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안니발레가 제3판과 4판에 붙인 머리말 ⑵
34 하느님의 섭리는
모든 시대에 몇몇 영혼들을 불러일으키시어 그분을 알고 사랑하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사랑하게 하시거니와,
이제 거룩하신 구세주의 고난에 자기 자신을 봉헌한 한 영혼을 불러일으키셨으니,
이 영혼이 받은 특별한 영감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는 새롭고 매우 유익한 방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35 이 방식은 우리로 하여금
성목요일 오후 다섯 시부터 성금요일 오후 다섯 시까지 24시간을
한 시간씩 차례로 기억하게 하므로,
예수님께서 이 24시간 동안 잇달아 겪으신 것을 시간마다 묵상하도록 도와줍니다.
36 제가 이 방식에 '새롭고' 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은,
예수님의 수난을 24시간으로 한정한 점 때문이 아니라,
그 독특한 형식과 감정과 목적이
우리에게 전적으로 새로운 접근법을 열어 주기 때문입니다.
37 이 '새로운' 방식은
전체적이고 완전한 '십자가의 길' (Via Crucis)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주님께서 빌라도의 법정에서 사형 선고를 받으신 순간부터
그분을 따라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전승이 일반적으로 밝히는 바와 같이)
그분의 고통스러운 수난이 실제로 시작되는 시점,
즉,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분의 지극히 거룩하신 어머니와 작별하시는 순간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점이 '최후 만찬', '겟세마니', 잡히심과 결국 죽음에 이르는
그분의 수난 여정의 시작을 명시하는 것입니다.
38 이 영혼이 저술하여 저에게 맡긴 이『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수난의 시간들』의
첫째가는 새로운 점은 수난의 각 시간에 대한 생생한 묘사입니다.
39 시간마다 그 특유의 묵상과 기도와 보속을 풍성히 담고 있는데,
이는 이전의 저자들이 사용한 문제와 사뭇 다른 점입니다.
그들은 찗은 문장으로,
이를테면,
"오전 여섯 시에서 일곱 시 사이에 예수님께서 빌라도에게 심문을 받으시다.",
또는 "오전 일곱 시에서 여덟 시 사이에 예수님께서 헤로데 앞에 서시다."
하는 식으로 표현했으니 말입니다.
40 둘째가는 새로운 점은,
주님께 열중한 이 고독한 영혼은
'애정'과 '보속'에 본질적인 특성을 끌어넣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표현된 감정의 강도가 하느님과의 절친한 관계를 상기시키는 것을 보면,
이 저술의 영감이
인간적인 것이라기보다 신적인 것에 기원을 두고 있는 듯합니다.
41 이 거룩한 묵상들 속에서는 모든 것이 새롭게 보입니다.
묵상 주제들은 교회 안의 다른 저자들과 같은 신비들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그럼에도 확실히
신적 영감이 - 그 다양한 은총(multiformis gratia Del)의 능력을 통해
새로운 여러 가지 통찰을 쏟아내면서 -
이 고독한 영혼의 작품 안에 더욱 특별한 모양으로 나타나 있는 것입니다.
42 여기에서 언급해 둘 것은,
이 경건한 저자는 학식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가까스로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수준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흠숭하올 우리 구세주께서 받으신 고난과 학대와 모욕과 고문을
아주 생생한 필치로 묘사하고 있어서
그 말이 독자들의 마음과 정신을 꿰뚫으며 깊은 감동을 자아내어
그들을 사랑에로, 사랑이신 분께로 끌어당기는 것입니다.
43 사랑, 그렇습니다.
더없이 부드럽게 표현된 거룩한 사랑이야말로 - 우리는 이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 『수난의 시간들』의 주된 특성입니다.
즉,
인간에 대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이 숨은 영혼의 사랑입니다.
44 (예수님과의) 사랑에 빠진 그녀의 영혼이
사랑하올 그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사무치도록 애틋한 어조로 표현합니다.
연민과 위무(慰撫)와 포옹과 입맞춤으로 고난 받으시는 예수님을 동반하고,
더군다나 자기 자신을 (예수님을) 대신한 흠 없는 산 제물로 끊임없이 바칩니다.
45 할 수 있는 한 경건하게, 비탄에 잠기신 그 사랑하올 분을 대신하면서
그분의 고통을 떠안는 것입니다.
마치 지고한 선이신 그분께
때로는 그 잔혹한 고통을 면해 드리려는 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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