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4권

「수난의 시간들」제24시간 (오전 4시- 5시) 무덤에 묻히시다.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의 비탄

은가루리나 2018. 1. 17. 00:14




  제24시간 (오후 4시-5시)

 무덤에 묻히시다.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의 비탄





1  고통에 잠기신 엄마, 제가 보니,

엄마는 마지막 희생을, 

곧 숨을 거두신 아들 예수님을 무덤에 묻어야 하는 희생을 치룰 

마음의 준비가 되셨습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맡기시고 동반하시어,

그분을 당신 자신의 손으로 무덤에 안치하십니다.


 그러나 그 팔다리와 몸을 가지런히 정돈한 후 

작별 인사와 마지막 입맞춤을 하시려고 하는 순간,

고통 때문에 심장이 가슴에서 뜯겨 나가는 느낌이 드십니다.

  사랑이 엄마를 예수님의 지체에 못 박으니,

사랑과 고통으로 말미암아, 

생명이 없는 아드님과 함께  어머니의 생명도 바야흐로 꺼지려고 합니다.



3  가엾으신 엄마, 예수님 없이 어떻게 지내시겠습니까?

그분은 엄마의 생명 - 엄마의 모든 것이 아니십니까?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는 것이 영원하신 분의 뜻입니다.

  엄마는 그러니까  뛰어넘을 수 없는 두 개의 힘, 

곧 사랑과 하느님의 뜻 사이에서 싸워야 하십니다.


4  사랑은  엄마를 못 박아 예수님에게서 떨어질 수 없게 하고,

하느님의 뜻은  위압적으로 희생을 요구하십니다.

  가엾으신 엄마, 어떻게 하시렵니까?

저는 엄마가 너무 애처롭습니다!

오, 하늘의 천사들이여,

어서 와서  딱딱하게 굳은 예수님의 지체에서  엄마를 일으켜 주십시오.    

그러지 않으면  엄마마저 돌아가시겠습니다!


5  그런데 오,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예수님과 함께 숨을 거두신 것 같았던  엄마의 음성이 들립니다.

흐느낌 때문에  끊어지곤 하는 떨리는 음성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6  "사랑하는 아들아, 오, 아들아, 

네 지극히 거룩한 몸의 이 상처들에  

나 자신을 쏟아 부으며  엎드려 경배하고 입 맞추는 것이 

내게 남은 유일한 위안이었고, 내 고통을 반감시켜 주는 것이었다.

  이제 이 위안마저 내게서 앗아 가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니,

나로서는 그분의 뜻에 맡길 수 밖에 없다.


7  하지만 알아 다오, 아들아, 그렇게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그 생각만 해도  힘이 다 빠지고 생명의 숨줄이 끊어지는 것 같다.

  오, 아들아, 여기에서 떠나갈 수 있는 힘과 생명을 받도록,

부디 내 온 존재를 네 안에 묻고,

너의 생명과 고통과 보속과  있는 그대로의 너 전부를 가지게 해 다오.

  그렇다. 너와 나 사이의 이 생명의 교환만이 

네게서 떠나온 희생을 감수할 힘을  내게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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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고뇌에 찬 엄마,

이제 엄마는  창에 찔리신 예수님의 성심에  마지막 작별을 고하려고 하십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멈추십니다.

  엄마의 모성적인 심장이  마지막 습격을 받은 셈이니,

격렬한 사랑과 고통으로 말미암아  가슴에서 심장이 잡아 뜯기는 느낌이 들더니

그것이 스스로 예수님의 지극히 거룩한 심장 속으로 달려가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30 그러자 엄마는  심장이 없는 자신을 보시고 

서둘러  예수님의 지극히 거룩한 심장을  당신의 가슴 안으로 가져가십니다.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서 배척받은 예수님의 사랑을,

그들의 배은으로 이루지 못한 그분의 열망을,

또 앞으로  남은 생애동안 당신을 못 박힌 상태로 있게 할 

그분 성심의 고통과 꿰뚫린 상처를 간직하십니다.


31 그리고 엄마는 예수 성심의 그 벌어진 상처를 보면서  입 맞추시고,

그 피를 핥기도 하십니다.

이윽고 예수님의 생명이 당신 안으로 흘러드는 것을 느끼시자 

이 쓰라린 이별을 할 수 있는 힘도 얻으십니다.

  그래서 엄마는 

예수님을 껴안으신 다음  사람들에게 돌로 무덤을 막도록 허락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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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비탄에 잠기신 엄마, 울면서 당신께 간청하오니,

이제부터 저희가 예수님을 못 뵙는 일이 없게 해 주십시오.

제가 먼저  저 자신을 예수님 안에 넣도록 기다려 주십시오,

제 안에  예수님의 생명을 간직하려는 것입니다.


33 티 없이 깨끗하고  온전히 거룩하며  은총이 가득하신 당신께서 

예수님 없이 사실 수가 없다면,

나약하고 비천하며 죄가 가득한 저야  오죽하겠습니까? 

그분 없이  대체 어떻게 살 수 있겠습니까?

  비탄에 잠기신 엄마,

제발  저를 홀로 버려두지 마시고, 어머니와 함께 있도록 데려가 주십시오.


34 그러나 우선 저 자신을 온전히 예수님 안에 넣어 주십시오.

제게서 모든 것을 비워 주십시오.

엄마가  예수님을 엄마 안에 모신 것처럼

저도 그렇게  예수님을 온전히 제 안에 모시기 위함입니다.


35 그러니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엄마에게 주신 모성적 임무를 제게서 시작하시어,

어머니다우신 그 마음으로  저의 이 극심한 가난을 깨부수시고,

엄마 자신의 손으로  저를 완전히 예수님 안에 넣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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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끝으로 한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엄마를 떠나면서 청하오니,

저를 예수님의 지극히 거룩하신 성심 안에 넣어 주십시오.

  그리고 고통에 잠긴 저의 엄마이신 당신께서 저의 파수꾼이 되시어,

예수님께서  그분의 성심에서 저를 내치지 않게 해 주시고,

설령 제가 떠나고 싶어 하더라도  그럴 수 없도록 막아 주십시오


이제 엄마의 모성적인 손에 입맞춤을 드리오니,

엄마는 저를 축복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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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엄마, 예수님께서 영혼의 선익을 위하여 숨어 계실 때면,

엄마가 그분을 못 뵙게 되셨을 때 받으신 은총을 제게 주시어,

엄마가 무덤에 계신 그분께 드리신 모든 영광을  저도 드릴 수 있게 해 주십시오.



72 오, 예수님, 저는 당신 자신의 음성으로 기도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음성이 하늘에 사무치면서  모든 이의 음성 안에 울려퍼지는 것과 같이,

제 음성도 당신 음성을 영예롭게 하면서  하늘에 사무치게 해 주십시오.

바로  당신 말씀의 사랑과 영광을 당신께 드리려는 것입니다.


73 저의 예수님, 제 심장이 뛰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 심장의 고동으로 뛰게 해 주시지 않으면  저는 만족할 수 없겠습니다.

  당신 심장의 고동으로 뛰어야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것처럼  저도 사랑할 수 있을 것이고,

모든 사람의 사랑을 당신께 드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면 오직  

"사랑, 사랑...! "   이라는 낱말이 들어간 하나의 외침만이 있게 될 것입니다.



74 오, 저의 예수님, 당신은 당신 자신에게서 영예를 받으실 만한 분이십니다.

그러니 제가 행하는 모든 것에 

당신 자신의 권능의, 사랑의, 영광의 인장을 찍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