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으로 달력이 넘어간 지 얼마 안 되던 1월 어느 날,
남편이 갑자기 주보에서 무슨 광고를 보았는지
성지순례를 가자고 했다.
나는 좀 의아했지만 O.K 했다.
2015년 여행을 다녀온 이후
아버지께서 해외여행에 대한 일말의 미련까지
다 끊어놓으셨기 때문에 별 감정의 동요가 없었다.
여행 떠나기 전 집에 혼자 남아있을 아기 우리 딸에게
'아버지께 너를 맡기고 떠난다~~~
저기 틀어놓은 아버지 화살기도 절대로 끄지 말고
혹시 친구 데려올 때 틀어놓기 싫으면 볼륨만 작게 해 놓고
친구 간 다음에는 꼭 다시 소리 키워놓거라 잉.'
신신당부하고 집을 나선다.
프랑스(솔렘)수도원 순례!
교황청에서 승인한 그레고리안 성가 보존 수도원이라 한다.
여행사 프로그램에 의하면
성삼일을 그곳에서 묵는다는데...
그것도 수사님들과 똑같이 시간경 전례(?)를 하며.....
그레고리안 성가에 관심도 없고
그나저나
전례만 하루도 아니고 3일씩이나 한다니...
다른 순례지들도 반 이상 가보았던 곳이고
내 뜻은 아니고 남편 뜻도 아닐진데...
참으로 아버지의 뜻이란...
요즘은 어디를 가도 파견가는 느낌이다.
하물며 이런 장기간의 여행은 더욱더 그렇다.
어떤 영혼을 보내 주시려나?
몸만 빌려드리면 어차피 아버지께서 다 하실 테니까.
여행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10개국어 화살기도 성가 -주님께 모든 것을 맡깁니다.>가 생각이 났고
'cd는 왜 안 나오는 거야?
내가 10개국어 성가 혼자 다~ 불러 볼까 보다.'
나도 모르게 너무나 또렷하게 내 안에서 나오는 이런 소리에
나도 너무 놀라서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끔찍한 생각을?
게다가 바빠 죽겠구먼' 하고 무시하려고 했는데
주신 생각을 함부로 무시할 수도 없는 처지라... ㅠㅠ
흑흑 아버지~~~
가기 며칠 전 어느 날 이끌어 주셔서 마처에 가니
가사와 악보와 음원이 고스란히 있었다.
차일피일 미루긴 했지만,
결국은
관심도 없었는데
내가 만든 약식 악보에 맞추어 복사하고
10개국어 성가 음원을(약식으로) 스마트폰에 녹음하여 살펴보기로 하는 것이었다.
일어와 중국어는 알파벳이 아니라 읽을 줄을 몰라 제외시켰다.
(내가 만든 약식 악보란
그 곡이 화살기도로 노래 부르기에는 너무 길어서
부르기 쉽게 나름 줄인 것이다.
그것도 사실 만들려고 만든 것도 아니다.
하프로 좀 쳐볼까 하다가 편곡 실력이 실력이 모자라
결국은 목소리까지 빌릴 수밖에 없어서 할 수없 이 노래 악보가 된 것이다)
비행기 안에서 내내 듣고 부르고 하며 살펴보니
처음에는 @##$ 하던 외국어들이 조금씩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라틴, 이태리, 스페인, 포루투갈, 프랑스어까지는 대충 비슷했고
독어와 영어도 그럭저럭.
짧아서 몇 단어만 알게 되면 미루어 추측할 수 있었다.
포루투갈어 악보에서 악보와 노래가 안 맞는 곳도 발견했다.
이 여행을 계획하며
부활절에 솔렘수도원에서 봉헌 갱신을 하려는 생각도 주셨다.
호텔에 도착해보니, 큰 가방 앞주머니 안에 '내맡긴영혼은'이 있었다.
나는 넣은 기억이 없는데...
순례 여행 중 누구에게 전달해야 하나...
희한하신 아버지!
카페에 로그인이 안 되어 아버지의 뜻으로 받아들인다.
숨 쉬는 것 같지 않았지만
에포케까지 이끌어 주시는 스승 예수님 감사합니다.
<나의 삶이, 나의 행위가 진실된 행위, 진실된 삶이 되기 위하여
현재 나의 모든 생각과 행위를 멈추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입니다.
그 멈춤은 단순히 "無爲"를 위한 무위가 아니라,
진실한 "行"을 위한 무위, 즉 "無爲行"을 위한 멈춤입니다.
"하지말고 하기 위한 멈춤"입니다.
"삶 없이 살기 위한 멈춤"입니다.> ■내맡긴 영혼은■
이 여행의 모든 것을 통하여 아버지의 뜻이 내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Latin] Duc nos ad te, nos omnia tibi commendamus, Domine
O Pater O Pater misericordiae, Deus Creator Coeli et terrae. Creator Coeli et terrae.
O Pater O Pater misericordiae, Deus Creator Deus Creator Coeli et terrae.
Duc nos ad Te. O Pater O Pater Duc nos ad Te.
Duc nos ad Te. O Pater Nos omnia tibi commendamus, Do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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