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나를 당신께 맡기나이다

제1부 하느님은 나의 아버지시다.

은가루리나 2017. 1. 27. 12:08


제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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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나의 아버지시다.





"하느님 내 주시여,

온 땅에 당신 이름 어이 이리 묘하신고"(시편8,1)


"하늘이 땅에서 아득하듯...

나의 생각은 너희 생각보다 높다"(이사55,9)



하느님이 우리를 아들삼으시고, 사랑하고 사귈 줄 아는 존재로 만드시는 그 길은

진화의 길이다.


희망의 길이요, 탐구의 길이요, 대화의 길이며 역사의 길이다.

그런 길이라면 아무래도 자유가 있는 길이어야 한다.


자유가 없으면 탐구가 없고, 대화도 사랑도 없을 것이다.

모두가 조건지워지고 짜여 있고 정해질 것이다.

만사가 생화학반응에 의해 숙명적인 뜻을 갖고, 전체주의 정권이 베풀어주는,

판에 박은 듯한 민속 행사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은 전혀 식견이 다르셨다. 

그분이 당신과  우리 사이의 '만남의 장소'로 이 땅을 택하심으로써 

세상은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혼돈과 조화가, 빛과 어둠이, 삶과 죽음이, 사랑과 미움이,

그리고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이 되었다.


이처럼 만사가 대조되는 세상에서 인간은 자유스럽게 자기의 구원을 만끽하는 것이다.

인간의 나라를 세우고 자신의 계획을 실현한다.


그러나 나라를 세우고 계획을 실현함으로써 인간의 손들이, 

창조하시는 하느님의 손과 얽힌다.  

인간의 쟁기날은 하느님의 땅이기도 한  이 땅을 뒤집고,  

사람의 아들됨은 곧 하느님의 아들됨의 본(本)이기도 하다.


이 두 영역을 구분해내기는 참으로 힘들다.

이 신묘한 조화를 누가 다 알아내겠는가?

일하시는 분이 나의 하느님 당신이십니까?

혹은 우리들입니까?

곡식 낟알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수고입니까? 아니면 주님의 신비로운 뜻입니까?

어디까지가 주님의 역사이고, 어디서부터가 우리의 활동입니까?


"모든 것이 하느님께로부터 온다."고 말하는가 하면, 

"모든 것이 사람에게서 온다." 고도 대답합니다.

말하자면 똑같은 것이겠습니다.

주님의 설계도 또한 한결같은 것이어서 찾아내기가 어렵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