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는 아무것도 감추지 않았다

[제2장] 17. 처녀인 부인|그에게는 아무것도 감추지 않았다

은가루리나 2018. 3. 6. 11:50


17. 처녀인 부인



나는 때때로 천사가 마리아에게 했던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라는 말을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게 은총으로 가득 채워지지 않는다면 

마리아가 은총을 가득히 받은 것이 나에게 무슨 유익이 있겠는가? 

나 역시 성자를 낳지 않는다면 성부께서 성자를 낳으신 것이 나에게 무슨 득이 되겠는가? 

"우리 주님이 어떤 마을로 가셨는데 부인인 어떤 처녀가 맞아들였다." 이 말에 주의해야 한다. 

예수님을 맞아들이는 사람은 처녀여야 한다. 

처녀란 자신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처럼 다른 표상들에서 자유로운 사람을 말한다. 

이에 대하여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태어나서 이성적 생활을 시작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처럼 표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이미 많은 것과 그에 대한 다양한 표상을 알고 있는데 말이다. 

어떻게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나의 대답은 이렇다. 

인간이 생각한 모든 형상과 하느님 안에 존재하는 모든 형상을 내 안에 지닐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지성적 능력을 내가 가지고 있다면, 

또 내가 형상 안의 어떤 성질도 가지지 않고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과거에서든 미래에서든 소유하려 하지 않으면서 

현재 하느님의 의지 안에서 완전히 자유롭고 영원히 그러하다면, 

나는 참으로 처녀로서 마치 내가 존재하지 않았을 때처럼 형상의 방해를 받지 않을 것이다. 

이것을 마음속에서 생각해 보라.



처녀는 결코 열매를 맺지 못한다. 

열매를 맺기 위해서 영혼은 '부인'이 되어야 한다. 

'부인'은 영혼의 가장 고귀한 호칭이며 처녀보다도 더 고귀하다. 

인간이 하느님을 자신 안에 맞아들이는 것은 좋은 일이며 

그렇게 맞아들일 때 그는 처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열매를 맺는 것이 하느님께는 더 좋은 일이다. 

하느님 은총에 대해 감사하는 길을 열매를 맺는 것이며, 

따라서 성부의 마음 안에 다시 예수를 낳는 영원한 탄생 속에서 영혼은 부인이 된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마리아가 먼저 영적으로 하느님을 낳지 않았다면 

결코 하느님은 육신으로 마리아에게서 탄생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어떤 여인이 그리스도께 당신을 낳은 모태는 복되다고 말씀드렸을 때 

그리스도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나를 낳은 모태만 복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지키는 사람들이 복됩니다."



마리아에게서 육신으로 태어나는 것보다 

처녀, 곧 선한 영혼 안에서 영적으로 탄생하는 것이 하느님께는 더욱 가치있는 일이다. 

애착에서 해방된 처녀인 부인은 자신에게나 하느님께나 똑같이 가까이 있다. 

그 부인은 많은 열매를 맺으며 하느님보다 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다. 

부인인 처녀는 매일 열매를 맺는다. 

그것은 곧 하느님의 탄생인데 

매일 그녀는 가장 고귀한 근저에서 수백 배, 수천 배, 아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열매를 맺는다. 

성부께서 당신의 영원하신 말씀을 낳으시는 그 근저에서 

처녀인 부인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성부의 마음에서 나오는 빛이신 예수께서는 

- 바오로 사도에 따르면 그분은 아버지의 마음에서 나오는 '빛이며 광채'이시다 - 

그 부인과 함께 계시며 

부인인 처녀는 그분과 함께 있으면서 하나가 되어 

성부의 마음 안에 있는 순수한 빛으로 예수와 함께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