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가운데 이루어질 하느님 뜻의 나라
천상의 책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그 본연의 위치와 창조된 목적에로 돌아오게 하시는 부르심
2-9
1899년 4월 7일
신뢰가 없는 겸손은 거짓 덕행이다
1 예수님께서 오시지 않아서 며칠 동안을 눈물로 지내고 나자,
넋이 빠진듯 멍한 것이 완전히 무(無)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마음속으로는 쉴새없이 이렇게 되뇌고 있었다.
2 "오, 하느님, 저를 떠나신 까닭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소서.
이제는 당신 모습을 보여 주지 않으시니,
그토록 제가 당신을 모욕했기 때문이옵니까?
보여 주실 때도 어찌하여 그림자처럼 희미하게만 보여 주시며
침묵을 지키시옵니까?
제 가슴이 터질 것 같사오니, 더는 기다리게 하지 말아 주소서."
3 마침내 예수님께서 좀더 선명하게 나타나셨는데,
내가 온통 짓눌려 있는 것을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4 "내가 겸손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네가 알기만 한다면!
겸손은 볼 수 있는 초목 중에서 가장 작은 초목이다.
그래도 그 가지들은 매우 높이 뻗어 하늘에까지 이른다.
이 가지들은 내 옥좌 주위를 감으며 내 마음 속까지 들어온다.
겸손은 작은 초목이고 이 식물에서 자라는 가지는 신뢰이니,
신뢰가 없는 겸손이란 없다.
신뢰가 없는 겸손은 거짓 덕행인 것이다."
5 예수님의 이 말씀에 비추어 볼 때,
내 마음은 다만 무로 돌아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좀은 실망하기도 했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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