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3
1901년 10월 14일
예수님께서 빛이 번쩍 하듯 나타나시면서
당신의 어떤 속성들을 깨닫게 해 주시다
1 복되신 예수님께서 빛이 번쩍 하듯이 서둘러 오셨다가 가시곤 하신다.
이 빛 안에서 당신 내면의 특징들을 나타내 보이시는데,
어떤 때는 이 속성을 다른 때는 저 속성을 드러내신다.
나로 하여금 그 빛 안에서 정말 많은 것을 깨닫게 하시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분께서 빛을 도로 거두시면 내 정신은 어둠 속에 남아 있게 되기에
그 번쩍이는 빛 속에서 이해한 바를 어떻게 옮겨 적을지 알 수 없어진다.
특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신성에 관한 것이니 만치 인간의 언어로는 옮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애를 쓰면 쓸수록 더욱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사실, 이 점에 있어서 나는 언제나 갓 태어난 아기에 불과할 따름이다.
2 그런데도 '순명'은 미력이나마 내가 할 수 있는 한 다 말하기를 요구한다.
(어쩔 수 없이) 말해보면 이렇다.
내가 보기에 하느님께서는 당신 안에 모든 선을 지니고 계시므로
그분의 모든 선을 찾아내려고
다른 곳으로 가서 그 경계 없는 무한성을 불 필요가 없다.
그렇다.
그분의 소유인 모든 것을 발견하려면 그분만으로 넉넉한 것이다.
3 그런데,
그 번쩍이는 빛 중의 하나가 보여준 것은 그분의 아름다움이라는 특징이었다.
그러나 그분께서 얼마나 아름다우신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단지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그분의 아름다움에 비하면,
모든 천사와 인간의 아름다움, 온갖 꽃과 열매의 아름다움,
눈부시도록 푸른 하늘과 별이 총총한 하늘,
(바라보는 우리를 매혹하면서 지고한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 같은)
이 모든 것은,
그들이 내포하는 아름다움의 그림자나 숨결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달리 말하자면,
무한히 큰 바다에 비해 몇 방울의 이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만 해도) 흩어지기 시작하니 글쓰기나 계속해야겠다.
4 또 다른 빛 안에서 예수님은 내게 사랑이라는 속성의 특징을 보여 주셨다.
- 그렇지만, 오, 거룩하고 거룩하신 하느님,
저처럼 비참한 인간이
다른 모든 속성들이 흘러나오는 샘인 이 속성에 대하여
어찌 감히 입을 열 수 있겠습니까?
나는 단지 사랑과 인간 본성에 대하여 이해한 바를 이야기하겠다.
5 내가 이해한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실 때에
이 속성을 우리 안에 쏟아 부어 주시면서 당신 자신으로 온전히 채우시기에,
우리의 영혼이 이에 상응하면 하느님 사랑의 숨결로 가득 차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 자체가 하느님에 대한 사랑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6 그러나 영혼이 피조물에 대한 사랑과 괘락에 대한 욕구나 이욕(利慾)이나
다른 것들로 흩어져 버리기 시작하면,
그 때에는 신적인 숨결이 영혼 밖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속된 사랑이 온 영혼에 두루 퍼지게 되는 반면
신적인 사랑은 텅 비기 마련이다.
7 그런데, 인간은 지극히 순수한 신적 사랑의 집합체가 되지 않으면
아무도 천국에 갈 수 없다.
그럴 경우, 연옥으로 가서 그 불의 힘에 의해서 그것을 회복해야 하고,
그런 다음 사랑이 넘쳐흐르는 상태가 되었을 때 비로소 연옥을 떠나게 된다.
그런데
그 속죄의 장소에서 얼마나 긴 세월을 보내야 할지 아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것이 피조물일진대,
우리가 창조주에 대해서 무엇을 말할 수 있겠는가?
8 (써 놓고 보니) 또 엉터리같은 말을 늘어놓은 것 같다.
하지만 학자다운 점이 조금도 없는 나로서는 이상할 것도 없다.
나는 항상 무지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글 속에 어떤 진리가 있다면 그것은 하느님의 것이지 내 것이 아니다.
나는 실재 그대로 언제나 무지한 채로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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