한다.

"오, 하늘에서는 얼마나 더 행복하고 더 풍요하겠는가!"

따라서 이 세상의 좋은 것들을 보면 마음이 언짢아지므로

업신여기며 밟고 지나간다.


17 그런즉 믿음으로 사는 영혼은

수없이 많은 돈과  온 나라를 소유한 사람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게 누군가가 동전 몇 푼을 준다면  무엇이라고 말하겠는가?

우습게 볼 뿐더러

그 돈을 자기에게 준 자의 면상에  되질지도 모른다.

게다가  속된 것이 다 그러하듯이  온통 더럽혀진 돈이라면,

더군다나 거져 주는 것도 아니고  단지 빌려 주는 것이라면,

"무한한 부를 누리며 소유하고 있는 내게  어찌 이토록 더럽고 몇 푼 되지도 않는 돈을,

그것도 잠시 동안  빌려 줄 엄두를 낸 것이오?"

하고 말하면서 즉시 외면함으로써  그 선물을 거절할 것이다.


이것이  믿음으로 사는 사람이  세속적인 것에 대해서 취하는 태도이다.






18 이제 음식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육신은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생명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육신 자체로 변화되는 음식의 본체에 참여하기도 한다.


믿음으로 사는 영혼도 그렇다.

믿음은 하느님 자신이기에  영혼이 하느님으로 생명을 유지하게 되고,

하느님 자신을 섭취하기에  하느님의 본체에 참여하게 된다.

이 참여를 통하여 하느님과 같이 되고  하느님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19 그러므로 믿음으로 사는 사람은

하느님께서 거룩하시기에  거룩한 사람이 되고,

하느님께서 능력을 가지고 계시기에  능력 있는 사람이 되고,

하느님께서 지혜롭고 힘있고 의로우시기에  지혜롭고 힘있고 의로운 사람이 되고,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다른 모든 속성도 입게 된다.

요컨대, 작은 하느님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영혼은 이 세상에서 복될뿐더러  하늘에서는 더욱 복될 것이다!



20 더욱이 나는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영혼들에게

"믿음 안에서 내가 너와 혼인하겠다." 고 하시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이 신비적인 혼인을 통하여  그분 자신의 덕행들을 영혼들에게 주신다는 뜻이다.

이는 마치 부부가 각각의 재산을 합쳤기에

남편의 소유니 아내의 소유니 하는 구분이 없고  공동의 소유가 되는 것과 같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가난해서 가진 것이 없다.

좋은 것은 무엇이든지 주님 것이며 

이것이 우리 영혼을 주님의 본체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21 영혼의 생명은 하느님이다.

믿음은 하느님이다.

따라서 믿음을 가진 영혼은  다른 모든 덕행들을 그 자신 안에 접목시킨다.

믿음이 그 마음의 왕이라면

다른 덕행들은  이 왕을 둘러싸고 섬기는 신하들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믿음이 없는 덕행들은  생명이 없는 덕행들이다.



22 하느님께서는 두 가지 방식으로 인간에게 믿음을 주시는 것 같다.

첫째는  세례 성사를 통해서이고,

둘째는  복되신 하느님께서 당신 본체의 한 부분을 영혼 속에 내뿜으셔서

죽은 이를 되살리거나  병자를 치유하거나  태양을 멈춰 세우는 등

기적을 행할 힘을 주실 때이다.

오, 세상이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  지상 낙원으로 바뀌련마는!



23 믿음을 실천하며 사는 영혼은  얼마나 높고 고상하게 날아오르겠는가?

그런 영혼은 

조심성 있는 작은 새들이 사냥꾼이나 다른 어떤 덫에 걸릴까봐 

나무 꼭대기며 높은 곳에 둥지를 트는 것과 같이 행동한다.

먹이를 먹기 위해 내려오지 않을 수 없지만

목적을 달성하면  즉시 둥지로 날아오르는 새들 말이다.

더 신중한 새들은  더 안전하게 하려고 땅에서는 먹이를 먹지 않으며

나무 꼭대기로 가지고 가서야  비로소 삼키는 것이다.  


24 믿음으로 사는 영혼도 그렇다.

덫에 빠질까 봐  세속적인 것이라면  아예 바라보지도 않을 정도로 매우 조심한다.

그의 집은 세속적인 모든 것을 초월하는 높은 곳에,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상처들 속에 있다.

이 집의 복된 방들 안에서  인류가 처해 있는 비참한 상태를 보면서

그 자신의 정배이신 예수님과 함께  탄식하고 울며  기도하고 고통을 받는다.


25 이처럼 영혼이 예수 상처의 열린 방들 속에서 살아갈 때.

주님께서 그에게 당신 덕행의 일부를 주신다.

그래서 그는 그것이 자기의 덕행인 것처럼 내부에 있음을 느끼지만, 

자기의 것으로 보일 뿐,

주님께서 주신 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

그러므로 자기에게 없었던 물건을 선물로 받은 사람처럼 행동한다.

즉, 이미 자기 것이 되었으나  이따금 그것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이건 내 것이지만  그 사람에게서 선물로 받은 거야."



26 주님께서 신성의 일부를 열어  당신 자신으로 변화시켜 주시는 영혼은 

그와 같이 행동하기 마련이다.

오 이런 영혼은  죄를 얼마나 미워하는지!

동시에  다른 이들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있으며,

멸망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한다.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되어  자기 자신을 고통의 산 제물로 바침으로써

하느님의 의노를 풀어 드리고,

그리하여 마땅히 받아야 할 징벌로부터 사람들을 구해 낸다.

만일 자신의 목숨마저 바쳐야 한다면,

오직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도  기꺼이 그렇게 할 태세로 있는 것이다!




태양이신 하느님에 관하여




27 주님의 신성을 어떻게 보는지를 설명하라는 고해사제의 요구에 대해서

나로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대답만 몇 번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날 밤 복되신 예수님께서 나타나셔서  나의 그 거절을 나무라시는 것 같았다.

그런 다음  그분께서는 순식간에  나로 하여금 

말하자면  매우 찬란한 두 줄기 빛살을 보게 하셨다.

첫번째 빛살로  내 지성이 이해한 것은

믿음이 곧 하느님이고  하느님이 곧 믿음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믿음에 관해서 좀 말해 보려고 애써 온 것이다.

이제부터는  내가 하느님을 어떻게 보느냐에 대해서 말해 보겠다.




28 내가 나 자신의 바깥, 곧 하늘 높은 곳에 나와 있음을 알았을 때에,

 안에 계신 하느님을 뵙는 것 같았다.

또한  하느님 자신이 이기도 하신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안에  아름다움과 권능과 지혜와 무한성, 

끝이나 한계가 없는  높이와 깊이가 보였다.

그러므로 우리가 숨쉬는 공기 속에도  하느님이 계신다.

바로 하느님을 호홉함으로써

각 사람이 사실 그대로  하느님을 그 자신의 생명으로 삼는 것이다.

그러기에  하느님에게서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은 도무지 없으며,

그분에게서 도망칠 수 있는 인간도  결코 없는 것이다.


29 이 은 말을 하지 않는 모든 목소리, 쉬고 있는 모든 활동과 같다.

아무것도 가로막지 않으면서  모든 곳에 있고,

모든 곳에 있으면서도  그 중심을 가지고 있다.


30 - 오, 하느님, 당신께서는 얼마나 불가해한 분이신지!

저는 당신을 뵙고 당신을 느낍니다.

당신은 저의 생명이십니다.

당신께서는 제 안에 당신 자신을 가두시지만, 

언제나 무한성을 그대로 지니시며 

당신 자신의 그 무엇도 잃는 법이 없으십니다.


31 그러나 나는 말을 더듬고 있음이 느껴지니

아무래도 무엇 하나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우리네 인간적인 언어로 좀더 잘 표현하려면

모든 조물 안에서  하느님의 그림자를 본다고 하는 편이 낫겠다.

하느님께서  조물들 안에 당신의 그림자를,

곧 당신의 아름다움과 향기와 빛의 그림자를  던지시기 때문이다.




32 특히 태양 안에 하느님의 그림자가 보인다.

태양을 통하여  다른 모든 별들의 왕이신 그분이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 태양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아닌 공 모양의 불덩어리이다.

하나의 구체가 수많은 광선을 발산하는 것이다.

이 광선들, 즉 하느님의 무한한 속성들에 의하여 

우리는 태양이신 하느님을 쉽사리 깨달을 수 있다.


33 태양은 이지만  또한 과 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태양은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를 상징한다.

은 성부요, 은 성자요, 은 성령이다.

하지만 태양은 하나인 것이다.

게다가,

이 그 과 과 분리될 수 없듯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능력도 불가분적이다.

마찬가지로, 

은  과 과 동시에 발생하므로  아무도 과 이 없는 을 가질 수 없다.

이와 같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영원으로부터 존재하시기에 

성부께서  성자와 성령보다 앞서 와 계신 것이 아니다.




34 은 장엄함의 상징으로서 어디든지 퍼져 나간다.

똑같이 하느님께서도 당신의 무한성으로 어디든지 침투하신다.

그러나 이런 비유는 희미한 그림자에 불과할 뿐이다.

왜냐하면, 태양은  이 통과할 수 없는 지점에는 이르지 못하는 반면,

하느님께서는 어디든지 스며드실 수 있기 때문이다.


35 하느님께서는 지극히 순수한 영이시다.

우리가 하느님을 태양으로 상징할 수 있는 것은 

태양이 아무도 손에 잡을 수 없는 그 광선을 어디든지 침투시키기 때문이다.



더욱이,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보신다.

인간의 죄악과 악의를 다 보시지만

언제나 순수하고 거룩하고 티 없으신 당신 자신은  변함이 없으시다.


태양도 하느님의 그림자여서

더러운 것에 빛을 비추지만  그 자신은 깨끗한 채로 있다.

36 불 속에  그의 빛을 비추어도 타지 않고,

바다와 강을 비추어도  물에 빠지지 않는다.

그것은 모든 사람을 비추고 만물을 비추어  열매를 맺게 한다.

그리고 그 자신의 열로 만물에게 생명을 주지만

열이 약해지거나 없어지는 법이 없다.

게다가, 그 자신은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이에게 그토록 큰 유익을 베푼다.

그럼에도 변함없이  항상 장엄하고 찬란한 그 자신으로 남아 있다.

37 오, 태양을 통하여 하느님의 특성을 얼마나 잘 알아들을 수 있는지!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무한성으로 불 가운데 계시지만  타지 않으신다.

바다 속에 계시지만  물에 빠지지 않으신다.

우리의 발아래 계시지만  밟히지 않으신다.

모든 이에게 (당신 생명을) 주시지만

가난해지거나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법이 없으시다.


38 하느님은 모든 것을 보시니,

과연 온 존재가 눈이 되어  일체를 살피시는 분이시다.

그리고 그분께 들리지 않는 소리도 결코 없다.

하느님은 또한 

우리 마음의 모든 움직임과  우리 정신의 모든 생각을  다 아신다.

그런데 하느님은 지극히 순수한 영이시기에 

귀나 눈이 없을 뿐더러  어떤 경우에도 변함이 없으시다.




39 태양이 그 빛으로 온 세상에 스며들면서도  지치지 않는 것과 같이,

하느님께서도 모든 이에게 생명을 주시며  온 세상을 돕고 지탱하시지만 

지치는 법이 없으시다.

인간은 태양으로부터 몸을 가려 더 이상 그 빛과 혜택을 받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태양에 어떤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다.

그렇게 하면 온갖 불행이 인간에게 떨어지는 반면에,

태양은 본래 그대로의 태양으로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이, 죄로 말미암아 

인간이 하느님을 멀리함으로써  그 은혜를 누리지 못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느님께 어떤 영향을 끼칠 수는 없다.

불행은 온통 인간의 것이 될 뿐이다.




40 내가 보기에는 태양의 둥근  역시,

시작도 마침도 없으신 하느님의 영원성을 상징한다.

그것은 마치  사람이 그 자신의 눈으로 포착할 수 없는 태양의 빛과 같으니,

한낮에 태양을 응시하려고 한다면  눈이 멀고 말 것이다.

또한 태양 편에서 사람에게 접근하려 했다가는  사람을 태워 재로 만들고 말 것이다

하느님이라는 태양도 그와 같다.

피조물인 인간의 정신은  그 작은 지성으로 하느님을 포착할 수 없으니,

실제 그대로의 하느님 전체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게 하고자 한다면  그 눈부신 빛에 압도되어  넋이 빠지고 말 것이다.

게다가 태양신 하느님께서 당신의 모든 사랑을 드러내시어

사람이 아직 육신을 입고 있는 동안  그 사랑을 느끼게 하고자 하신다면,

사람은 한줌의 재로 돌아갈 것이다.




41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모든 조물 위에  당신 자신과 그 완전성의 그림자를 던지신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을 뵈며 접촉하는 듯, 

끊임없이 하느님의 어루만짐을 받는 듯  느끼는 것이다.






42 주님께서 "믿음은 곧 하느님이다.하고 말씀하신 다음,

나는 또 이렇게 여쭙기도 하였다.

"수님, 당신께서는 저를 사랑하십니까?"

그러자 그분께서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하고 물으셨다.

"예, 주님.

주님께서 아시다시피 주님 없이는 제 생명이 자취를 감추리라고 생각합니다."

하고 즉각 대답하자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너는 나를 사랑하고 나도 너를 사랑한다.

그런즉  우리 서로 사랑하면서 항상 같이 있자꾸나."

그 날 아침에는 이것으로 끝났다.



43 그런데,

이 태양이신 하느님에 관하여 내 정신이 알아들은 것을  누가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나는 도처에서 이 신적인 태양을 감촉하는 것 같지만,

그렇다기보다는  차라리 태양이 내 존재를 안팎으로 휩싸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하느님을 뵐 때면, 비록 그분에 관해서 좀은 이해한 것같다가도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터무니없는 말로 표현한 것 같기도 한 것이다.

그토록 매우 한정된 능력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나의 이 우둔한 실수를  예수님께서 용서해 주시기를 바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