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20권

{20권 40,1-13(Ⅰ)} 예수님의 부재로 인한 탄식과 고통. 모태 안에서 겪으신 예수님의 고통.

은가루리나 2018. 3. 13. 16:30



사람들 가운데 이루어질 하느님 뜻의 나라


천상의 책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그 본연의 위치와 창조된 목적에로 돌아오게 하시는 부르심



20-40



1926년 12월 24일



예수님의 부재로 인한 탄식과 고통.  

모태 안에서 겪으신 예수님의 고통.  

하느님 뜻 안에 사는 이는 만물과 한 가족이다.




1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오시지 않기 때문에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실성한 듯이 혼자 마구 지껄이다가 

극도의 고통 속에서 이렇게 자꾸 되뇌기도 하였다. 


‘예수님, 당신은 정말 너무 변하셨습니다. 

- 이토록 오래 저에게서 당신의 현존을 거두시리라고는 

미처 생각도 못했습니다.’



2 그렇게 내 괴로움을 토로하고 있는데, 

자애로우신 예수님께서 조그만 아기의 모습으로 오시어, 

내 팔에 몸을 던지시며 이르셨다. 


“딸아, 말해 보아라. 혹시 네가 변한 것이 아니냐? 

다른 누군가를 사랑한다든가, 

더 이상 내 뜻을 실행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든가?”



3 예수님의 그 질문들이 내 마음을 몹시 아프게 했기 때문에 

나는 슬퍼하면서, 


“예수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변하지 않았고, 다른 어떤 사랑도 알지 못하며  사랑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뜻을 행하지 않기보다는 

차라리 죽기를 바랍니다.” 

하였다.



4 그러자 예수님은 다정하게 덧붙여 말씀하셨다. 


“그러니까 너는 변하지 않았다는 말이지? 

변화를 타기 쉬운 약한 본성을 가진 네가 변하지 않았다면, 

딸아, 확고부동한 존재인 내가 어떻게 변할 수 있겠느냐? 

너의 예수는 변하지 않는다. 변할 수가 없다. 

이 점을 굳게 믿어라.”


5 나는 멍해져서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몰랐다. 




그러자 그분께서 무척 자애롭게, 

“너는 내가 여왕이신 내 엄마의 태 안에서 

어떻게 지내면서 무엇을 겪었는지 알고 싶으냐?”

하고 물으셨다. 


그분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내 안에, 내 가슴 복판에 들어오시어, 미동도 없이 반듯이 누워 계셨다. 

그 작은 손과 발을 완전히 뻗고  옴짝도 않으시는 모습이 

여간 측은해 보이지 않았다.



6 그분에게는 

몸을 움직이거나  눈을 뜨거나  마음대로 숨을 쉴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끔찍한 것은 

그분께서 계속적인 죽음을 겪으시는 모습을 보는 일이었다. 


내 아기 예수님이 돌아가시는 것을 보아야 하다니, 

얼마나 고통스럽던지! 

나도 그분과 함께 미동도 없이 누워 있는 느낌이었다.


7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기 예수님께서 나를 껴안으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어머니의 태 안에서 나는 몹시 괴로운 상태로 있었다. 


내 작은 인성은 이성과 무한한 지혜를 완전히 구사할 수 있었으므로 

잉태된 첫 순간부터 

나의 비통한 처지와  모태라는 감옥의 어둠을 알았다. 

그것은 희미한 빛 한 줄기도 없는, 아홉 달의 기나긴 밤이었다.


8 공간이 협소해서 

나는 완전한 부동 상태로 있지 않을 수 없었고, 

늘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또 고통을 쏟아내려고 울부짖거나 흐느껴 울 수도 없었다. 

내 엄마의 태라는 그 지성소에서 옴짝도 하지 않은 채 

얼마나 많은 눈물을 삼켰던지!



9 그러나 그것은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다. 

내 작은 인성은 하느님의 정의에 보상을 바치기 위하여, 

피조물이 그들 안의 하느님 뜻을 죽이고 

인간적인 뜻에 생명을 주는 큰 죄를 범할 때마다, 

그들이 그렇게 그들 안의 하느님 뜻을 죽이는 것과 같은 횟수로 

죽음을 치를 책임을 지고 있었다. 

오, 그 죽음들이 내게 얼마나 큰 희생을 무릎쓰게 했는지! 


죽으면서 죽지 않고, 

살아 있으나 살아 있는 것이 아닌 그 상태야 말로 

더없이 비참한 고통의 연속이었다.


10 나의 신성은 나와 하나여서 나와 분리될 수 없지만, 

나에게서 이 보상을 받을 때에는 

정의의 무서운 태도를 취하곤 했기 때문에 

더욱 더 그런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내 인성은 비록 거룩하고 순수해도 

내 신성의 무한한 태양 앞에서는 작은 등불에 지나지 않았다.




11 그런데 나는 이 거룩한 태양에 쳐야 할 보상의 모든 무게와 

또 나의 그 숱한 죽음의 대가로 내 안에서 다시 살아날, 

타락한 인류의 고통도 느끼고 있었다. 


타락한 인류를 파멸로 이끈 것은 

인간 자신의 뜻에 생명을 주는 행위로 

하느님의 뜻을 배척한 것이었으니 만치, 

나는 나의 인성과 인간적인 뜻을 계속적인 죽음 상태에 있게 하여, 

하느님의 뜻이 내 안에 계속 살아 있으면서 

그 뜻의 나라를 확장하게 했던 것이다.



12 나는 잉태된 순간부터, 

나의 인간적인 뜻에 아무런 생명도 주지 않는 것을 희생으로 바치면서, 

‘지고한 피앗의 나라’를 나 자신 안에 확장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였고 

그 일에만 전념하였다. 


그것은 타락한 인류를 다시 살아나게 하기 위해서였으니, 

일단 내 안에 그 나라가 세워지면, 

사람들에게 그것을 알리고 

그들 가운데서도 볼 수 있게 하는 데에 필요한 은총과 요긴한 것들, 

고통과 보상을 내가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13 그러니 네가 행하는 모든 것, 

내가 이 나라를 위하여 네 안에서 행하는 것은 

곧 내가 내 엄마의 태 안에 잉태된 순간부터 행했던 것의 연속이다. 


따라서 

내가 ‘영원한 피앗의 나라’를 네 안에 실현하는 것이 너의 원이라면, 

내가 마음대로 활동하게 해 주고 

너의 뜻에는 결코 생명을 주지 말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