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현실이 일으키는 갈등 속에서 하늘나라로 건너 감이 이루어진다.
예수님은 이 나라는 "바로 너희 가운데 있다."(루가17,21)고 하셨다.
이 나라는 자라고 커지며 마지막 때에 완성을 볼 것이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중간에는 죽음이라는 통로가 있다.
인간의 본성과 하느님의 본성 사이에는 죽음이라는 경계가 있다.
거기서 선을 향하던 온갖 소망들이 결실을 맺고,
모든 희생이 보람을 낳고, 참 사랑의 행실들이 인정을 받아
드디어 아버지 하느님의 자녀들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렇다. 생(生)과 사(死)의 양면성!
그것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서 날인을 받고 해명을 받으며,
그 죽음과 부활로 말미암아 충만해지고, 하늘 나라의 한 단면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 양면성이야말로
우리를 괴롭혀온 '왜?'라는 의문들을 푸는 열쇠이자,
인간의 마음에 이는 모든 모순에 대한 바른 해답니다.
죽음과 삶을 하나로 본다면,
특히 그것들이 상극으로 나타날 때의 죽음과 삶은
만물의 생성, 창조계의 끝없는 진화, 생명계의 비약적 변화, 창세기의 저 찬란한 날들,
하느님 편에서 당신 아들을 만드시고 그에게 당신 사랑의 경험을 물려주시는 과정 등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뜻을 밝혀주는 열쇠이다.
현세의 죽음은 곧 출생의 순간이다.
우리 안에 있는 신적 생명이라는 고귀한 생명이 출생하는 순간이다.
현세의 죽음은 우리가 사물과 역사의 자궁에서 서서히 밀려나가는 것이다.
출생의 어두운 통로가 끝나는 저편에는 하늘 나라의 안온함,
하느님과의 온전한 친교가 우리를 기다린다.
예수님의 복음이 우리에게 알려주듯이
사리가 그러하고, 우리에게 있는 희망이 우리를 지탱해준다면,
모름지기 우리는 사고방식을 바꿔야 하겠다.
사물을 뒤집어 보고 참 모습 그대로 보는 습관을 길러야 겠다.
세상이 하늘의 표징이다. 하늘이 세상의 표징이 아니라는 뜻이다.
태양이 그리스도의 표징이지 그리스도가 태양의 표징은 아니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의 표지요, 메아리이며 상징이다.
모든 것이, 보이는 세계보다 훨씬 중요한 보이지 않는 세계를 나타내는 표징이다.
앞으로 올 것은 이미 온 것보다 값지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다.
지금 내가 가진 것은 장차 갖게 될 것의 표징이다.
그리고 태어난 아기가 태아보다 낫고,
성숙한 어른스러움이 미숙하고 유치한 것보다 낫듯이,
장차 각제 될 것이 지금 것보다 월등히 낫다.
그렇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것이다.
나도 사랑이신 하느님을 믿는 믿음에서 이 신념을 얻었다.
사랑은 전진한다. 후퇴하지 않는다.
사랑은 창조한다. 파괴하지 않는다.
사랑은 살아 남는다. 죽어 없어지지 않는다.
인생을 통찰하는 사이에 나는 모든 것이 신적 생명의 표징이라고,
그리스도께서 내게 전해주셨고
나날이 내 안에 가득 채워지는 그 생명의 표징이라고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어버이는 하늘 나라에서 내가 모실 다른 어버이의 표징이다.
어렸을 적부터 내가 자라던 집,
지금은 태풍에 쓰러져 간 데 없는 그 집은 결코 부서지지 않을 다른 집의 표징이다.
함께 자라온 오누이들은 아버지 하느님의 영원한 나라에서 함께 살게 될 형제자매들의 표징이다.
나를 살찌우는 음식과 나를 덥혀주는 불과 내가 즐겨 놀던 뒷동산은
하늘 나라에서 내가 먹을 음식이요, 나를 따뜻이 해주는 불이며, 내가 뛰놀 뒷동산의 상징이다.
내가 참석하는 이 모임, 이 경건한 성찬식은
하늘 나라의 모임, 하느님을 받아모시는 그 성찬식의 생생한 표징이다.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세상의 표징이라는 생각... 아름답지 아니한가?
보이지 않는 그 세상으로 나는 서서히 잠겨들고 있다.
믿음은 그 세상을 발견케 해주고, 희망은 행여 잊을세라 자꾸 되살려주며,
사랑은 그 세상을 얻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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