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나라가 오소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소서! 루이사 피카레타의 생애와 사명 〔제9장-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소서!〕(p.125-144)

은가루리나 2015. 12. 10. 10:47


9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소서!

 


1 (p.125)



  루이사는 1926년 1월 30일 데 베네딕티스 신부의 돌연한 죽음으로 슬픔에 잠겼고, 

그 심경을 이렇게 토로하였다.



  “고해 사제의 거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에 비통의 극에 달해 있었다.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당신의 잦은 부재로 겪고 있는 나의 숱한 내적 고통들에다 

이토록 괴로운 심적 타격 하나를 보태고자 하셨으니, 

내 가련한 영혼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을 내게서 앗아가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뜻이 이루어 지소서 (Fiat! Voluntas Tua)!' 

이 ‘피앗’ 이 언제나 이루어지며 사랑과 흠숭을 받으소서 ! 

땅은 그런 사람을 소유할 자격이 없기에 

주님께서 우리를 벌하시려고 그를 천국으로 데려가셨나 보다...


  나는 사랑하올 예수님께 

‘저의 사랑이시여, 신부님을 저에게서 앗아가셨거든, 적어도 곧바로 천국으로 데려가 주십시요.' 

하면서 소리 내어 울었다.

‘저는 그를 당신의 뜻 안에 넣습니다. 

당신의 뜻 안에는 사랑과 빛과 아름다움이 있고, 

지금까지 행해졌고 앞으로 행해질 모든 선이 있습니다. 

바라건대 

그가 당신 앞에 있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으로 그를 깨끗하고 아름답고 풍요하게 해 주십시오. 

그러면 당신께서 그를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을 하나도 보실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그러고 있었을 때에 공 모양의 빛나는 물체가 내 앞에 나타났다. 

그 빛 안에 내 고해 사제의 영혼이 있었다. 

그는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늘 궁창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었다."

 


2 (p.126)


  트라니 교구 대주교의 명령에 의해 루이사는 새 고해 사제를 맞게 되었다. 

코라토의 ‘산타 마리아 그레카 성당’ 의 목자 베네데토 칼비 신부였다. 

칼비 신부는 21년 동안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루이사의 영혼을 돌보았다. 

루이사의 특별 고해 사제였던 안니발레 디 프란치아 신부도 그녀에게 위로가 되었지만, 

그 는 1926년에 건강이 악화되어 이전처럼 자주 그녀를 방문할 수 없었다. 

그 대신 루이사가 쓴 일기들을 인쇄에 붙이는, 두렵기까지 한 과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사실 안니발레 신부는 

1925년부터 1927년까지 루이사의 모든 저술을 출판할 준비를 하면서 

이미 교회 인가를 받은 것들은 보급하기 위해서 지칠 줄 모르고 일하였다. 

트라니-나자렛 대교구 대주교가 

안니발레 신부의 현명과 루이사의 저술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고 

그녀의 저술 전체를 그에게 맡겼던 것이다.  

그는 루이사의 원고를 두루 검토하는 방대한 작업을 한 뒤 

그  일기 중 첫 일곱 권은 출판해도 좋다는 대주교의 허락을 받았는데,

루이사에게는 이 결정이 무거운 십자가가 되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 

그분과 함께하는 자기 삶의 세세한 내용들만은 제발 알려지지 않게 해 달라고 애원하였다.



  “무섭게 밀려오는 큰 파도로 내 하찮은 영혼을 짓눌러 숨이 막히게 하는 일… 

그것은 우리 대주교 몬시뇰 예하께서 

하느님의 지극히 거룩하신 뜻에 관한 글에 친히 출판 인가 (Imprimatur)를 내렸기 때문에 

책이 곧 나오리라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그 사실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내 변변찮은 영혼에 더할 수 없이 호된 타격이 된 것은, 

그것이 단지 하느님의 뜻에 관한 기록만이 아니라는 점에 있었다.


출판 자체에 대해서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주님의 설득과 어른들의 주장에 이미 동의한데다 

이리도 보잘것없고 비참한 내가 복되신 예수님의 원의에 맞설 마음도 없었지만, 

예수님께서 내게 주셨던 지시와 말씀해 주신 모든 것과 함께 

나의 다른 덕행들과 상황들에 대한 내용도 출판될 것이라니, 

이 점이 나를 안절부절못하도록 괴롭히는 것이었다…    

내가 그 때문에 짓눌려 있는 동안 다정하신 예수님께서도 

나의 그 중압감을 느끼신 듯 내 안에서 나오셨다. 

그리고 나를 당신 팔에 안고 흔드시면서

  “딸아, 무슨 일이냐? 어찌 된 일이냐?' 하셨다. 



'기운 내라! 네가 그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있는 것은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그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게 감사해야 하지 않겠느냐?

너는, 내가 내 지고한 뜻을 알리기 위해 주변 상황을 준비하여 수단을 강구하고 

아무도 저항할 수 없는 내 뜻의 절대한 지배력으로 

대주교를 눌러야 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나의 기적을 행해야 했다는 것을 말이다. 


주교의 인가를 받아내는 것이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느냐? 

그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얼마나 많은 이의가 있는지! 얼마나 많은 난관이 있는지! 

그리고 인가를 준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제한을 불이기에, 

나의 선성이 그토록 많은 사랑으로 드러내 준 모든 것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조와 가장 인상적인 특성읕 거의 제거하는 격이 된다.

어째든 이 대주교의 인가에서 내 뜻의 승리가, 

따라서 나의 큰 영광이 보이지 않느냐? 

그리고 이 지고한 뜻에 관한 지식이 알려져서 

은혜로운 이슬처럼 격정의 불을 끌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 (천상의 책 19-47)

 

3 (p.129)


  안니발레 신부는 루이사의 일기에 몰두할수록 

그만큼 더 여기에 내포된 가르침을 토대로 자기의 영성 생활을 구축해 갔다. 

나쁜 건강 때문에 생애의 마지막 이 년 동안은 우편으로 그녀와 교신할 수밖에 없었으니, 

그의 편지들을 통하여 

하느님의 뜻 안에 사는 일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음을 표현하곤 하였다.


  “아침 묵상 시간이 되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의 시간들」 에 대한 묵상 외에, 

하느님의 뜻에 대한 그대의 글도 두서너 장(章)도 묵상하면서 

내밀하고 심오한 감명을 받고 있소. 

비록 내 부족한 이해력으로는 아직 완전한 통찰에 이르지 못하고 있을지라도, 

숭고하고 거룩한 지식들이 담겨 있으니 말이오. 

이제 참으로 필요한 것은 이 저작을 세상에 알리는 일이오. 

그러면 그것이 좋은 일을 많이 하게 되리라고 믿소. 

하느님의 뜻에 대한 이 지식은 드높은 것이지만 

하느님께서 받아쓰게 하신 글이니 완전히 순수하고 명료한 가르침을 제시하고 있소. 

내 생각에는 어떤 인간의 지성도 이런 글은 착상할 수 없다고 보오."


  안니발레 신부는 그 분별력과 성덕으로 명성이 높았으므로 

루이사의 저술을 교열하고 출판할 수 있는 적임자로 선정되었다. 

앞서 말한 대로 트라니 대교구 대주교는 

그에게 루이사의 모든 저술을 맡긴 것 외에도 

교구 내 모든 출판물의 검열 담당자로 임명했을 만큼 그를 대단히 존경하였다. 

그러므로 안니 발레 신부는 

자신이 창설한 수도회들과 고아원들이 엄청난 시간과 정력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루이사의 글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그대가 이것을 알기 바라오 나는 위대한 하느님 뜻 사업에 전념하고 있기에 

내 공동체들의 실질적인 업무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소. 

영적인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뜻에 대해 말하고, 

들을 줄 아는 사람들에게 요점을 숙지시키며, 

내 공동체들 안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그것을 권장하고 있는 것이오.”


  루이사의 일기 특유의 중요성을 의식하고 있었던 안니발레 신부는 

그녀와 예수님 사이에 일어났던 일은 아무것도 숨겨 두지 말라고 요구하기도 하였다.

 

  “여기에 나타나 있고 또 종종 같은 모양으로 드러났던 하느님의 뜻을 고려하여, 

나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그대 교회의 장상이 내게 준 권한으로, 

무조건적이고 준엄한 명령을 그대에게 내리는 바이니, 

낮이나 밤이나 각 시간마다 그대와 예수님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극히 사사로운 것이라 할지라도 정확하게 기록하기 바라오... 

예수님께서 그대에게 말씀하시는 것뿐만 아니라 

말씀은 없어도 빛을 주시어 

그대로 하여금 깨닫게 해 주시는 것들도 정확히 기록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시오.”

 

4 (p.131)


  예수님께서도 루이사에게, 

하느님의 뜻이 영혼들 안에서 다스리시게 될 것을 예고할 

안니발레 신부의 중대한 역할을 확실히 알려 주셨다. 

루이사는 1926년 8월 18일 이렇게 기록하였다.



  "기도 중에 나 자신의 밖으로 나가 있게 되었는데… 신부님 한 분이 보였다. 

하느님의 지극히 거룩하신 뜻에 관한 책 출판에 손을 댈 사제였다. 

주님께서 그 옆에 계시면서 

지고하신 뜻에 대해 드러내 보이신 지식과 효과와 가치를 모두 손에 드시자, 

이것이 광선으로 바뀌어 그 사제의 지성에 각인되면서 그 머리를 에워싸는 광관(光冠) 되었다. 

주님은 그러시는 동안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들아, 너에게 맡긴 사명은 중대한 것이니 많은 빛을 줄 필요가 있다.

내가 알려 준 것을 네가 명확하게 이해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들은 그 자체로 매우 분명한 것이지만, 

그래도 분명하게 드러내는 정도에 따라 더 큰 효과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

 


  안니발레 신부가 하느님의 뜻에 대한 가르침을 사랑하게 된 것은 

루이사의 저술을 존중했기 때문이지만, 

이보다 더 큰 동기는 그녀 영혼의 아름다움에 대한 탄복에 있었다. 

그는 사려 깊은 한 증언에서 그녀의 삶과 성격에 대한 인상을 이렇게 피력 하였다.



  “예수님의 정배인 이 동정녀의 삶은 지상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천상적인 것입니다. 

그녀는 자기를 당신의 특별한 보호 아래 두시는 예수님과 그분의 복되신 어머니 외에는 

아무도 찾지 않습니다...


  루이사는 홀로 숨어 지내며 알려지지 않고 살기를  원합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친히 의무를 지우지 않으셨다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 또 앞으로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지만 

흠숭하올 예수님과 사적으로 지속된 장기간의 통교 내용을 결코 글로 옮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의무는 어떤 때는 주님께로부터 직접 부과되는 것이었고 

또 다른 때는 루이사의 영적 지도자들로부터 거룩한 순명의 이름으로 오는 것이었습니다. 

루이사는 이 순명이 엄청난 고통을 불러일으킬 때에도 

굳건하고 아낌없는 마음으로 복종해 왔습니다. 

그녀의 순명은 절대적인 것이어서 

만일 그렇게 하라는 명령만 있다면 천국마저 거절할 정도입니다. 

이것은 참된 영의, 건실하고 검증된 덕행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입니다. 

그녀는 지금까지 40년 동안 내적으로 투쟁하면서 그 ‘귀부인 순명’ 의 지배를 받아 온 것입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당신 사랑의 기적을 증가시켜 오신 주님께서 

이 동정녀를 도구로 쓰시고자 하신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고 가장 배운 것이 없는 루이사를 부르셨으니 말입니다. 

더욱이 주님께서는 그녀를 숭고한 사명에 맞갖은 도구가 되도록 기르고자 하셨으니, 

다른 누구의 사명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그 숭고한 사명은 

바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라고 하신 ‘주님의 기도’ 처럼 

하느님 뜻의 승리가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5 (p.134)


  악화되고 있는 건강에도 불구하고 안니발레 신부는 

루이사가 쓴 일기 열아홉 권에 대해 죽기 전에 교회 인가를 받으려고 열심히 일하였다. 

마침내 대주교의 “교회 인가” 를 받고 그 각 권에 직접 “오류 없음” 의 날인을 하게 되자 

비용에 관계없이 많은 부수의 책을 찍어내고자 하였다.


  “이 전집은 이만오천 부쯤 발행될 것이오. 

하느님의 말씀께서, 곧 영원하신 아버지의 실체적인 말씀께서 말씀하고 계시기에, 

상당히 많이 발행하려는 것이오. 

그러니 출판 비용이 얼마나 많이 들지 그대도 짐작이 갈 것이오. 

하지만 설령 백만 리라가 든다고 하더라도, 하늘의 큰 금고가 바닥이 날 턱은 없지 않겠소?…

이 책은 매우 아름다울 것이라고 장담하오. 

머지않아 그대에게 앞부분을 보내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소... 

어제는 오리아의 내 식자공들에게 편지를 썼소. 

작업을 신속히 진행하려면 활자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었기 때문이오. 

그래서 활자들을 사라고 했소. 

오, 내가 젊은 시절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오리아로 날아가서 이 하느님의 일에 헌신하련마는!”



  말년 행동으로 안니발레 신부는 루이사가 쓴 글의 힘을 입증하는 산 증거가 되었다. 

힘든 상황과 심한 고통 속에서도 부단한 묵상으로 

무엇보다도 특히 하느님의 뜻에 순종했던 것이다. 

1919년 4월, 

아비뇨네의 기도 사도회 모원의 목조 성당이 

부주의로 남김없이 다 타버린 사건이 일어났는데, 

일부 수도자들은 충격을 받고 낙담하면서 하느님의 섭리를 의문시했으나 

안니발레 신부는 즉시 그들을 입 다물게 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쉿! 묻지 맙시다. ‘왜?’ 하고 캐묻지 맙시다. 

하느님의 계획을 찬미하며 그분을 신뢰합시다!”

 

  화재가 발생한 그 밤에 

“약해 보이는 한 노파가 사람들이 길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성당에 불이 났다고 말해 주자 노파는 큰 소리로 

‘두려워하지 말아요! 디 프란치아 신부님이 금 성당을, 금빛으로 빛나는 성당을 지을 거예요!’ 

하고 말하였다. 

얼마 후 이 말이 사실로 판명되었다.

‘신부님도 협조자들도 그렇게 할 의향이 없었는데도 

새 성당은 과연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1921년에 하느님의 뜻에 대한 “신부님” 의 완전한 신뢰가 상급을 받았으니, 

성 안토니오 성당 건립의 초석을 놓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거룩한 사제들을 위한 기도에 봉헌된 세계 유일의 성전으로서 

장려하고 금빛이 나는 건물이었고, 

오늘날에는 시칠리아 섬 메시나 시에 있는

‘복음적 기도 수도회’ (로가찌오니스티 수도회)의 성전으로 알려져 있다.



6 (p.136)


  안나빌레 신부를 잘 알고 있었던 프란치스코 비탈레 신부는 그에 대하여 이렇게 기술하였다.

 

  “그는 자기의 공동체가 처해 있는 곤경에 대하여 사람들이 투덜거리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오히려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한번은 바람의 서슬에 떼밀려 아비뇨네 수도원 안뜰의 어떤 나무 그늘에 함께 앉은 적이 있었다. 

그때 그것의 가시 돋친 가지 하나가 안니발레 신부의 머리를 찔렀다. 

그러자 버럭 소리를 지르며

 ‘이 식물이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담? 다른 데로 옮기는 게 좋겠군.’ 하였다. 

그다음 순간 그는 자기가 좋지 못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돌변한 어조로 

어리석게도 이 식물이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묻다니! 

물론 하느님의 뜻을 행하고 있지. 

우리에게 참을성을 길러 주려고 말이지. 오히려 우리가 감사해야 하것네.  하는 것이었다.”

 

  “빌어먹을! 제기랄! 재수 없어! 등등” 의 말을 입에 담는 사람들은 불행하다. 

안니발레 신부는 날씨에 대해서마저 그렇게 모멸적인 언사를 쓰는 것을 딱 싫어했다. 

그는 “나쁘게 말하는 것은 부정적인 것입니다. 좋은 것이 아닙니다. 

자연의 요소들은 하느님의 창조물입니다. 

모질게 보이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하느님의 뜻을 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투덜거립니까?” 하고 말하였다.


  하루는 비탈레 신부와 안니발레 신부가 

로욜라의 이냐시오 성인의 성덕에 대해 함께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이냐시오 성인은 하느님을 매우 신뢰했기 때문에 

만일 그가 세운 ‘예수회’ 가 완전히 파괴되었다고 하더라도 

15분만 지나면 평온한 마음을 되찾았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안니발레 신부는 이 말을 듣고 자기의 언급이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 미처 생각하지 않은 채 

그렇게 오래 걸렸어요?” 하였다. 



7 (p.137)


  사실 안니발레 신부는 루이사의 책들을 위한 일과 자기 공동체들의 지도에 있어서 

하느님의 뜻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같은 모양으로 드러내었다. 

1926년 8월 3일 그는 프란치스 파릴로 몬시뇰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고아들과 가난한 이들을 돌보고 있는데 이는 멋진 일입니다. 

하지만 제 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사업도 경제적으로 도울 생각이었습니다. 

저의 공동체들 안에 피신하는 사람들만이 아니고 걸인들과 특히 모든 수도원들도 말입니다. 

그것은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 너희 품에 담아 주실 것이다(루카 6,38) 라고 하시고 

‘백 배로 받을 것이다(마태 19,29).라고 하신 하느님의 약속에, 

저의 신뢰를 두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내일을 기다릴 것 없이 하느님 섭리의 은행에서 

오늘 필요한 것을 넘치도록 많이 타 쓰고 있습니다.”

 

  안니발레 신부는 생애 마지막 해에 영육으로 심한 고통을 받았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 안에서 살고자 한 그의 결심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하느님의 종 루이스 오리오네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서 식사하기조차 몹시 힘이 듭니다. 

내적 영적 생활도 엉망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내 안에 이루어지고, 예수님의 사랑이 나를 불사르기를 빌 따름입니다!”

 

  루이사에게 

그는 하느님의 뜻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악마를 자극하고 있다는 확신을 털어놓았다. 

악마가 영적 시련으로 자기를 괴롭히고 있다고 한 것이다

 

  나는 지금 

지옥 원수의 흉측한 활동을 보고 느끼는 것 같은 정신적 영적 상태에 들어가 있소. 

원수들이 밤낮으로 나를 공격 하면서 실망과 압박감을 느끼게 하니, 

버림받은 느낌과 내적 황폐를 절감하고 있는 것이오. 

요컨대 일찍이 경험한 그 어떤 것과도 같지 않은 내적 상태 

- 무기력하며 고통스러운 상태 속에 있는 것이오… 

이 말은 마귀들이 

그대의 책들을 출판하려고 바쁜 나를 보고 성이 나서 길길이 뛰고 있다는 것을 뜻하오. 

저 길을 따라 걷지 않는 내게 외적으로는 아무 짓도 할 수 없으니까 

내적으로 공략하여 나를 때려눕히며 건강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말이오.

  이런 일들을 보건대 하느님께서 아주 특이한 방식으로 

내 영혼을 정화하시려고 모든 것을 허락하시는 것 같소. 

아마도 그대의 책들을 출판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인가 보오“

 

  “간밤에는 육신도 정신도 끔찍한 상태였소. 더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소. 

잠시도 쉴 수가 없었으니, 지옥 원수가 내 정신 속에, 

‘이 출판을 중단하라. 아예 시작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이었다.’ 하는 생각을 

집어넣었기 때문이오. 

나는 그러나 원수에게 ‘안 돼 안 돼 안 돼.’ 하면서 예수님을 찬미하였소....”

 

 “​내가 악마를, 

그것도 많은 악령들을 어떻게 느끼는지를, 무서워 벌벌 떠는 듯이 말하지는 않겠소. 

이 때문에 예수님의 이름으로 끊임없이 구마를 하고 있을 뿐이오…”


  “하느님의 뜻에 대한 가르침이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임을 나타내는 또 하나의 표징은, 

원수가 - 하느님의 허락을 받고 - 나를 때려눕혀 

하느님의 뜻 안에서 바치는 기도를 시작하지 못하게 하려고 일으키는 가공할 전쟁이오.”

 

  안니발레 신부는 

「수난의 시간들」 과 루이사가 하느님의 뜻 안에서 바치도록 가르친 다른 기도들에 

큰 중요성을 두고 있었다. 

마지막 나날의 극심한 신체적 고통도 

하느님의 뜻 기도들을 바치려고 한 그의 결심을 흔들지 못했던 것이다.

 

  “요즘은 밤에 잠을 못 자는데, 그렇지 않은 밤은 아주 드문 편이오. 

이유는 불면증과 정신적 고통, 압박감, 불안 등등 때문이오. 

평신도 형제 한 사람이 매일 밤 참을성 있게 나를 지켜 보며 곁에 있고, 

하느님의 뜻 기도들을 대신 바치고 있소.”

 


8 (p.141)


  그는 생의 종말이 다가오는 징조를 알아보고 큰 계획을 세웠다. 

자기의 사후에도 하느님의 뜻에 대한 메시지가 온 세상에 전파되게 하기 위한 계획이었다.

 

  “메시나의 모원 인쇄소에서 하느님의 뜻에 대한 소책자가 간행되고 있는데, 

나는 이 책자가 큰 효과를 내고, 우리 주님의 마음에 들 것이라고 믿고 있소. 

그것은 ‘전 세계 기도 연합회’ 에 관한 것으로서 

책의 제목은 「하느님 뜻의 자녀들」 이 될 것이오. 

이 회는 지극히 단순하게 조직될 것이고, 

임무나 규칙이나 회비나 정신적 채무 같은 것이 없을 것이오. 

주님의 도움으로 수십만 장의 회원증을 인쇄할 터인즉, 

만약 주님께서 기꺼이 내 건강을 회복시켜 주신다면, 

우리가 여러 언어로 번역하여 많은 나라들 사이에 퍼져 나가게 할 것이오... 

이 기도 연합회는 아무런 규정이 없기 때문에 

남성이든 여성이든 수도자이든 평신도이든 혹은 주교이든...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다 속할 수 있는 것이오.”



  안니발레 신부는 여러 번 루이사에게, 

자기가 그녀의 책들을 출판할 준비를 해 왔던 것은 

사람들이 “훗날” 이를 즉각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말하였다. 

그녀의 책들이 아직 널리 퍼지며 받아들여질 때가 아님을 예감한 모양이었다. 

그 사이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매 순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루이사의 저술이 얼마나 유일무이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가에 대해 

이렇게 쓴 적이 있었다.



  “이 계시는 여러 모로 새로운 지평을 엽니다. 

하느님 뜻의 신비에 관해서 이제껏 생각되지 않았던 것, 

곧 하느님의 뜻 안에서 활동하며 사는 것에 대한 것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책들을 읽는 사람은 비록 

하느님의 의지 안에서 활동하며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완전히 알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하느님의 뜻에 매혹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고, 

따라서 하느님의 뜻 안에서 자신의 온 존재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새로운 충동과 거룩한 의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 새로운 가르침은 일치와 모방과 변모라는 세 단계에 네 번째 특성을 보탭니다. 

이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특성으로서 지금까지 어떤 작가도 표현한 적이 없는 것입니다. 

어쩌다 성경,  특히 시편 작가나 ‘이방인의 사도’ 근처에서 맴도는 정도일 뿐입니다. 

이 특성은 바로 전적으로 하느님의 뜻 안에서 활동하는 것입니다.”



9 (p.142)


  1927년 2월 안니발레 신부는 미사를 집전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다. 

그의 사제 생활 전체가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건만, 

그래도 그는 아무 불평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 형제 사제에게

“나는 그분의 뜻을 이루고 싶소. 

주님의 뜻은 거룩한 미사를 포함해서 모든 것 위에 있으니 말이오” 

하고 말하였다.

5월에 들어서면서 그는 거의 기력이 쇠하였다. 

이 성모성월 동안 성모님께서 루이사에게 

“하느님 뜻의 나라의 여왕” 이신 당신의 역할에 대해 날마다 가르침을 주셨다. 

안니발레 신부는 5월31일 침상에서 영성체를 한 후 아기 성모님의 환시를 보며 

“오, 아기 성모님!" 하고 외쳤다.

”얼마나 아름다우신지! 얼마나 아름다우신지! 보셔요, 

열 두 개의 별이 그분의 조그만 열굴에도, 발에도 있어요!“

“샛별” 께서 그의 천상 탄일 새벽을 알려 주려고 오셨던 것이다.

그 다음날 그는 숨을 거두었다.




  나중에 일어난 일들에 의해 

안니발레 신부가 사후에도 계속 루이사를 돌보았음이 입증되었다. 

1928년 10월 7일 루이사 고해 사제 베네데토 칼비 신부는 

코라토의 성 안토니오 수도원으로 거처를 옮기라고 지시했는데, 

이는 루이사가 수녀들과 함께 살면서 그녀의 현존으로 수녀들의 정신을 북돋우게 하려고 

안니발레 신부가 코라토에 새로 세운 건물이었다. 

그는 죽기 전에 수녀들에게 

“여러분의 정신은 ‘하느님 뜻의 딸들’ 의 정신이 되어야 합니다.” 하고 말하였고, 

이 주제를 강조하기 위하여 코라토의 이 집을 '하느님 뜻의 집" 이라고 명명했던 것이다.


루이사가 이 집에 들어간 것은 

그녀의 공적인 생활에 있어서 가장 풍성한 열매를 거둔 시기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십자가 아래에서 끝나게 되어 있는 시기였다.